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드라마 '근초고왕'을 시작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부여구(감우성)에게 세 명의 형이 있다는 점입니다. 비류왕(윤승원)에게 다섯 왕자를 두었고 그 중 부여구의 여러 동생이 있다는 건 창작으로 덧붙일 수 있겠지만 삼국사기에 명백히 기록된 '둘째 왕자 부여구'를 함부로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부여구는 첫째 왕후 해소술(최명길) 소생도 아닌 둘째 왕후 진사하(김도연) 소생으로 왕위와는 동떨어진 태생이었습니다.

비류왕 독살에 관여한 해소술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계왕 부여준(한진희) 마저 해건(이지훈)과의 묵약으로 유명을 달리한 지금 백제는 새로운 어라하 부여구를 맞이하고 고국원왕 사유(이종원)의 욱리하 침략 계획을 방어해야만 합니다. 모디골에서 군사를 추려 달려온 고노자(전병옥)를 부여휘(이병욱)가 물리친다 쳐도 불안한 백제의 정세를 모르지 않는 사유가 언제 침략해올 지 모릅니다.


계왕의 예측대로 백제의 옥새를 가져온 해건의 목숨을 취하지 않은 부여구는 해씨와 진씨를 같이 거느리고 가는 정책의 일환으로 위례궁 부여민(안신우)과 부여문(황동주)를 풀어줍니다. 불협화음의 싹은 처음부터 잘라버리는게 좋을 것 같기도 한데 위정자가 되고 보니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자들이라 해도 살려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덧붙여 해건은 부여구가 쫓겨난 고구려 왕후 부여화(김지수)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기에 미래를 걸어보려 합니다.

아직 어라하의 위에 오르지도 못한 부여구를 두고 아지카이(이인), 군부인 위홍란(이세은)은 제 1왕후가 될 수도 있는 부여화와 해씨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진정(김효원)과 진고도(김형일)는 자신들의 제 1왕후가 되겠다 선언하는 위홍란을 놀라운 눈으로 지켜봅니다. 부여구는 왕위에 즉위하는 즉시 해씨, 진씨, 요서군 세력들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권력을 재분배해야만 합니다.



부여찬과 해소술의 몰락, 남겨진 부여산

부여찬(이종수)는 비류왕 암살의 진실을 알게된 부여휘의 분노를 피해 끝없는 도망을 치게 됩니다. 그동안 부여구가 아버지를 죽인 역적인 줄 알고 죽이려 했던 부여휘는 이제 직접 부여구에게 아버지의 죽간을 전하고 제 손으로 암살을 모반한 위례궁 왕자들과 부여산(김태훈) 등을 포박합니다. 왕자이면서도 허름한 초가에 살던 부여휘는 대역죄인이 형님과 어머니였단 사실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부여준을 죽이기 위해 자신 역시 상당한 양의 독을 마시고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해소술은 절망하는 큰 아들에게 왕은 나라를 버리는 법이 아니라며 독려하지만 처음부터 왕될 그릇이 아니었던 부여찬은 자신에게 닥쳐올 위기를 넘어설 힘이 없습니다. 정치적인 술수는 전혀 모르는 강건한 부여휘와도 다르고 각종 술수에 능한 부여산과도 다른 부여찬에겐 홀로 서는 능력 따윈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12대 어라하 계왕이 죽은 지금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백제 왕족은 세 사람입니다. 비록 비류왕 시해의 혐의가 밝혀졌지만 계왕이 태자로 인정했던 부여찬, 계왕 부여준의 아들로 위례궁 지위를 가진 부여민, 그리고 선대 어라하 비류왕의 죽간으로 진정한 왕위 계승권자임이 밝혀진 부여구, 이 세 사람의 자질과 미래를 간파한 계왕은 스스로 죽음을 맞으며 부여구가 왕위를 이어받는 쪽에 힘을 보탭니다.


비록 그것이 사유에게 백제가 먹히지 않기 위한 최선책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부여구의 백제 입성이 훨씬 쉬워지게 한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이제 부여구는 선대 어라하의 죽간을 증거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위례궁과 해소술, 부여찬, 부여산 왕자에게 형벌을 내려야할 때입니다. 비류왕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자가 둘째 아들이 되는 비밀은 바로 이것이 되겠군요.

아직도 어린아이일 부여몽 왕자의 운명이 궁금한 가운데 부여산은 옥사에 홀로 버려지는 운명이 됐습니다. 요서에도 해건과 건너가 동생 부여구에게 한쪽 눈을 잃는 수모를 당했는데 외가쪽 당숙인 해녕(김기복)은 자신의 조카들, 위례궁 왕자들은 구해가면서도 오촌 조카인 부여산은 버려두고 떠납니다. 해녕은 여동생 해여울을 칼로 찌르고 계왕을 독살한 해소술의 아들을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늘 큰형 부여찬을 위해 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던 어머니는 이번에도 막내 부여산을 버려두고 떠났고 천상 무관인 둘째 형 부여휘는 아버지 암살에 가담한 자신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암살하려 했던 의붓형제 부여구는 더더욱 자신을 살려줄 리 없습니다. 핏줄도 안섞인 부여민 형제와 외가인 해씨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백제 땅의 그 어떤 혈연이 부여산의 처지를 걱정해줄까요. 홀로 남겨진 애꾸눈 왕자가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부여화 제 1왕후로 등극할 수 있나

근초고왕은  드디어 백제 13대 어라하로 등극합니다. 극중에서 아버지 살해의 누명을 썼던 그는 누명을 벗고 당당히 역사의 승자가 됩니다. 패자인 부여찬, 부여산은 죽거나 역사에서 지워지거나 둘 중 하나의 운명을 맞게 되겠죠. 강직한 무장인 부여휘 만이 부여구 옆에 남는 유일한 형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이제 셋으로 갈라진 백제의 세력을 어떻게 통합하느냐인데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나 '혼인'입니다.

혼인 정책으로 나라를 통합하자면 부여구가 누굴 제일 사랑하느냐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왕이란 자리는 가장 사랑하는 여성은 왕의 그늘에 가린 후궁으로 둘 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동지의 여동생, 모든 충성을 다하는 위비랑(정웅인)의 동생 위홍란이라도 대세에 따라 뒤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아버지 비류왕이 사랑하는 여인 진사하의 아들 자신을 장하원에 버렸듯이 위홍란의 아들을 일본에 보내야할 수도 있습니다.


백제의 왕자라는 책임 때문에 부여구는 벌써 두번이나 부여화를 버렸습니다. 요서로 함께 도망치자 해놓고 아버지의 눈물에 흔들려 부여화를 떠났으며 고구려의 왕후로 자신을 구해줬음에도 다시 사지인 고구려로 부여화를 밀어넣었습니다. 이제 그녀가 다시 백제로 돌아온다 해도 제 1왕후로 그녀를 올릴 수 있단 보장이 없습니다. 해씨 집안과 혼인을 통해서라도 합의점을 찾아야 옳지만 그들을 너무 강하게 둬서도 안됩니다.

어차피 '삼국사기'에 기록된 근초고왕의 제 1왕후는 근구수왕의 어머니인 진씨입니다. 진고도는 근구수왕의 외삼촌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대신 대의를 선택한 부여휘, 사랑 대신 아버지를 선택한 부여구이니 희생하는 슬픈 '어라하' 상을 그리고 있는 근초고왕이 사유의 왕후였던 부여화를 선택할까요. 계왕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부여화는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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