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마음이들리니, 못된 역을 맡은 마루의 비밀

Shain 2011. 4. 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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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이 맞다면 배우 정보석은 '바보'스런 역할을 맡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맡은 헐렁한 남편 역할은 엉성하고 빈틈이 많은 역할이긴 했지만 바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최근 종영된 '폭풍의 연인'에서 선보인 역은 카리스마있는 악당같은 느낌을 잘 살린 캐릭터였습니다. 배종옥과 함께 '걸어서 하늘까지'를 찍을 때도 소매치기 역을 할 때도 '자이언트'를 찍을 때도 악역을 할지언정 망가지지는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보고 또 보고'에서 우희진과 결혼하는 순진한 마마보이 역도 아주 잘 어울렸지만 그때도 '힘을 좀 뺀 듯'한 느낌, 허술한 느낌은 줘도 똑똑하지 않은 역할은 아니었죠. 데뷰할 때부터 깔끔하고 이지적인 이미지 덕인지 정보석의 바보 역할은 어쩐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맡은 정보석의 '바보' 역할은 드라마를 따뜻하게 끌고 가는 핵심 이미지입니다.


'착한 드라마'를 선언하고 나선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는 바보같고 착하고 순한 봉영규와 그의 의붓딸이 된 봉우리(황정음), 우리의 첫사랑이자 양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차동주(김재원)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정보석의 어눌하면서도 순둥이같은 느낌이 딸 봉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드라마 전체의 메시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단 주인공들은 그닥 못되거나 독한 사람들이 아니랍니다.

착한 사람들 만으로 모든 주연 자리를 메꿔갈 수는 없고 악역이 없는 드라마는 소금치지 않은 음식처럼 약간 '싱거운' 맛이 들테니 이 드라마에도 당연히 악역은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들을 괴롭히는 세 명의 악역이 등장하는 듯합니다. 놀랍게도 이 드라마 속의 악역들, 주인공 봉우리의 의붓 오빠인 장동주(남궁민)와 차진철(송승환), 김신애(강문영)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는 듯하네요.

 
마루와 의붓 남매가 되는 봉우리

극중 봉영규는 불여우같은 년이라며 엄마 황순금(윤여정)이 말리는데도 이발사 보조인 미숙(김여진)과 결혼하려 합니다. 욕 잘하고 투박한 황순금은 늘 엄마 밖에 모르던 영규가 미숙에게 푹 빠져 미숙이 제일 이쁘다고 난리를 치자 이런 저런 욕을 하며 말려보지만 아들의 사랑을 말릴 수가 없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미숙은 학교에도 못 보내고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딸(김새론)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미숙과 영규가 결혼을 해서 영규의 아들 마루(서영주)와 미숙의 딸은 '의붓 남매'가 됩니다. '내 마음이 들리니' 홈페이지와 몇 개 뉴스에서 마루와 우리가 '이복 남매'라고 표현했지만 시청자들은 까맣게 모르는 또다른 출생의 비밀이 있는게 아닌 이상 둘은 이복 남매가 아니라 의붓 남매가 맞습니다. '이복(異腹)'이란 말 뜻은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가 다르다는 말이지만 둘은 그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죠.

안 그래도 바보 아빠와 함께 사는게 못마땅했던 마루는 귀가 들리지 않는 미숙이 새엄마가 되자 더욱 표정이 냉랭하게 굳어집니다. 이 마루가 이 드라마에서 아버지 봉영규의 속을 썩이는 가장 못된 아들이 될 것입니다. 의붓 동생인 우리와 남자주인공인 차동주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모종의 야망을 가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동주의 앞길을 방해하는 역할이 될 것이란 뜻이죠.


그런데 영규의 '못된 아들' 마루(나중에 장준하로 개명)에겐 또다른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내용으로 봐서는 봉영규가 마루의 친아버지가 아니라 '차진철'이 마루의 친아버지이고 친어머니는 '김신애'인 것 같습니다. 황순금의 딸인 김신애가 몰래 아이를 낳았는데 '독한년'인 김신애가 그 아이를 키우지 않고 오빠의 아이로 키우게 했던 것 같습니다. 왜 두 사람의 성이 다른지는 알 수 없지만 황순금에게 엄마라고 했었거든요.

차진철의 아내 태현숙(이혜영)은 차진철과 결혼하기 전 동주를 임신했습니다. 동주는 진철을 친아버지로 알고 자랐지만 이 진철은 남들 모르게 장인의 회사를 집어삼킬 궁리를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영규가 신애의 집에서 진철을 봤다고 했었고 진철이 현숙과 신애의 통화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걸로 보아서는 진철과 신애는 분명 예전에 사귀었던 사이이거나 불안한 관계였던게 분명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미숙과 결혼하기 전엔 결혼 한번 한 적없는 영규의 아들 마루, 그 마루의 수상한 엄마 신애, 신애와 미스터리한 관계에 있는 진철, 묘하게도 이렇게 한 가족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렇게 세 사람의 공통점은 드라마에서 가장 '못된 역할'을 할 사람들이란 것이죠. 진철은 동주와 현숙이 진철에게 회사를 빼앗고 나면 마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송승환과 대비되는 정보석의 바보 연기

이 드라마에는 대조적인 두 명의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바보라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자식을 애지중지하고 성실히 시장에서 돈을 버는 봉영규와 장인의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현숙과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차진철입니다. 타고난 '지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은 심성의 차이가 제일 도드라집니다. 병석에 누은 장인이 일어나자 내심 좋지 않은 기색을 보이는가 하면 회사 간부들 앞에서 장인의 업적을 폄하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부와 성공을 이루고 싶은 마루, 진철, 신애 이 세 가족의 비밀이 사실이라면 핏줄이 아닌 봉우리와 봉영규의 가족 보다 '덜 떨어지는' 가족애를 보여준다는 점이 한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돈을 위해 자식을 외면한 아버지와 혈연이 아님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딸이란 이유로 친딸처럼 키우는 영규, 현대사회의 영규는 '지능이 떨어지는' 바보 천치인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듯합니다.

어른들이 쓰는 표현 중에 '헛똑똑이'라는 말이 있죠. 남들 보기에도 수재이고 자기 앞가림도 잘하는 인물인듯 하지만 정말 알아야할 것도 중요한 것도 깨닫지 못하는 바보들이란 뜻입니다. 정보석과 황정음, 김재원의 연기가 '지능이 떨어진다'며 놀림을 당하는 바보 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을 지 지켜보아도 재미있을 것같습니다. 김재원의 출연작품은 아주 간만에 보는 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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