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해소술과 계왕 함께 몰락하나

Shain 2011. 2. 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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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부작으로 예고된 드라마 '근초고왕'이 조기 종영되지 않을까 하는 글을 여기저기서 읽을 수 있습니다. 주연 배우 감우성이 '내 인생의 마지막 드라마'라 선언했다는 기사도 눈에 띄고 제작진 간의 분란과 구설과 심심찮게 뉴스를 타고 있습니다. 'KBS 사극'은 인기와 상관없이 끝을 보고야 만다는 뚝심이 장기인데 그 구설이 맞을 지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요.

쫓겨난 부여구(감우성) 왕자의 요서 경락을 조금 더 끌지 않을까 했지만 요서 비중이 너무 크단 의견을 반영한 듯 어제 방영된 'KBS 근초고왕'은 백제로 돌아와 계왕 부여준(한진희)과 고구려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와 맞서는 부여구의 모습을 연출합니다. 대방 수탄성을 차지한 후 요서군 총군사 고흥(안석환)과 우군사 아지카이(이인)을 사유에게 보내 대방땅을 돌려 달라 말하는 부여구는 백제와 고구려 모두에게 위협이 됩니다.


스스로를 요서군공으로 부르는 부여구에게 고국원왕은 소금장수 비적놈에 땅깡아지라 비웃지만 자신에게 화살을 쏜 부여구가 부여화(김지수)의 연인이었단 사실을 잊어버릴 수 없습니다. 국가의 자존심도 세워야하고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회복해야하는 사유는 부여구 앞에서는 여전히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사신에게 책형을 내린 사유는 부여찬(이종수), 부여휘(이병욱), 해건(이지훈), 막리지 소우(원석연), 국상 조불(김응수) 등을 끌고 손수 부여구 앞에 나타납니다.

예맥족의 상징인 예왕지인을 돌려받겠다는 고국원왕에게 '대방땅과 내 사람을 찾을 것'이라며 응수하는 부여구는 백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AD 346년이 밝았으니 계왕은 죽음을 맞을 것이고 비류왕의 자식들과 계왕의 자식들이 왕위를 두고 갈등할 것입니다. 2대에 걸쳐 제 1왕후 완월당의 지위를 누렸던 해소술(최명길)이 모후로서 정착하자면 살생이 뒤따라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죠.



해소술의 왜곡된 모정과 비류왕의 나라 사랑

역사적으로 왕후가 남편인 왕을 죽인 예는 많이 없지만 우리 나라 역사에서 비류왕처럼 왕이 아들을 죽이려 한 예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구려의 유리왕이 해명태자에게 자결을 명한 것,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왕자가 누명을 쓰고 자결한 것, 조선왕조의 영조 임금이 사도세자를 굶겨죽인 일 등 왕권에 위협이 되는 아들을 제거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습니다.

아마도 해소술처럼 '아들을 위해' 남편을 죽인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건 남편의 죽음과 더불어 자신의 지위도 몰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소술은 아들의 태자위를 위해 부여준과 재혼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제 1왕후이자 백제 최고의 여성인 완월당의 지위는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들이 다음 대 왕이 된다는 건 부족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안정된 지위와 미래를 보장한다는 뜻입니다.

홈페이지에 설명된 '해소술'의 캐릭터는 애초에 해녕(김기복)의 친누이였던 듯 합니다. 부여준의 아내 해여울은 해녕의 친누이로 해소술의 사촌 여동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정략혼의 대상으로 제일 먼저 부여준의 약혼자로 점찍어졌다 비류왕 부구태에게 보내진 것은 해씨가의 가장 중요한 여성이었다는 뜻이죠. 해씨의 장남으로 달솔, 대장군까지 올라간 해건의 고모로 해씨의 수장이 된다는 건 해소술이 이대로 죽지는 않을 것 같단 예감이 들게 합니다.


'복수하지 말라'는 비류왕의 유언이 있기는 했지만 근초고왕 역시 선대 제 1왕후였던 해소술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근초고왕이 어라하가 되라 했던 비류왕의 서간으로 목숨을 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선대 왕 시해에 대한 책임과 고구려에 대한 책임, 왕권을 위협한 책임은 누군가 져야하기에 부여산(김태훈)과 부여찬은 전쟁중 제거될 확률이 높겠죠. 삼국사기 기록대로 근초고왕이 비류왕의 둘째 왕자가 되려면 두 형님이 죽는 편이 아귀가 맞습니다.

이왕 왕의 왕후가 되려면 제 1왕후로 사는 것이 목숨을 건지는 길이고 왕자가 되려면 태자가 되어 왕위를 이어받아야 안전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요서군공의 군부인으로 근초고왕의 제 1왕후가 되겠다는 위홍란(이세은) 역시 부여화나 또다른 진씨 가문의 여성에게는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건 그 때문일 것입니다. 해소술의 독기어린 모정을 부여구가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합니다.



한비자를 거론하는 고흥과 아지카이

삐뚤어진 유학을 배웠다며 아지카이에게 꾸준히 가르침을 주는 고흥은 껍데기 뿐이던 옥저부여의 국상으로 유명한 유학자라 합니다. 부여구는 고흥에게 배운대로 요서군의 장수들에게 한비자의 글귀, ' 하늘은 스스로 강한 자를 돕는다'는 자조론을 거론하지요. 예왕지인이란 신물이 스스로 주인을 찾아갔다고 표현하는 총군사 고흥은 근초고왕의 철학적 지주로 군신에 대한 기본을 세울 인물이 틀림없습니다.


책형을 받아 가눌 수 없는 몸으로도 주군이 방문했으니 일어나 맞아야한다는 고흥이 거론한 책 한비자(韓非子)는 법가 사상으로 유명합니다. 군주의 절대적 권력과 법치, 권력의 기술 등을 거론한 이 책은 어라하로서 몰래 울지 않고 웃겠노라 선언했던 '개인적으로 불행한' 근초고왕의 삶과 잘 맞물릴 듯 합니다. 누구 보다 냉정하고 뛰어나게 정권을 장악하고 사적인 감정은 뒤로 감추어두겠다는 뜻이죠.

시비로 일하는 부여화가 부여구와 손잡으라 했지만 거절하는 부여준, 백제를 배신하고 부여구와 백제 모두를 장악하려는 사유, 부여화를 위해 백제도 생각하지 않는 해건, 부여준의 속셈을 알고 또다시 배신하고자 드는 해소술은 계왕의 죽음을 앞두고 한치앞도 예측할 수 없는 백제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의에 따라 혹은 사사로운 정에 따라 적과 아군이 바뀌게 될 수도 있겠지요.

위비랑(정웅인)의 수적 출신 단범회 인물들과 자신의 부하였던 복구검(한정수)이 좌장군에 올랐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진승(안재모)과 진씨 일가의 반응도 또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지만 여동생 위홍란의 가슴앓이를 걱정하는 위비랑 역시 부여구와 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군'의 자리에 있는 인물들 중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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