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백제와 부여를 동시에 갖겠다

Shain 2011. 2. 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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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처첩싸움은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무리 무던하고 지혜로운 본처라도 남편의 다른 여자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돌변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못볼 꼴을 많이 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물며 한 나라의 흥망과 성쇠, 그리고 자식들의 미래까지 걸려 있는 왕실의 다툼이라면 부인들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양보하지 않으려 들 것이 뻔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진씨 일문의 세사람, 진정(김효원), 진고도(김형일), 진승(안재모)는 근초고왕 부여구(감우성)에게 매달려 부여화(김지수)의 제 1왕후 임명을 반대합니다. 군부인 위홍란(이세은)과 위비랑(정웅인), 아지카이(이인) 역시 부여화가 완월당에 입궁하는 걸 반대하고 있습니다. 연씨, 국씨를 비롯한 남당의 귀족들도 당연히 위례궁의 핵심인 부여화가 왕의 측근으로 다음 후사를 낳는 걸 반대합니다.

귀족 중심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혼인 정책은 좋든 싫든 간에 꼭 이루어져야할 절차로 비류왕이 해씨 집안 해소술(최명길)과 혼인하고 계왕이 해소술을 다시 제 1왕후로 두었던 것처럼 근초고왕 역시 위례궁과 해씨가의 누군가를 아내로 들이는게 합당합니다. 하필 그 여성이 계왕 부여준(한진희)이 총애하던 외동딸이며 소서노의 현신이라 불릴 정도로 지략이 뛰어난 고구려 제 2왕후 부여화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이라 해도 충분히 두 사람의 혼인은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위홍란의 말처럼 고구려왕 사유(이종원)를 살려준 죄인 부여화, 사유가 집착을 버리지 못한 여성을 왕후로 두는 건 대방땅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고구려에게 한가지 핑계를 더 주는 셈입니다. 사유는 굴욕적으로 모후와 제 1왕후를 연나라에 빼앗겼고 제 2왕후 역시 백제 근초고왕에게 빼앗긴 치욕을 당했습니다. 그는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왕이 부강한 고구려를 만든 기반을 닦은 인물로 남과 북의 침략을 견뎠는데 그 결과는 수모 뿐인 셈입니다.

극중 근초고왕의 캐릭터는 상당히 현대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기존 사극 속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부모를 잃은 아픔도 연인을 배신해야하는 고통도 조강지처를 괴롭혀야하는 힘든 마음도 모도 남모르게 감춰두고 무뚝뚝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사랑' 때문이 아니라 백제와 부여를 동시에 떠안기 위해서라도 부여화와의 결혼은 꼭 필요하다며 이성적인 설명을 합니다.



사랑하던 여인이기전에 원수의 딸인 부여화

부여화의 캐릭터는 자신의 사랑 보다는 오로지 위례궁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도록 교육받은 여성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부여구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 해소술에게 공작을 꾸미러 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때 부여구와 야반도주를 하겠다 준비를 하기도 했었지만 부여구가 왕위를 물려받겠다며 배신하자 두말없이 사유와 혼인하러 떠나기도 합니다. 똑똑하고 식견이 뛰어나지만 위례궁의 존재는 자신의 족쇄이자 한계입니다.

이제는 외삼촌 해씨 일문과 위례궁의 두 오빠들, 그리고 어머니 해여울과 석라해(최지나)까지 남당과 왕실에서 밀려나 모두 부여화 만을 바라보고 있는 처지입니다. 위례궁이 다시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부여화의 희생이 요구됩니다. 서로의 아버지를 죽이고 죽이려 했던, 부여구와의 껄끄러운 관계 따위는 잊어버리고 위례궁을 위해 결단을 해야하는 순간입니다. 해건(이지훈)이 부여준의 청을 받아들인 이유도 오직 그 때문입니다.

조강지처로 요서에서 함께 공을 세운 위홍란을 배신하는 문제도 신경쓰이지만 무엇 보다 두 사람이 '한 이부자리에 눕는다'는 통속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민망한 문제입니다. 아버지 계왕이 죽은 마당에 아직까지 권력에 대한 집착을 놓치 못하는 위례궁의 형제들, 부여화와 부여구가 부모대에서 이어진 원수인 것을 모르는 백제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부부로 행세하며 살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자신이 업어 키운 홍란이 임신하자 얼싸안고 좋아하는 위비랑


두 사람이 묵은 원한을 잊고 부부가 된다 쳐도 여전히 부여화는 위례궁을 위해 살아야하는 부여준의 핏줄입니다. 해씨와 위례궁의 이익을 위해 사는 그녀는 부여 공주인 위홍란과 사사건건 대립할 것이 분명합니다. 연인이지만 '원수의 딸'인 부여화,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례궁'을 끌어 안아 녹여 없애겠다는 근초고왕의 뜻은 이루어지기 힘든 고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홍란은 근초고왕의 첫아이를 가져 위비랑과 도고(정홍채), 아지카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했습니다. 아직 혼인하지 않은 위비랑은 홍란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양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홍란의 아이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백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혼인, 근초고왕의 첫번째 난관이자 목적이 될 듯 합니다.



진씨 일가와 위비랑 손을 잡을 것인가

백제 명문 진씨 일가는 위홍란을 근본도 모르는 수적 출신이고 외부세력이라 경계하고 무시하지만, 진승과 위비랑은 몇가지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합니다. 제 1왕후를 부여화나 위례궁에게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점도 마찬가지이고 부여준을 죽였다며 근초고왕에게 붙은 해건을 의심하는 것도 같습니다.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그들은 잠시 손을 잡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해녕의 아들로 이모부인 부여준을 죽인 해건은 이모인 해여울에게 냉대를 당하고 사촌인 부여화에게도 버림받지만 곧 위례궁을 위한 험난한 길을 가고자 할 것입니다. 부여화가 왕후가 되고자 마음 먹으면 진씨는 막을 방법이 없고 진씨가에서 왕후를 배출할 수 없다면 아이를 가진 홍란과 타협하는게 이롭습니다. 일시적으로 홍란을 제 1왕후로 지지할 수도 있고 진정의 양녀로 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진정은 왕후의 친척으로 '권세를 믿고 함부로 행동'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근초고왕의 외척으로 제일 먼저 백제의 혼란을 가져올 암적인 존재죠. 지지 기반이 약한 근초고왕은 어떻게든 그들을 정리시켜 백제의 안정을 가져와야합니다. 죽기를 각오한 해소술은 둘째 아들 부여휘(이병욱)을 희생해 부여찬(이종수)과 부여산(김태훈)의 목숨을 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극의 주인공이 되는 영웅은 늘 타인 보다 앞선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보좌하는 사람도 그의 다스림을 받는 자들도 대개 그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부분이 대하 사극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지만, 영웅이 치국의 전략을 짜내어 그들을 조율하는 것도 영웅형 사극의 큰 재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부여화는 제 1왕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오늘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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