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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리플리, 미리의 가짜 진심에 울고 웃는 사람들

Shain 2011. 6. 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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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열린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려는 한 여자, MBC드라마 '미스리플리'의 관건은 주인공 '장미리(이다해)'의 거짓말이 얼마나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동정을 받느냐입니다. 지난주 1, 2회의 내용은 파격적인 설정으로 장미리가 일본을 벗어나야만 하는 상황과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직업을 얻고 싶은 열망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일본으로 입양된 장미리는 양아버지의 도박빚을 갚기 위해 유흥가에서 일했고 그 과거를 벗어나기 위해 '학력 위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거짓말'을 싫어합니다. 그냥 내뱉는 입에 발린 말일 지라도 '정직하게' 살면서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이겨나가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더우기 '학력 위조'같은, 남의 공과 노력을 거저 가로채는 거짓말들은 사회적으로도 손가락질받고 비난받는 거짓말 일순위에 속합니다. 장미리가 꾸민 '거짓말'들이 그런 일반적인 편견을 넘어서려면 그녀가 처한 상황이 점점 더 극적이고 격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기를 역전시킨 또다른 거짓말, 동성애자

어제 방영분에서 장미리는 호텔 A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사라진 일본 총리의 딸을 필사적으로 찾아내고 자신은 '동성애자'라는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고생하고 자란 만큼 사람을 한눈에 간파하는 능력이 있고 위기 대처에 능숙한 장미리는 그녀가 어떤 말에 마음을 움직일 지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동경대 졸업장을 만드는 것 보다 쉬운 일이 사람을 접대하고 비위를 맞추는 일인데 가벼운 한두가지 거짓말 쯤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회장(송재호)의 신임을 얻고 몬도의 후계자 송유현(박유천)이 미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고아원 친구였던 희주(강혜정)를 만나 학벌을 위조할 수 있는 졸업장까지 얻게 되었으니 그녀의 도박은 당분간 성공할 것 같습니다. 동경대를 나왔다는 첫번째 거짓말도 성공해 당분간은 평화를 얻은 것도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드라마의 두 남주인공이 그녀의 거짓말과 솔직한 욕심에 혐오를 드러내기 보다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직원의 능력을 중시하는 장명훈

일본의 지역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 급하게 필요했던 장명훈(김승우)과 장미리가 교통사고로 만난 건 둘의 인생을 바꿔놓을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필 그 순간에 장미리가 일본어를 내뱉었다는 우연이 겹친 것도 흥미롭지만 매사 호텔 경영을 냉정하게 처리하는 명훈이 순간적인 판단으로 '동경대' 나온 장미리를 채용하기로 한 부분에는 분명 장미리의 장점이 없잖아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텔 직원으로 충분히 일할 만한 단정한 외모에 일본어와 한국어 모두 능통하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똑바로 저울질할 수 있는 능력은 장명훈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미리의 가능성을 테스트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학벌이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단순히 학벌 때문에 장미리를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출국 조치 때문에 각종 서류를 직접 일본으로 떼러갈 수 없는 장미리의 사정을 봐준 것도 공정한 기회를 위해서지 미리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 때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호텔에 영향력있는 손님의 클레임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미리의 부주의함, 호텔리어로 일해본 적 없는 미리가 부족한 자질을 드러낸 것을 보고 가차없이 징계하는 장명훈에게 그때까지는 사심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지만, 어제의 사건으로 장명훈은 미리에게 몇가지 의구심과 개인적인 관심이 생기게 된 것 같습니다. 일본 총리의 딸 유우(지연)를 설득하기 위해 뒤를 쫓던 장미리가 자신을 '동성애자'라며 거짓 진심으로 유우를 감동시키는 장면이 장명훈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장명훈이 '거짓말'을 하는 성격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은 아직까지 그닥 묘사된 바가 없지만 호텔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손님의 사생활이나 감정에 대해선 매우 냉정한 일면도 보여왔습니다. 그런점이 아내 이귀연(황지현)과의 이혼하게 된 원인인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모사꾼처럼 묘사되는 송유현의 계모 이화(최명길)과 장명훈은 대조적인 운영방법을 쓰는 것같지만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대기발령으로도 모자라 조정대상자로 자신을 처리한 장명훈은 장미리의 장점으로 집중력과 근성,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능력을 정확히 간파했습니다. 그러나 호텔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방심하는 습관이나 무경험을 약점으로 짚어냈습니다. 그런 그가 거짓말하는 미리를 보고 미리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했다는 건 이미 그녀의 거짓말이나 과거를 일정 부분 눈치챘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말하자면 '속여도 좋다, 들통나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같은 자세랄까요.

자신의 행운을 대신 가로챈 희주에게 친한 척 웃음짓는 장미리의 우정도 총리의 딸 유우를 감동시킨 거짓말도 사람들은 장미리의 필사적인 욕망에서 솟아난 인간적인 매력에 끌린 것일 것입니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추구하고 갈구하는 사람의 감정은 옆사람을 감동시키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거짓말로 만들어진 가짜 진심에 울고 웃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안쓰러운 인간의 단면이 아닐까요. 그녀를 호텔리어로 훈련시킬 장명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어떤 태도를 보일지, 미리의 거짓말에 동조해줄 첫번째 인물로 점쳐 봅니다.



썩은 동아줄이란 말에 웃어버리는 송유현

타고난 왕자님 송유현은 장미리에게 한순간에 '썩은 동아줄' 취급을 당했습니다. 고시원에서 사는 그가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말은 누가 봐도 통속극의 한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송유현은 호텔 경영을 비롯한 큰 사업에는 탁월한 마인드를 보이지만 재산싸움하는 이복동생이나 집안에서 정해둔 약혼자가 없냐는 미리의 비아냥을 알아듣지 못할 만큼 현실 감각이 어두운 구석이 있습니다. 고시원에서 살고 있지만 직접 고생하며 모든 걸 얻어낸 장명훈이나 장미리와는 다른 타입의 귀공자입니다.


재벌 2세인 자신을 '썩은 동아줄' 취급하는 장미리를 보며 웃음짓는 송유현은 타고난 사업감각을 선보이며 몬도의 후계자로서 호텔 에이에 입성하게 될 것같습니다. 그런 그가 미리의 다음 타겟이 될 지 그렇지 않으면 비밀스런 그녀의 과거를 지켜주는 수호기사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히라야마(김정태)의 등장으로 겁먹은 미리를 구해내는 송유현은 미리와 가까워질 기회가 생긴다고 합니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가진 유천과 거짓으로 남의 진심을 얻어내는 미리의 만남이 기묘하겠지요.

문희주가 송유현을 좋아하고, 또 유현의 어머니 이화가 아무래도 장미리의 친어머니같다는 게 이 드라마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자 통속극 특유의 진부한 약점입니다만  현재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드라마가 그 단점을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미스 리플리' 역할을 맡은 이다해의 역할은 스스로의 거짓말에 점점 더 빠져들어 진짜 자신과 가짜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감동적이고' 우연한 거짓말이 얼마나 더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지가 핵심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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