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하는 미숙씨(김여진)와 결혼한 봉영규(정보석)는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릅니다. 황순금(윤여정)은 첫날밤을 치루라며 영규의 친구 승철아빠(이성민)에게 코치를 시키지만 영규는 잠을 자야한다는 신부 앞에서 노래 부르며 춤을 춥니다. 우리(김새론)까지 가세해 첫날밤 춤추고 생쇼를 치르는데 아버지에게 냉정한 아들 봉마루(서영주)도 그 상황이 싫지 만은 않은 지 어이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봉영규는 황순금의 친딸이라는 김신애(강문영)과 성이 다릅니다. 알고 보니 봉영규가 황순금의 양자라고 합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미숙과 결혼하려할 때 그분들 얼굴 어떻게 보냐 혼잣말을 했던 것으로 봐서는 순금과 영규가 모르는 사이는 아니고 중요한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봉마루 역시 영규의 친자식이 아니니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이 가족들들은 혈연관계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셈입니다.

모두가 행복해하는 봉영규의 가족, 마루까지 피식 웃음이 난다.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 작은 미숙씨를 타박하고 누가 내 어머니냐며 할머니에게 퉁명스럽게 내뱉으면서도 봉마루는 새로 생긴 가족에게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바보라고 놀림받아 화가 나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던 봉마루. 아무도 챙겨준 적 없는 깨끗하게 다림질된 교복에 감탄하고 소세지가 들어간 따뜻한 도시락에 감동받는가 하면 갑자기 나타난 여동생과 말다툼하는 마루의 모습은 영락없이 10대의 어린 소년입니다.

행복 바이러스를 가져온 두 모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마루는 자신의 아버지 최진철(송승환)이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바보같은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상황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그 상황을에 반발하고 거부하려 합니다. 이제 조금 행복해졌다 싶은데 장학금과 함께 얻은 시계가 깨어지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없는 마루의 앞날. 꽃병과 함께 깨어진 시계가 앞날의 비극을 예고하듯 차동주(강찬희)에게도 가슴아픈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검은 얼룩처럼 번져가는 물욕과 원망

최진철과 봉마루의 공통점은 원래 마음이 그리 못되먹지만은 않은 존재들이란 점입니다. 진철은 동주가 자라는 동안 친자식처럼 동주를 돌보았습니다. 태현숙(이혜영)과도 결혼전 사랑하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룹의 재산을 차지하려 자신의 장인을 해하는 못된 짓을 하는 순간에도 사다리에 매달린 차동주의 안위를 염려했었고 누구 보다 먼저 아이를 구하려 달려간 사람이 진철입니다. 그룹을 장악할 만큼 똑똑하고 능력있었지만 자신이 태어난 환경과 출신이 워낙 가진 것이 없어 벗어나려 애쓰는 유형입니다.

한때 사귀던 여자 신애가 아이가 있다고 했을 때 지워버리라 모질게 버렸지만 '부자에게 달라붙는 가난한 애' 취급했던 봉마루가 자신의 아들이라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진철입니다. 장인에게 혼전계약서를 강요당하고 자신 역시 '들러붙는 놈' 취급을 당했었는데 핏줄에게 같은 일을 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내와 동주에게 착한 마음을 먹다가도 순간순간 치밀어 올라오는 나쁜 마음이 결국 모든 것을 망쳐버렸을 것입니다.

아직 진철은 모르고 있지만 현숙은 신애와의 대화를 엿보고 자신이 알던 남편과 진철이 다른 인물이란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이미 현숙과 동주의 주식을 진철에게 양도한 현숙은 이대로 그룹을 남편에게 빼앗길 것입니다. 의식을 잃고 혼수 상태에 빠진 동주에게 '배신'이라는 아픔을 겪게 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재산까지 잃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현숙의 재산은 포기한다 쳐도 친아버지인 차씨 집안의 재산까지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역시 어린아이가 다치는 장면은 마음이 철렁합니다.

흥미로운 건 신애와 진철의 아들, 소중한 혈연인 봉마루가 그의 운명을 답습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예고된 장면에 의하면 마루는 신애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걸 알면서도 태현숙을 찾아갔습니다. 차동주의 불행을 알게 된 그는 동주를 낫게 하려 독한 마음을 먹은 현숙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고 '장준하'로 이름을 바꿔버립니다. 신애와 진철이 어떻게든 마루를 데려오려 했겠지만 뜻한대로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란 뜻입니다. 마루는 동주의 가장 친한 수족같은 존재이자 현숙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 될 것 같습니다.

소원대로 자신을 완전히 다른 인물로 만들어준 현숙, 마루가 모든 것을 물려받은 아이 동주의 옆에서 아버지 진철과 어머니 신애처럼 그들이 가진 것을 질투하고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가난하고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을 원망할 때 마루의 마음 속에도 검은 얼룩이 스물스물 그 몸집을 키워가겠죠. 동주와 현숙을 배신하고 진철의 아들로 욕심을 부릴 것인지 자신을 버렸던 친부모를 배신하고 동주의 손을 잡아줄 것인지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아이가 마루인 듯합니다.

자기 힘으로 벗어나기 힘든 가난의 굴레, 언젠가 책임져야하는 착하지만 '바보같은' 아버지, 그리고 말도 못하고 듣지 못하는 어머니까지 생긴 마루의 부담.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루의 마음이나 동주의 처지가 부러운 상황은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달려가는 듯하지만 헛똑똑이처럼 정말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하는 마루의 부모. 착한 드라마의 악인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요.



따뜻하고 다정했던 봉영규의 가족들

바보들처럼 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사랑하는 마음 만은 누구 못지 않은 미숙과 영규. 그들의 그늘에서 따뜻하게 자라면 좋겠지만 젊은 마루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미숙이 죽고 봉우리가 영규의 딸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성스런 도시락, 그 가슴 따뜻한 장면이 너무 짧은 것만 같은데 진철과 공장장의 냉정한 선택으로 미숙은 죽을 수 밖에 없겠지요. 진철이 또 하나의 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늘 혼자만 이불을 덮고 자던 할머니 황순금은 어린 아이와 함께 자는 게 익숙치 않아 이불 안에서 꼼지락거리지 말라며 타박을 합니다. 아직 볕이 잘 들지 않는 초봄이고 낡아빠진 옛날집에 난방도 잘 안되는 곳이니 이불틈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시리고 연로한 노인네에게 춥기만 할 것입니다. 자다 일어나 보니 이불도 못 덮고 쭈그리고 자는 작은 미숙씨, 순금은 아직도 이름이 없는 9살짜리 여자애에게 얼른 이불을 덮어줍니다.

너무나 짧았던 봉영규 가족의 행복.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봉영규의 대가족, 봉영규의 머리 말고 낯짝을 닮은 애를 낳으라는 할머니.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그들의 행복이 깨어져 봉우리는 엄마를 잃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차동주는 그토록 좋아했던 피아노 소리도 들을 수 없게 청력을 상실하고 맙니다. 자기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내는 진철의 욕심이 얼핏 이해는 가지만, 차동주의 비극을 보고 있으니 태현숙이 복수에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철은 봉우리의 행복까지 빼앗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진철이나 마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기 것을 얻기 위해 남을 해하려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많은 것을 잃게 만듭니다. 가난하다는 건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 파괴해야할 정도로 큰 굴레일까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으면서도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는 없을까. 대조적인 두 가족의 태도와 그들의 행복이 중요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신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꾸욱 눌러주세요~

  1. Favicon of http://solblog.co.kr BlogIcon 솔브
    2011.04.11 18:22

    지나가면서 언뜻 새론양을 봤는데
    바로 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이었군요!

  2. Favicon of https://kukuhome.tistory.com BlogIcon 쿠쿠양
    2011.04.12 20:21 신고

    역시 비극과 복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
    행복의 순간은 왜이리도 짧을까요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