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세상에 틈없는 관계는 없다

Shain 2011. 3. 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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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검색해보곤 하는 궁금증, 'KBS 근초고왕'은 어제 방영분으로 부여구(감우성)의 처첩 관계, 후계 문제가 확실히 정리된 것 같습니다. 삼국사기 기록대로 근구수왕의 어머니는 어쨌든 진씨 여성이 되었고 근구수왕의 아내도 진고도의 딸 아이부인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작가의 의도대로 근초고왕의 제 1왕후는 부여화(김지수)가 되었네요. 홈페이지에는 위홍란(이세은)이 제 2왕후로 부여근의 어머니가 된다고 했는데 위홍란이 진씨가의 양녀가 되어 아귀가 맞게 됐습니다.

극중 유일한 여전사로 왕의 부인이자 전장의 영웅이던 위홍란은 오빠 위비랑(정웅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자꾸 눈물을 흘립니다. 아내로서의 투기가 일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진씨가와 요서 세력을 등에 업고 완월당의 주인이 된 자신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소술(최명길)의 아들들이 진사하(김도연)의 아들 부여구와 다투는 이유가 야망 때문 만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주군인 부여구를 믿고 따르던 신하들,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위홍란도 왕후의 자리에 오르자 근초고왕 만을 바라보고 믿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됩니다. 자신의 아들이 부여화의 아들과 부딪히면 어떤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어떻게든 좋은 입지를 확보해 두야할 것 같습니다. 아내이자 연인으로 평생 남편 만을 믿겠다는 심정으로 견디다간 진사하처럼 라이벌들에게 죽음을 당할 지 모릅니다.

해건(이지훈)의 말처럼 세상에 틈없는 관계 따윈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간질을 하든 하지 않든 순간순간 상황이 변할 때 마다 입장과 처지가 바뀌고 어라하가 아닌 이상 정쟁에 목숨을 걸어야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왕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 여성, 가장 인정받고 사랑받는 아들이 오래 살아남아 후손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들의 분란은 사소한 이익 다툼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건 싸움일 수도 있겠죠.



부여화 암살 실패는 전화위복

위비랑과 아지카이(이인), 진승(안재모), 파윤(강성진), 두고(정흥채), 복구검(한정수)은 해건을 따돌리고 위례궁의 부여화를 죽이기로 합니다. 진씨 일문은 위례궁과 해씨에게 천적으로 알기에 부여화를 왕후로 모실 수 없는 것이고 요서에서 온 장수들은 위홍란의 아이에게 방해가 될 해씨의 싹을 자르려 합니다. 부여구에게 충성스러운 복구검과 파윤은 고구려 왕후였던 부여화가 장차 전쟁의 빌미가 되고 화근이 될까 두려워합니다.

선대 어라하의 왕후였던 해소술이 부여휘(이병욱)의 목숨을 앗아가고 이제 부여구가 마음 줄 수 있는 혈육은 몇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여화까지 명을 달리하면 부여구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또다른 백제의 큰 축인 해씨와 위례궁이 몰락하고 안정된 왕권을 구축할 수 있을 리도 없건만 여섯명은 일단 당장의 골치거리를 제거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위례궁에 잠입합니다.

위홍란이 아이를 가지고 근초고왕의 부인으로서 투기하는 모습이나 연약하게 눈물짓는 모습이 초반 등장과 달라 실망했다는 분들도 많지만 고구려왕 사유(이종원)를 구해주는 행동 등으로 밉상이란 평가를 듣는 부여화 만큼 안티가 많은 캐릭터도 없습니다. 백제 왕실의 혼인이 같은 부여씨끼리 이루어졌다 점도 한몫하고 있지만 탤렌트 김지수에게 불거진 최근의 불미스러운 일까지 포함되어 반대하는 분들이 더욱 늘어난 듯합니다.


덕분에 부여화를 고집스럽게 제 1왕후로 올리겠다는 근초고왕 부여구까지 쇠고집이라며 비난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인데 애초에 갖은 고난를 겪고 부여화를 여주인공으로 삼겠다는게 제작자의 뜻이었으니 이제 와서 그 부분을 바꿀 수는 없는 듯 합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씨와 진씨를 모두 안고 백제를 다스리려면 두 사람의 결합이 꼭 필요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해건의 책략으로 부여구는 여섯 장군이 칼을 휘두른 위례궁에 직접 달려가고 그 사건은 오히려 부여화를 제 1왕후로 확정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위홍란은 진정(김효원)과 진고도(김형일)를 찾아가 어린 진씨 여식들은 내 상대가 되지 않으니 아예 자신을 양녀로 삼아 왕후로 올리라고 제안합니다. 진정의 딸로서 진승의 누이로서 제 2왕후가 되었지만 이젠 소숙당이 아니라 완월당을 차지한 대등한 대부인입니다.

원수의 자식인 위례궁의 공주를 아내로 맞아 갈등하던 부분은 여섯 장군의 암살을 없었던 일로 덮어줌으로서 일단 봉합되었습니다. 제 1왕후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상 그들도 더 이상 겉으로 반항할 수는 없습니다. 부여화와 부여구는 어릴 때부터 마음이 잘 맞는 짝이었으니 원수 간의 결합이라도 백제 일통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위홍란과 함께 가는 문제가 마지막 과제인 셈이죠.



여인들의 눈물에서 모든 화가 시작된다 했건만

해소술이 죽음을 앞두고 근초고왕에게 남긴 한마디는 근초고왕이 겪어야 했던 모든 불행의 원인이 해소술의 눈물 때문이었단 뜻입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왕후,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을 둬야하는 왕후는 깊은 원한을 쌓을 수 밖에 없고 언젠간 화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근초고왕은 그 충고의 뜻을 곱씹었지만 즉위하자 마자 아이를 가진 위홍란은 슬픈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부여구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이 아님을 알고 있었고 왕후란 사랑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를 논하는 자리란 걸 알았지만 자식까지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될까 싶어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그 아이를 똑똑하고 강인한 아이로 키워도 왕이 되지 못한다면 제거당할 운명에 처할 수 있습니다. 비류왕(윤승원)이 부여구를 요서로 내치고 부여찬(이종수)를 사사하려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잘못하면 위비랑도 요서로 내쳐질 지 모릅니다.


양 세력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을 나눠주고 보상을 해주려면 요서에서 온 위비랑 무리들에겐 훨씬 더 서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위홍란이 눈물을 흘릴수록 근초고왕과 위비랑의 사이가 멀어진다는 경고는 결코 허언이 아닙니다. 권력과 충성은 냉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기에 언제든 틈이 생길 수 있고 그 틈이 어떤 화를 부를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홍란의 아이가 다음대 어라하가 된다는 것입니다. 위홍란이 진홍란이 되고 그의 아들 부여근이 태어난다면 그 아이가 바로 고구려왕 사유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그 왕자, 근구수왕이 되는 것입니다. 남편의 외도(?)는 이런 식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부여화에게 다른 왕자가 탄생하지 않는 것일까요? 기개와 포부가 남다른 또다른 영웅, 제 14대 어라하의 탄생을 기대해 봅니다.


* 이 글은 KBS 근초고왕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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