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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리플리, 여자의 성공 비결 이것 뿐이야?

Shain 2011. 6. 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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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은근히 기분 나쁜 이런 저런 소리를 듣게 마련인데 그중 하나가 회사에서 해고되더라도 '취집'하면 되지 않느냐는 비아냥과 그만 두고 얼른 '시집이나 가라'는 충고같지 않은 충고입니다. 직장생활과 별개인 개인 생활을 굳이 공적인 회사생활에서 강조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똑같은 공부하고 나와 같은 일을 해보겠다는 걸 한마디로 무시하는 말, 고리짝 시절에나 통용되던 '여자 팔자 뒤웅박'이란 속담을 여태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한데 그런 사회 현상을 또 완전히 무시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드라마 '미스리플리'의 모델이 된 여자 신정아가 그랬다고 합니다. 삼풍백화점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녀는 가짜 학력으로 교수가 되었고 여성이란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이용해 교수로서도 명예를 누렸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과장된 스캔들과 사랑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길 없지만 하여튼 드라마 속 장미리(이다해)는 자신의 거짓말을 점점 더 부풀려 성공을 위해 '사랑'을 이용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장명훈의 사랑을 바탕으로 학력위조에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는 장미리

장미리가 비참한 환경에서 자라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동경대' 출신이란 거짓말을 하고 그로 얻어낸 지위를 지키기 위해 장명훈 이사(김승우)와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 자신의 속셈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장명훈의 진심을 떠보기까지 하는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해보겠다는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어 보입니다. '난 진심이었다'는 말, 그리고 '이사님에게 잘 보여서 승진해보려는 여자로 비치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거짓말은 학력 위조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기엔 지나친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방영되던 월화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미스 리플리'에는 주인공 장미리와 장명훈의 베드신이 연출되었습니다. 두사람의 깊은 관계, 단순한 연애 감정 이상의 사이가 되었음을 증명하는 그 장면을 보며 한 여성의 미인계에 빠져 너무도 쉽게 호텔의 사활이 걸린 학력 증명을 간수하는 남자 주인공에게도 실망스럽단 감정이 들었지만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그런식으로 사용하는 모습 역시 실망스럽습니다. 그 행동으로 장미리는 필사적인 거짓말의 당위성을 잃어버린 셈이거든요.



장미리, 드디어 거짓말의 함정에 빠지다

드라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리플리 증후군'이 바로 주인공 장미리가 보여주는 그 증세이긴 합니다. 거짓말의 첫 시작은 남들이 보기에도 어쩔 수 없었고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지 몰라도 아니 혹은 위기를 넘겨내기 위한 사소한 거짓말일 지라도 이후에는 점점 더 자신의 거짓말에 빠져들어 자신 역시 그 변명을 진짜인 것처럼 믿어버리게 됩니다. 그 심리 상태가 아주 잘 표현된게 문희주(강혜정)의 동경대 졸업장을 들키자 '너 때문'이라고 댓구하는 장미리의 태도입니다.

장미리의 운명이 비극으로 변해버린 건 물론 희주가 상한 우유를 마시고 배가 아팠던 때문인 건 분명합니다. 희주야 버려진 것이 아니고 길을 잃었던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지금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겠지만 최소한 그때 바뀌지 않았더라면 장미리가 일본으로 건너가 유흥가에서 일해야했던 일을 면할 수도 있었겠죠. 장미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 없었던 어두운 과거, 그 끔찍한 시기의 일은 비극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졸업장을 위조한 자신의 죄를 상쇄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희주가 사문서 위조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만해도 미리는 자신의 죄에 벌벌 떨며 일말의 미안한 감정이 있었을텐데 일본 총리의 딸이 실종된 사건으로 회사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졸업장 위조에 성공하고, 장명훈 이사를 유혹하고, 호텔의 대표 이미지로 CF까지 촬영하게 된 이후엔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거짓말로 새로운 세계가 탄생했고 그 세계의 기반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했던 핑계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모든 게 바뀐 운명 탓이라고 치부하고 나면 그녀는 더욱 거침없이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첫 시작 부분에 장미리가 거짓말을 해야했던 이유는 충분히 동정이 갔습니다. 죽기 보다 돌아가기 싫은 히라야마(김정태)의 유흥가, 일본으로 강체 출국되면 예전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그런 일을 겪어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포스러울 만한 일입니다. 고졸 출신을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성추행하는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선택했다 이 부분까지는 잘못이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거짓말에 침몰한 그녀는 이제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가해자로 돌아섰습니다.

극중 송유현(박유천)과 문희주는 성실한 삶을 살며 자신들의 커리어를 쌓아온 전형적인 인물들로 장미리의 삶과 상당 부분 비교되는 점이 많습니다. 극중 유현의 새어머니인 이화(최명길)와 송유현의 경영 방식은 상당 부분 대조적이며 거시적인 기업 철학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거짓말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했던 인물이 어느 부분에서는 순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 보다 부족한 면이 있으리란 걸 전제하고 시작한 셈입니다.

기본 자질은 충분하지만 거짓말로 기회를 얻은 사람은 처음부터 성공할 가능성이 없었던 것일까. 호텔에서 근무하다 모델로 시작해 몬도 부회장까지 되었다는 극중 이화는 송유현의 아버지 송인수(장용)와 결혼해 남들이 바라는 성공을 거머쥐었습니다. 장미리의 친엄마로 짐작되는 그녀에게는 장미리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성의 사랑을 발판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거짓말과 미인계, 씁쓸하지만 여자의 성공 비결은 단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네요.



점점 더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녀로

오늘밤 방영분에서는 송유현이 몬도 그룹 후계자라는 걸 알게 된 장미리가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이 방영될 듯 합니다. 장명훈이라는 발판을 버리고 송유현에게로 떠날 생각인게지요. 이미 한번 문희주의 졸업장을 훔쳐 그녀의 기회를 빼앗은 미리는 이번엔 유현과 친밀한 사이가 된 희주의 남자를 차지할 모양입니다. '톰 리플리' 역시 친구의 인생을 카피했고 친구의 여자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런 인물이었죠. 톰 리플리는 살인이라는 잔혹한 범죄까지 저지르며 자신의 거짓말을 완성시켰습니다.

썩은 동아줄의 정체를 알고 경악한 장미리

장미리의 첫등장은 '로열패밀리'의 김마리처럼 살아보려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는 굴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가련한 여성이었지만, 미인계까지 쓰며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그녀는 더 이상 김마리와 같은 생존형 범죄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해야했던 그 이후의 삶은 더욱 그러하구요. 이제는 확실히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마로 변해 문희주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졸업장 위조를 들켰지만 '너 때문'이라는 미리의 한마디에 희주는 행복하면 됐다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송유현의 스카우트로 몬도 기획실에서 일하게 될 그녀가 유일한 장미리의 브레이크가 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 희주가 아니라도 충분히 도망가야할 위험이 많은 그녀. 이런 엄청난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인물이 되려면 히라야마가 곧 등장해 미리를 협박해야겠군요. 지독한 히라야마의 활약에도 장미리가 불쌍해질 것같진 않은데 이것 참 큰일입니다.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격은 과연 언제 등장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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