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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빠질 수 밖에 없는 함정

Shain 2011. 1. 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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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좋은 이미지'는 그 정치인의 '본질'이나 '정책' 보다 겉모습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좋은 이미지'에 수반되는 깔끔한 행적과 정책을 갖춰야하고 전체적인 정치인의 색채를 갖춰야한다는 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없는 이미지 뿌리기에만 급급한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친서민정책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 '저소득층 방문', '시장 물품 구입' 등  정책과 일관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드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죠.

요즘은 이념의 시대가 아니라 실리의 시대인지라 어떤 정책이나 가치관도 일관성있게 추구한다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의 '엉성한 이미지 메이킹'은 가치관이 부재되어 있고 정책이나 능력에 자신이 없음을 반증한다고 하겠습니다. 'KBS 프레지던트'의 두 주인공 장일준(최수종)과 김경모(홍요섭)은 최근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이미지 만들기'에 한참 바쁩니다.


노련한 정치인 고상렬(변희봉)은 젊은 정치인들을 두고 '이미지 만 깨끗한 하룻강아지'들이라 평가합니다. 경제계의 거물, 장일준의 장인 조태호(신충식)는 장일준의 무상의료를 두고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선동하지 말라 경계합니다. 원로들의 조언은 이들의 '이미지 메이킹'이 절대 껍데기 바꾸기 수준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필 주인공의 라이벌인 김경모는 껍데기 뿐 아니라 속까지 괜찮은 정치인입니다.

장일준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자면 김경모를 넘어서야 합니다. 장일준의 장점은 신사라 평가되는 김경모 보다 임기응변에 강하고 추진력이 있으며 행동력이 앞선다는 점입니다. 김경모가 정책을 이어주길 바라는 대통령 이수명(정한용)은 김경모가 '대세'이기도 하지만 정책을 추진하기 적격이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대통령의 지지를 얻으려는 장일준, 그러나 그가 선택하는 전략은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첫번째 함정, 손쉬운 방법은 없다

장일준은 김경모 못지 않은 참모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회에 합류한 전략기획실장 기수찬(김흥수)의 등장으로 미국에서 활용되는 전문 정치 전략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장일준의 친아들이자 PD인 유민기(제이), 오재희(임지은)와 윤성구(이두일) 등이 정석을 추구하는 참모들이라면 기수찬과 조수희(하희라) 등은 수단 방법을 가리치 않는 가치관을 가진 참모로 장일준과 이치수(강신일)은 이 두 파트의 의견을 조율합니다.

특히 무서운 건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하희라)입니다. 정치학 교수로 장일준의 어두운 역할을 모두 맡겠다는 조소희는 지나친 적극성 때문에 장일준을 함정에 빠지게 만드는 일등공신입니다. 민주화 투사로 한국 사회의 변두리에서 정치를 시작한 장일준과 이 부분에서 생각하는 점이 매우 다릅니다. 마치 재벌의 무남독녀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돈과 권력으로 일을 쉽게 해결하려 듭니다.


아들 장성민(성민)이 돈으로 김경모의 정보를 사 언론에 흘렸을 때도 기자와 언론사를 돈으로 매수하려 했고 고상렬이 장일준에게 돈을 요구하자 오빠 조상진(최동준)에게 부탁해 비자금을 만들어오기도 합니다. 영부인 최정임(양희경)의 학교 후배로 그녀의 호의를 그대로 믿고 장일준의 공약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조소희로 인해 김경모와의 밀약, 그리고 고상렬의 지지가 무산될 뻔했습니다.

거침없는 그녀의 행동력은 오히려 장일준에게 독이 되고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일행이 걷고 걸었던 황금색 노란길처럼 정치 정략에 쉬운 방법이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남이 제안하는대로 쉽고 편한 길을 가게 하겠다는 조소희의 생각은 때로 단순합니다. 최정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내놓는 쉬운 길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두번째 함정, 넘어서기 힘든 연륜

김경모는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솔직한 인물로 당황하거나 거짓말을 할 땐 코를 만지는 습관이 있습니다. 김경모가 새물결미래당의 '대세'가 된 건 잘 생기고 귀족적이고 점잖은 외모 덕만은 아닙니다. 장일준에게 '진짜 강자가 뭔지' 알려주겠다는 그는 장일준을 자신의 차기 총리로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감각도 탁월하고 정책 대결을 선호하는 현명한 인물입니다.

총리직을 수행하기도 한 실력파 국회의원으로 주인공이 아님에도 상당한 매력을 주는 김경모. 주인공이 장일준이 아니라면 밀어주고 싶은 정치인 타입이기도 하죠. 신희주(김정난)나 한대운(정동환), 고상렬 역시 장일준과는 다른 느낌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일준이 배워야할 점이기도 하고 넘어서야할 난관이기도 합니다.


솔직한 성격, TV 토론을 비롯한 숫자 놀이에 약한 김경모의 단점을 알고 있는 장일준은 토론현장에서 자신 만의 날카로움과 임기응변으로 김경모를 이겨보려 합니다. 과거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닉슨을 TV 토론으로 제압했듯 자신 역시 김경모에게 없는 장점을 발휘해 보려한 것이죠. 김경모의 단점을 부각시키면서 장일준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캠프에서 한가지 몰랐던 것은 케네디가 TV에서는 손동작, 잘 생긴 외모, 수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지만 라디오에서는 닉슨의 안정감과 노련함이 훨씬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선택이 케네디로 향했던 건 TV 전략 덕이기도 하지만 오랜 전쟁 후 찾아온 부유함을 만끽한 국민들의 생각이 변했던 탓도 큽니다. 장일준은 자신의 강점이라 생각한 TV 토론에서 김경모를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과연 김경모 보다 나은 후보인가

장일준은 자신이 김경모 보다 '나은 인물'이며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할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지만 김경모나 신희주가 간단한 습관을 파악했다거나 대통령의 비밀 공약을 알아냈다고 해서 넘어설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김경모나 한대운 쪽이 대통령이 되어야 '이상'에 맞을 것 같습니다. 장일준은 지금 모자라는 부분을 시간이 아닌 돈과 전략, 인맥으로 '승부'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륜이 넘치는 고상렬의 위치, 여성인 신희주, 나이든 박을섭의 위치에 가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지식과 정보도 있습니다. 혼외자 유민기 만의 시선이 통하는 곳도 있겠죠. 장일준이 자신을 과신하는 한 이 두번째 함정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장일준의 시원시원함은 드라마를 만드는 매력이 틀림없습니다만 이런 류의 과신이 많은 건 망친 정치인 모델 역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신희주의 아름답고 세련된 의상, 박을섭의 촌스러울 정도로 단장된 분홍 한복, 아나운서에게 지도받은 김경모의 화법, 전문 PD가 제작해준 장일준의 UCC는 정치인 각자의 단점을 보완해줄 지언정 본질을 바꿔주진 않습니다. 현재 장일준은 대권에 도전하는 꾀에 능한 젊은 정치인일 뿐입니다. 장일준이 굳이 대통령이 되려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만 아직까진 진중한 김경모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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