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 패밀리, 양공주와 K는 무슨 관계?

Shain 2011. 3. 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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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더 이상 재벌가의 이야기를 드라마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이번에 등장한 'MBC 로열패밀리' 역시 재벌가를 다룬 이야기 중 하나더군요. 재벌의 후계와 돈을 둘러싼 다툼, 같은 방송사의 '욕망의 불꽃'과 다른 부분 중 하나는 재벌 회장의 캐릭터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란 점이고 숨겨진 '비밀'이 있으며 여주인공과 검사와의 삼관관계를 다룬다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재벌 드라마를 제작하면 많은 부분이 편리한 모양입니다. 고급 의상, 화려한 주거지, 그리고 억대를 호가하는 소품들까지 자연스럽게 협찬되는 덕분에 협찬상품이 자주 구설에 오릅니다. SBS '마이더스'의 모피코트 논란이 가장 대표적이라 볼수 있겠네요. 연기자 본인이 입고 싶었다기 보다 제작자들이 일괄 계약해 생긴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더군요. 하여튼 이런 시청자들의 입장을 아는 지 모르는지 드라마 '로열패밀리' 역시 집안에서 패션쇼를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재벌집이 배경입니다.


주인공 김인숙(염정아)은 18년간 존재를 무시당하며 살아온 재벌가의 둘째 며느리입니다. 무시당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시어머니이자 JK그룹의 회장인 공순호(김영애) 여사가 이름 조차 부르기 싫어 'K'라고 지칭할 정도입니다. 하나 뿐인 아들은 엄마를 남보듯 하고 큰동서나 작은 동서 시누이를 비롯한 모든 가족이 그녀를 'K'라고 부르는 까닭에 새파란 조카들까지 'K'라고 부르며 없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애시당초 집안도 학벌도 안되는 여자가 시집 온 자체가 잘못된 거라 생각하는 이 '로열 패밀리'들은 김인숙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공순호는 아내를 데리고 떠나려는 둘째 아들 조동호(김영필)를 협박해 붙잡아두곤 합니다. 아들은 불안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비쩍 말라가는 아내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리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집안에 매여 착한 의사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아내 'K'에겐 남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지성과 염정아, 김영애 그리고 전노민

좋은 드라마라도 배우에 적응이 되지 않으면 시청하기 힘들고 좋은 배우라도 적합한 작품을 만나지 못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법인데 일단 이 드라마는 합격점을 줄만한 듯 합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느낌의 검사 한지훈(지성)과 바싹바싹 말라가는 불안한 눈빛의 재벌가 며느리 김인숙(염정아)은 깨나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거기에 무섭기만 한게 아니라 치밀한 성격의 재벌가 회장 공순호 역의 김영애는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생각이 드는 타입입니다.

JK를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한참인 공순호는 며느리와 딸을 모아놓고 그 경영 감각을 테스트하는가 하면 냉정하게 그들의 능력을 분석해 일을 맡깁니다. 고문 변호사 김태혁(독고영재)와 집안일, 회사일을 상의할 때는 눈물을 비치기도 하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빈틈을 보이지 않습니다. 사업가로서의 판단으로 김인숙에게서 손자 조병준(동호)의 친권을 박탈하라고 할 때는 같같은 태도를 보입니다.

7-80년대 안방극장에서 주연급으로 자주 활약하던 배우 김영애는 최근 화장품 사업으로 훨씬 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어떤 드라마를 찍어도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의 연기자입니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JK가 둘째 아들, 그게 네 밥값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아들이 죽어 쓰러진 며느리에게 '저거 치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녀는 영락없는 재벌가 리더입니다.


JK가의 저택인 정가원의 집사 엄기도(전노민)은 그런 집안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캐릭터입니다. 아내에게 수면제를 주라며 총기를 휘두르는 조동호에게 차분하게 공여사의 지시라며 거절하는 그는 로열패밀리의 내부를 아주 잘 알고 있고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김인숙에게 연민을 느끼고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MBC 선덕여왕'의 설원처럼 주인공의 수족이 되어줄 비밀스런 캐릭터로 보입니다.

극중 한지훈은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원생을 살해했단 누명을 썼지만 스스로 그 혐의를 벗긴 스타 검사로 출연합니다. 자신을 몰래 후원하던 천사 김인숙을 도와주겠단 일념으로 JK가문에 뛰어들고 오랫동안 지켜본 인숙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늘 초조해하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사람을 쳐다보는 애처로운 인숙은 남편과 엄기도와 한지훈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여성 역할입니다.

염정아의 TV 출연을 아주 간만에 본 느낌인데 그동안 코믹한 역할을 비롯해 여러 역할을 맡아 왔지만 이런식의 불안한 눈빛을 가진 아내 역은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친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어머니에게 금치산자로 몰아지는 'K'가 하루아침에 돌아서 재벌가의 후계권을 얻기 위해 다투는 성격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존재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군요.



테디 베어와 고아원, 그리고 양공주

요즘은 자주 쓰지 않는 표현이라 '양공주'라는 단어를 드라마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첫회에선 K의 비밀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한지훈을 몰래 도와준 천사같은 인물로만 한지훈이 포스터에서 들고 있는 '테디 베어'와 김인숙은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조니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자신을 버린 '마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을 찾아다니다 살해되고, 이 조니와 김인숙의 숨겨진 과거에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군요.

재벌가 후계 싸움과 그 틈에 끼여든 약한 둘째 며느리, 그리고 그 며느리의 어두운 과거, 이 정도면 기본적인 미스터리와 긴박감은 마련이 된 듯하고 거기에 한지훈과 김인숙의 로맨스, 공순호의 딸인 조현진(차예련)의 삼각관계가 가미되면 스토리는 치밀하게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더우기 큰 아들 조동진(안내상), 큰 며느리 임윤서(전미선) 등이 얽혀 벌이는 다툼은 어떤식으로 드라마가 전개될 지 궁금하게 하는 부분이네요.

재벌가에서 18년간 숨죽여 살았던 김인숙의 비밀과 변신?


드라마에서 '재벌'이란 소재는 이제 흔해빠진 식상한 것입니다. 더우기 그들의 일탈이나 타락함 혹은 치열한 재산싸움을 벌이는 것도 한두편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드라마들은 서로서로 비교될 수 밖에 없고 특별한 매력이 없다면 그중 하나는 인기를 끌기는 커녕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드라마가 그 부분을 극본의 치밀함으로 극복할 것인지 연기자의 매력으로 메꿔넣을 것인 지 알 길이 없지만 '양공주'라는 부분은 어쩐지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같은 느낌이 있네요.

일단 오늘밤 방영 부분은 '금치산자'로 몰려 정신병원에 감금될 위기에 처한 김인숙이 어떻게 위기를 탈출하고 재산싸움에 끼어들게 되는지 연출하게 될 것입니다. 정가원에 감금된 김인숙의 변신,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한꺼풀씩 밝혀질 그녀의 비밀과 공순호와의 갈등, 어떻게 그 매듭을 풀어나갈지 기대해 봅니다.  엔딩 부분의 OST가 참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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