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문화

장자연 조사, 검찰의 은폐 당연하다?

Shain 2011. 3. 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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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드라마 '꽃보다남자' 촬영 중 자살한 여배우 장자연, 그녀의 이야기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손으로 작성에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가 공개되었으니 그녀의 편지에 등장하는 서른 한명의 명단은 이미 방송국에서 알고 있다는 뜻일테고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일부의 명단은 2009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 소문으로 떠돌고 있긴 하지만 정확한 상황은 아니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한 연예인이 성접대를 강요받는 상황에 처해지고 그걸 견디지 못해 자살까지 하는 상황,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에 분노하고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일부는 장자연에 대해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즉 자신이 이익을 얻기 위해 성접대에 동의했고 장자연이 납치되거나 감금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입니다.


폭행이나 유괴 등 기타 범죄 사실에 대해 밝혀진 것이 없기에 비슷한 생각을 하기 쉬울 것이라 봅니다. 스무살이 넘는 성인이 남이 시키는대로 행동한 건 자기 책임이라는 냉정한 비난, 얼핏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지만 문제는 자발적인 캐스팅 카우치의 본질과 장자연 사건의 본질은 '힘의 논리'라는 것입니다. 자발적이냐 강요에 의한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권력에 굴복한 것이란 점엔 마찬가지란 것입니다.

힘에 논리에 굴복한 사람들에게도 물론 죄는 물을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연예계 산업 전반의 구조와 성격이 그런식이기 때문에 연예계 종사자들 모두가 공범이 되어도 참아야하는 것일까요? 故 장자연에 대한 몇가지 반응은 당하고 사는 것과 착취하고 사는 것에 익숙한 숨겨진 심리를 보는 듯해 씁쓸하기만 합니다. 장자연 사건으로 드러난 연예계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극대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장자연 조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1960년대 광고회사를 묘사한 드라마 '매드맨(Mad Men)'에는 미국에서 문제가 되던 캐스팅 카우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미국 헐리우드는 성상납에 의한 캐스팅이 사무실에서 이루어져 사무실 소파, 즉 카우치에서 성접대가 이뤄지는 상황을 비꼬는 단어인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는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다보니 광고회사의 임원진들도 자연스레 광고 모델 지원자들을 자신들의 접대부 정도로 생각하고 하룻밤을 즐기려 듭니다.

자발적으로 이뤄진 상납, 그 부정도 문제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관행이 되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작자 쪽에서 성적인 향응을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즉 권력에 의한 접대 구조가 형성되어 연예인들을 옭아매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2010년 10월 12일 방영된 ABC 방송은 유명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데뷰 초반 강요받은 캐스팅 카우치 사례를 소개합니다. 메간 폭스, 샤를리즈 테론 등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여성들도 그런 사례를 증언합니다.

최근엔 연예인들, 연예인 지망생들 조차 그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이름을 알만한 20대 신인 여배우가 알아서 거물 제작자 무릎에 앉아 놀더란 황당한 이야기까지 들려옵니다. 31명에게 100번 이상 접대를 나가야했다는 故 장자연의 이야기는 자기 몫이 아니라는 듯 관행으로 여기는 그들의 태도가 아슬아슬합니다. 잠재적 피해자들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드라마 Mad Men의 한 장면


3월 8일 SBS에서 방송된 추가 제보에 의하면 검찰은 장자연의 자필 편지의 존재를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고 편지에서 드러난 혐의점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이 듭니다. 2009년의 수사가 형식적이고 부실했다는 점을 들어 비난을 면치 못한 검찰은 당시 관련인물들을 대부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이제서야 편지 본문이 SBS를 통해 모두 공개되고 보니 검찰에 대한 의혹까지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성접대를 받은 '당사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작년에 문제가 되었던 검찰의 성접대 파문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과연 검찰 관계자들이 이런 성상납 문제를 수사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보시게 될 것입니다. 일명 '스폰서 검사'들이 접대여성들과 모델의 성접대를 받았지만 그 수사 조차 부실했다는 의혹, 그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제대로 조사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입니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여성 연예인 중 61.2%가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방송관계자나 사회유력인사들이 대부분이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사례까지 존재한다고 합니다.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뒤따르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도 '법적 고소'가 뒤따르지 않는 것은 항의해봐야 소용없고 법적으로 공정해야할 당사자가 불법 행위의 당사자란 문제 때문은 아닐까요?



3월 9일, 사실 관계 규명을 위해 경찰 투입

이번에 공개된 장자연의 편지 231쪽의 사실 여부 조사를 위해 경찰은 5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전국민적 관심사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겠지만 2009년에도 편지가 조작이라 주장하던 소속사 사장 김씨의 주장을 편들어줬던 국가기관이 정확한 결론을 내릴 것인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왕첸첸을 정신 이상자로 몰아갔고 당시 편지는 조작이라며 증거 채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자 기사에 의하면 원본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강력계 형사, 프로파일러 등 전문인력을 투입한 것은 눈길을 끌 일이지만 이 담당인력 중 일부는 사실 2년전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조사했던 사건을 다시 담당하게 되면 결론이 바뀔 수 있을까, 이 부분을 네티즌들이 미심쩍어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성접대와 성향응을 바라는 사회 지도층과 검찰, 경찰의 이미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이미지입니다.


장자연 사건의 후 폭풍을 제대로 맞고 있는 '조선일보'는 오늘 문제가 된 당사자는 조선일보 사장이 아닌 '전 스포츠조선' 사장이란 적극적인 해명을 했습니다. 이념의 문제와 맞물려 진짜 당사자가 아닌 '조선일보'가 거론된다며 억울하단 반응을 보인 듯 합니다. 그 조선일보든 이 서글픈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기획사 사장이든 당연시 여겨지던 일로 추문이 생기니 억울할 만도 하겠지요.

사건의 정확한 진실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모든 언론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장자연 리스트'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은 2년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편지 원본이 모두 230장이다 800여장이다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공개된 편지 속 내용은 故 장자연의 아픔이 단순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줄 뿐입니다. 31명의 악마가 아직도 버젓이 살아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죽어서도 용서할 수 없을 거라 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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