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경국지색이 된 부여화, 단범회의 재갈이 된 고흥

Shain 2011. 2. 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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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은 차근차근 왕위 계승을 위한 걸음을 밟아갑니다. 태자 부여찬(이종수)을 어라하에 올리려 애쓰던 해소술(최명길)은 결국 계왕 부여준(한진희)를 독살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산자고를 넣은 술을 함께 마시며 부여준과 과거 이야기를 나누던 해소술은 다음 날 아침이면 자신이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며 계왕의 동정을 삽니다. 계왕이 독이 든 술이란 걸 깨닫고 처벌하려 했을 땐 이미 늦은 순간이었습니다.

고구려왕 사유(이종원), 부여구(감우성), 부여화(김지수)의 삼각관계, 덧붙여 위홍란(이세은)의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이 최고의 로맨스이지만 비류왕(윤승원) 부구태에게 약혼자 해소술을 빼앗겼던 부여준과 해여울의 관계도 백제를 갈등하게 하는 애증 관계입니다. 해소술은 아이 셋까지 낳은 첫남편도 죽였는데 둘째 남편까지 죽이지 못할 이유가 뭐냐 항변합니다.


역사적으로 독살을 당했다고 추정되는 왕은 조선조 경종, 인종 등 몇몇이 있지만 독살 되었다고 기록된 왕은 거의 없습니다. 반란이나 국내 사정에 의해 살해당한 왕은 공민왕 등 몇몇이 있지요. 자신은 죽지 않겠다며 서로를 죽이려 칼을 들고 달려드는 부여준과 해소술은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죽어간 '햄릿'의 클로디어스 왕비가 떠오릅니다. 독에 취한채 흔들리며 '지난날의 마음을 간직한 채' 결혼했다는 부여준의 고백은 왕권 앞에 사랑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줍니다.

부여준과 해소술이 독에 취해 위중해지자 백제 정세는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위례공 부여민(안신우)과 부여찬은 후계가 급해지자 서로의 욕심을 드러내며 차라리 백제를 나누자 맞서고 부여휘(이병욱)은 해소술이 가진 비류왕의 서간을 보고 부여구에 대한 마음을 다시 생각하려 합니다. 부여화를 데리고 부여구를 만나러 온 사유는 부여구에게 칼을 들이대며 질분노와 질투를 드러냅니다.



고구려와 백제의 운명을 바꾼 부여화?

경국지색(傾國之色)은 왕을 혹하여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의 미모란 뜻입니다. 공공연히 태왕 사유에게 부여화를 다시 데려오겠다 공언하는 요서군공 부여구와 어수간 시비로 전락시켰을 지언정 아직 애정이 남은 난폭한 사유는 부여화를 사이에 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드라마는 후에 백제를 침략한 사유의 명분은 어라하의 사위로 백제의 왕권을 얻으려 함이라고 설정합니다.

삼국사기에서 적힌 고구려의 백제 침략은 두 차례이며 그중 첫 전투는 AD369년 있었던 차양 전투이고(근초고왕의 아들 근구수가 승리), 두번째 전투는 AD371년 있었던 침략으로 이 때 백제는 오히려 평양성까지 밀고 올라가 고국원왕을 죽입니다. 드라마에서 묘사한대로 즉위 초기부터 꾸준히 북쪽 모용황에게 침략당한 고국원왕은 370년 연나라가 멸망했으니 백제를 침략하는 내내 연에게도 압력을 받고 있었단 뜻이 됩니다.

국상 조불(김응수)의 우려대로 부여화에 대한 사유의 집착은 우려스러운 구석이 있어 사유로 하여금 연나라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백제를 탐내는 무모한 전투를 벌이게 만들었다는 쪽으로 이 역사를 해석한 듯합니다. 추운 고구려에게 필요한 비옥한 대방땅도 중요하지만 감정적으로 그르칠 수 밖에 없는 동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기에 양쪽 나라 왕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부여화라는 특별한 여자를 선택해야했던 것입니다.


당시 양쪽으로 압력을 받던 고국원왕은 과연 왜 백제를 침략하고자 했을까요. 아버지의 시신를 파헤치고 어머니와 아내를 볼모로 잡아간 모용황은 공격하기 보다는 아우를 보내 신하의 나라를 자처하는 등 굴욕적이다 싶을 정도로 친절한 자세를 보였던 고구려왕 사유답지 않게 백제에게는 참을성없는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근초고왕의 북방 정책이 드세어 연나라 보다 더욱 참기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이전까지 딱히 고구려가 백제를 침략했다는 기록이나 교전한 기록이 거의 없지만 고국원왕 이유 전쟁이 잦아집니다. 남쪽과 요서, 일본까지 평정했다는 백제의 북방정책이 고구려를 자극했기 때문일까요? 대방땅과 부여화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이 고조되어 아랫 세대까지 이어진 전쟁이 발발했다는 점도 이해는 가지만 고국원왕이 치졸해보이기도 합니다.  위홍란의 야유대로 부여화는 나라를 망하게 할 팜므파탈이 되겠네요.



'이러니 네가 유학을 잘못 배웠다는 것이야'

북방에 널리 알려진 유학자 고흥은 예왕지인을 부여구에 전한 당사자이자 이전 옥저부여 국상으로 있던 인물입니다. 고구려의 국상인 조불은 그의 학문을 높이사 험하게 다루거나 죽여서는 안된다 조언하고 때로 만날 때는 명망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곤 합니다. 논어와 한비자를 강조하는 그의 언행은 부여구의 장자방 역할로 더할 나위없이 흡족스럽습니다. 어린 진승(안재모)나 성급한 아지카이(이인)이 따라올 수 없는 식견을 갖추고 있죠.

단범회 출신 위비랑(정웅인)은 급한 성격과 손쉬운 승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지카이는 충성심은 강하지만 꾀에 능한 인물로 묘사되고 진승은 아버지 진정(김효원)과 진고도(김형일)와는 달리 잔정이 많고 마음이 약한 면이 있습니다. 그들은 주군인 요서군공 부여구가 좀 더 빨리 백제를 장악하는 방법으로 회합에 나온 부여준이나 사유, 도망치다 잡힌 해소술을 살해하고자 합니다.


국가 간의 예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고흥은 일면 돌아가는 방법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같지만 위비랑을 꼼짝 못하게 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합니다. 아버지를 죽였노라 스스로 자백한 부여구가 누명을 벗는 길은 분명 부여준과 해소술을 죽이는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을 죽여 무력으로 백제를 얻는 방법은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반란이란 누명을 쓰게 되는 길입니다.

해소술의 독에 폐부를 상한 계왕은 위엄있는 어라하다운 최후를 맞습니다. 예맥 땅을 통일해 평화를 찾겠다는 근초고왕의 야망은 훌륭하지만 백제 백성의 피해를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위험한 욕심입니다. 해건(이지훈)을 시켜 자신을 고의로 배신하게 한 계왕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부여화를 고구려에서 데려와 백제의 제 1왕후로 세우고 해씨집안과 위례궁의 미래를 도모하라는 그의 당부는 해건의 또다른 운명을 예고합니다.

곧 근초고왕은 부여휘의 도움으로 어라하에 등극하게 됩니다. 근초고왕의 책사 고흥과 해건의 머리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근초고왕의 야망, 고국원왕의 비장한 애국심, 해건의 야망. 유학에 뛰어난 노련한 재상이 과연 젊은 미남 책사를 휘어잡을 수 있을까요. 등극 이후의 일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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