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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민호는 인정을 재벌집 딸로 알았다

Shain 2011. 4. 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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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서로 인격과 개성이 다른 여섯명의 주인공이 대립하고 갈등하고 사랑하는 이야기 속에서 각자 숨겨진 사연과 비밀들을 몇가지씩 감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회에 지현(남규리)이 교통사고가 났던 건 딴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딴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뒤에 밝혀진대로 민호(배수빈)와 인정(서지혜)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했었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각자 인물들을 움직이는 행동의 동기, 과거가 한두가지씩 등장해야 이야기의 아귀가 모두 맞게 됩니다.

지금 방영된 내용이 전체 20회 중에서 13회 가량이니 이 이야기 역시 후반부 7회, 4주 정도의 기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해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49일'의 메인 주인공 지현이 송이경(이요원)의 몸을 빌어 세 방울의 눈물을 얻고 살아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겠지만, 이경과 이수(정일우)의 사랑이 맺어지지 못한 비밀, 까칠하던 한강(조현재)과 지현의 사랑, 민호와 인정이 악행을 결심한 이유 등을 모두 밝혀야 이야기가 정리됩니다. 특히 '악당'이 악한 마음을 먹어야 했던 이유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되겠죠.


지난번 포스팅에서 분명 세번째 눈물은 '강민호'가 흘리게 될 것 같다고 추측했었는데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은 모두 다섯명이니 다섯 중 두 명이라면 확률상으로라도 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맹물같아서 매력이라곤 전혀 없던 신지현을 사랑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독한 민호가 자신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듯한 송이경에게 사랑을 느끼는 걸로 봐서는 이경의 정체가 '지현'이란 건 상당한 충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정이 민호를 잃고 지현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민호 역시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지현을 위한 눈물을 흘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죠.

하여튼 '우린 사랑을 한게 아니라 비지니스를 한 것'이라며 인정에게 냉담하게 이야기하는 강민호에게는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두 사람이 신지현에 대한 이야기 만 하면 지현 아버지의 회사 신일의 돈을 빼내기로 한 것, 그 계획은 민호가 아닌 인정의 적극적인 주도가 있었던 것이고 민호는 이제 그 부분에 대한 원망을 인정에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사랑으로 연결되었던 두 사람의 신뢰가 붕괴된다는 건 인정이 바라던 일이 아니겠지요.



민호의 생일날 왜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까

드라마는 현재를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고 주인공들 신지현, 신인정, 한강, 서우의 나이는 27세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극중 송이경과 송이수의 나이는 동갑으로 28세입니다(송이수는 23세인 채로 죽었으니 어린 얼굴 그대로). 2006년에 밤길에 귀가하던 신인정을 깡패들로부터 구출해준 일로 민호와 인정이 사귀게 되었고(대학 재학 중인 22세 때니 지현의 집에 얹혀 살던 시기입니다), 2009년 10월 5일에 3년 동안의 유학에서 돌아온 민호와 인정이 계획을 세워 지현에게 접근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떠난 한강은 최근 되돌아와 지현을 찾다 민호의 연인이 된 지현을 보고 자신의 마음을 접었습니다. 지난회 묘사된대로 고등학교 시절 두 사람은 크게 다퉈 지현은 한강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현은 부모님에게 끌려 서울로 갔고 한강은 자신을 쫓아내는 어머니 때문에 미국에 사는 아버지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한강의 부모님은 아무래도 이혼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한강은 미국으로 떠날 때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부모님의 비밀을 몰랐습니다.

이미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인정과 민호

2006년경 송이경과 송이수가 헤어져 이수가 교통사고로 죽는 일이 벌어진 듯합니다. 두 사람이 다투고 헤어진 이유 중 하나엔 송이수가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대학 진학해 펜션을 지어 같이 살자는 따뜻한 꿈을 꾸던 두 사람이 왜 갈등하게 되었을까. 송이경이 이수의 죽음을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한 원망도 한몫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그들이 함께 보던 펜션이 한강과 관련있을 것같기도 합니다).

신인정은 엄마와 통화하던 중 괴한에게 납치를 당할뻔 했습니다. 통화하던 내용은 아르바이트를 더 늘릴 수 없다는 하소연 같은 거였죠. 돈 이야기도 오고갔고 짜증이 난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납치를 당해 얻어맞고 강민호의 도움을 받았고 자신이 얹혀 살던 지현의 집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그때부터 강민호랑 사귀게 되었는데 인정과 마찬가지로 악착같이 자신의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성공하고 싶었던 민호는 '신일식' 사장과 같은 신씨인 인정을 신일기업의 딸로 착각한 듯합니다.

부모님에게 알리기 싫은게 아니라 남의 집이라 맞은 얼굴론 갈 수 없었던 것 아닐까

강민호는 자기 자신에게는 투철한 남자지만 남에게는 꽤 정의롭고 관대한 인물입니다. 처음부터 강민호가 '신일기업의 딸'이라 사랑했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최소한 재벌 딸이고 똑똑하고 야무져 보이는 인정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듯 합니다. 그때까지는 인정과 지현이 옷이나 이런저런 장식품도 같이 쓰고 그랬으니 신일식의 딸이 아닌 걸 눈치채기 힘들었겠죠. 유학 다녀온 동안엔 이 '오해'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정도 처음부터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겠지요.

인정은 재벌 딸이 아니라 실망하는 민호를 보며 이 남자가 원하는게 '돈' 뿐이라 생각하고 민호는 자신 역시 지독한 가난과 멸시를 잘 알기에 쉽게 인정에게 동의한 것 같습니다. 인정이 묘하게 지현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지현엄마(유지인)의 태도와 집안일을 해주는 아주머니의 태도로 알 것도 같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요. 알고보면 송이경, 송이수와 신지현, 한강이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 것처럼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일기업의 돈을 가지기로 한 이유,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요.



사랑을 과신한 연인의 오해

강민호는 송이경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인정에게 표현하며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인정을 칼같이 모르는 척 할 정도로 냉정하게 굴었지만 의외로 마음이 약한 강민호는 만나볼수록 사람좋은 지현의 부모를 보며 마음이 흔들려 그들의 돈을 뜯어낼 계획을 추진할 때도 망설였습니다. 그는 낯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구석이 있는 사람입니다. 인정은 자신의 남자의 따뜻한 속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부자 부모를 둔 지현에게 인정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부자 부모를 둔 한강에게 민호도 약간쯤 거북한 감정을 느꼈을 법합니다. 인정과 민호는 그 부분에서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 보다 5년이 넘도록 사귄 그들은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지현과 함께 하는 동안 지현의 취향이나 지현 부모님의 취향을 브리핑하고 민호의 어머니까지 위조하는 등 '사기'를 위한 계획에 집중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막말로 약혼자도 속여넘기는 남자가 애인이라고 속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며 '절친'을 속이는 여자가 애인을 배신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두 사람의 불신으로 파멸이 찾아오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해도 그건 이미 때늦은 일입니다. 이 드라마가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후회가 '남지현'의 삶에는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것 같네요. 참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습니다. 인연이란게 나중에 어떻게 변해가는 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선한 뜻으로 시작한 일이 꼭 좋은 결과를 부르란 법도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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