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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형제들, 꼬장꼬장 심갑년할머니의 뒤늦은 개명 신청

Shain 2011. 10.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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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가족 드라마란 평가까지 받았던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여전히 주말 시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인기드라마입니다만 아직까지 등장인물들의 '묘한' 범죄 행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대신 그들의 범죄(?)가 그 죄값을 받는다고 해야할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복잡한 갈등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백자은(유이)은 어떻게든 황창식(백일섭)의 농장을 빼앗아 보려 했지만 오히려 창식의 아내 박복자(김자옥)에게 엄마의 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복자는 복자대로 어떻게든 자은을 내치려다 애교있게 잘 따르는 자은에게 안쓰러운 감정을 느끼고 맙니다.

복자가 각서를 훔쳤음을 자은에게 고백하고 돌려주려 했지만 백인호(이영하)의 아내 정윤숙(조미령)이 모든 걸 알게 되면서 복자는 각서를 훔쳐간 사실을 들켜버리고 맙니다. 어떻게든 자은을 내치고 남의 농장을 가져보려 했던 복자의 욕심은 그렇게 씁쓸한 응징을 받게 된 셈입니다. 아무리 그 농장을 가꾼 공로가 법적으로 인정된다 쳐도 땅주인이 백인호임을 부정할 수 없겠지요. 솔직히 넷째 아들의 경찰 사칭이나 복자의 도난은 처벌 가능한 범죄일텐데 그 대가치고는 가볍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간신히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는데

평소 험한 소리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창식의 어머니, 심갑년(김용림)은 겨울이 다 되어 농장을 떠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 한숨을 내쉽니다. 예전에도 아들이 하는 사업이 망해 갖은 고생을 해봤고 간신히 먹고 살만해진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집을 떠나 전세 살이를 가야한다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놀랄 일은 끝없이 일어나나 봅니다. 착한 며느리가 어린 여자아이의 각서를 훔쳤다니 그것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도둑을 어머니처럼 따른 어린애나 잘 살고 싶어서 어린것의 각서를 훔친 며느리나 할머니 입장에서는 참 딱해 보였을 법도 하지요.

갑년할머니는 각서 사건의 전말을 듣기 전까진 개명 신청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갑년이란 이름 대신 미연이로 할까 은하로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할머니는 갑년이란 이름이 정겹지 않냐는 아들의 말에 자은이 자기 이름을 듣고 깔깔거리며 웃더라고 합니다. 세상사를 다 순리대로 받아들인다는 이순(耳順)이 지난 할머니가 '갑년'이란 이름 만은 바꾸고 싶었던 것입니다. 집안이 평안해지고 만사가 해결되자 '개명신청서'부터 들고 나왔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나이 들어서라도 이름을 바꾸고 싶은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개명 신청이 쉬워졌으니 망정이지

요즘은 형제가 많은 집도 굶는 아이들도 보기 힘들지만 과거 전후 세대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여덟, 아홉 형제를 낳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또 그렇게 많이 태어나도 성인이 되기 전 죽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호적에도 올리지 않은채 키우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또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해도 이름도 없이 그대로 자라는 아이들도 종종 있었죠. 간난, 꼭지, 막둥같은 별명을 이름으로 올린 사람들도 그 시절엔 꽤 됩니다.

아주 옛날에는 '개똥'처럼 막 지은 이름을 주면 오래 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은 애들도 있었다던데 여자아이들은 그나마 대개 이름이 없었습니다. 막내라고 말년, 갓 태어났다고 갓난 같은 식으로 대충 부르다 시집을 보냈고 시집가고 나서는 '누구엄마'나 '부산댁'처럼 이름 대신 다른 호칭으로 불렸습니다. 68년에 이뤄진 주민등록 신청 때는 말년, 언년, 유월, 순자, 막순같은 이름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작명학이라고 해서 아기들 이름에 제법 많은 공을 들이지만 과거에는, 특히 여자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시대였으니까요.

심갑년 말고 다른 이름을 갖고 싶지만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는 할머니

드라마 '애정만만세'에도 주인공 크리스탈박(김수미)이 가난했던 과거를 감추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으로 등장합니다. 어떻게든 외국물든 티를 내려 하는 말마다 영어를 섞는 크리스탈의 본명은 '말년'입니다. 시장 바닥에서 크리스탈이 거둬줬다는 써니박(문희경)의 본명은 '언년'입니다. 가난함의 상징이자 못 배우고 대접받지 못하던 이름인 말년과 언년을 크리스탈과 써니로 바꾼 두 사람은 이름이 나름대로 꽤 컴플렉스였던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때로 이름이란 건 참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한 사람을 기억할 때 제일 먼저 그 사람을 구분하게 되는 것이 이름이고 얼굴을 보지 못한 상대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도 이름입니다. 백자은이 할머니 '갑년'의 이름을 처음 듣고 '아버지가 너무 성의없이' 이름을 지었다는 말을 한 것처럼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집의 아들들이 항렬을 따지고 성명학을 따져가며 이름을 얻는 동안 극중 복자나 갑년할머니 같은 사람들은 예쁜 이름을 가져보지 못하고 자랐지요.

옛날에는 개명 신청을 하고 싶어도 꽤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도 어쩔 수 없으려니 하고 살았지만(이름을 바꿔야할 이유 등을 꾸미기 위해 대행소가 필요하기도 했고 허가도 잘 안 났습니다) 요즘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드라마의 영향인지 예전에 비해서는 쉽게 허가해주는 편이라고 합니다(과거에는 이유가 정당하지 않으면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비용도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꽤 많이 내린 모양이구요. 자식 내외 앞에서 거침없이 속애기를 꺼내놓는 할머니가 남몰래 이름을 바꾸고 싶어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집안이 어수선한데 개명신청 성공할까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이름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이 '황창식'인데 왜 큰 아들의 이름이 '황태식'일까 궁금해한 적이 있습니다. 본래 유복자이기 전에는 자녀는 아버지와 같은 한자가 들어간 이름을 쓰지 않는 법입니다. 항렬자를 따르는 집이라면 더더욱 같은 한자를 쓸 이유가 없구요. 같은 한자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와 같은 한글 발음의 이름을 짓지도 않는 거라고 하지요. 외국처럼 같은 이름을 쓸 경우 XX 1세, 2세 하는 식으로 구분하는게 우리 나라에는 맞지 않습니다. 웬만한 집 아들들은 이렇게 이름지을 때 가리는 것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은데 왜 어머니들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지어불렀을까요.

아무튼 오작교에 깡패도 들이닥치고 집안이 많이 어수선진 상황, 심갑년 할머니의 개명 신청이 성공을 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나이들어 이름을 바꾸는 시도가 젊은 사람들 눈에는 별스럽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죠. 아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다는데 이름이나 바꾸고 있을 할머니도 아닌 거 같구요. 그렇지만 자식들 키우며 자신을 위한 일을 많이 해보지 못한 할머니나 어머니 복자의 삶을 생각해볼 때 이름 바꾸는 '사치' 하나 쯤은 누렸으면 싶기도 합니다. 자식이름은 번듯한데 엄마 이름은 갑년이로 불리는 그 심정을 어쩐지 알 것도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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