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계백

계백, 충신을 죽인 은고 그녀의 최후는 낙화암인가

Shain 2011. 11. 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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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에 찬란하게 빛나던 백제가 멸망한 원인은 무엇일까. 멀지 않은 과거에는 주색에 빠진 의자왕이 실정을 하여 신라와 당나라를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또 백제 말기 귀족들과 왕족들이 타락하여 국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최근에는 의자왕이 직접 전쟁에 나가 성을 탈취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의 인물이었으며 당시 백제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나라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지 백제는 한반도 내 삼국의 역학관계와 고구려를 제압하려 했던 당나라의 정세 때문에 멸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기원전에 세워진 백제가 멸망한 것이 660년이니 거의 700년 가까이 융성했던 한 나라가 완전무결했을 리는 없습니다. 신권과 왕권의 대립으로 내정이 소란했던 시기도 있었고 고구려에게 왕이 전사하기도 했으며 신라와의 전쟁 중 성왕이 죽기도 합니다. 백제 말기 강력한 왕권의 무왕과 의자왕이 다시 백제를 부흥시키고자 노력했지만 고구려에게 도움이 되는 백제를 내버려둘 수 없었던 당나라와 성을 빼앗겨 위기의식을 느낀 신라의 연합으로 백제는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

성충을 죽인 은고와 임자, 의자왕은 큰 충격을 받는다

팩션 드라마 '계백'은 귀족들과의 대립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던 의자왕(조재현)이 강력한 백제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 또 부패한 귀족들에게 신라 세작이란 누명을 쓰고 죽었던 목씨 일족의 은고(송지효)가 백제의 황후로 변신해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 또 백제로 인해 아버지 무진(차인표)을 비롯한 모든 가족을 잃고 노예살이를 해야했던 계백(이서진)이 몰락해가는 백제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며 고민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라의 김춘추(이동규)와 대립하고 당나라와의 결별을 선언한 백제, 나라의 존망을 앞에 두고도 황제와 황후는 충직한 장군의 눈에는 별것도 아닌 권력 때문에 고민합니다. 왕은 백제의 영웅이 자신 보다 더 추앙받을까 걱정되어 광기에 사로잡히고 황후는 장차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지 못할까 두려워 충신을 암살합니다. 사택황후(오연수) 보다 더 악랄하다는 평을 받는 은고는 임자(이한위)에게 시켜 김춘추와 내통했고 그 사실이 드러날까봐 성충(전노민)을 죽였습니다. 그녀는 백제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말았습니다.



당나라와의 전투를 예언한 백제의 충신 성충

부여에 있는 삼충사(三忠祠)는 백제의 세 충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삼국사기에도 전하는 백제의 성충, 흥수, 계백은 백제의 대표적인 충신으로 기록되어 있고 방영중인 드라마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성충은 의자왕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다 옥에 갇혀 죽었고 흥수는 유배를 갔습니다. 성충은 죽으면서까지 탄현(충남 대덕군 지역, 지금은 대전광역시)과 기벌포(금강 하구)를 잘 막으면 백제가 무사하다는 조언을 했고 흥수는 성충의 조언을 근거로 위기에 빠진 백제의 방어책을 내어놓았으나 신하들 때문에 무시당하고 맙니다.

드라마 속 흥수(김유석)와 성충, 그리고 의자왕과 계백은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흥수, 성충, 계백과 의자, 은고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던 셈입니다. 극중에서도 양쪽은 진정 백성들을 위한 백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신하와 강력한 왕권을 가진 왕으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권력자의 입장에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들의 대립은 올바른 정치를 꿈꾸는 이상적인 정치인과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권력자의 전형적인 대결 구도입니다. 권력을 가지지 못하면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이상이 없으면 삐뚤어진 권력이 되고 맙니다.

성충의 죽음으로 계백과 흥수는 동요한다

신라에게 정보를 넘긴 죄를 물으라는 성충, 그 성충을 죽인 은고가 빠진 함정이 바로 권력의 함정입니다. 은고는 아버지 목한벽이 억울하게 세작으로 몰려 죽었고 살아남은 목씨 일족들 역시 의자왕이 은고를 차지하기 위해 죽여버려 권력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의자와의 혼인도 원한 적이 없어 애초에 황후가 될 욕심이 없었지만 자신의 일족을 죽이는데 일조한 연태연 황후(한지우)의 위협을 받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황후가 되어 권력을 움켜쥡니다. 권력을 잃으면 왕족이라도 목숨을 잃어야 하고 그 어떤 것도 보호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은고입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천단향(이태경) 신녀는 은고가 황후에 오르면 백제가 위험하다고 예언합니다. 천단향의 예언은 삼국사기 등에 실린 백제 말기의 흉흉한 상황을 예시하던 '거북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백제가 망한다'며 소리치다 사라진 귀신이 나타난 자리에서 거북이가 나오고 그 거북이의 등에는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는 말이 써 있었다고 하지요. 무당이 보름달은 곧 이그러지고 초승달은 차오르니 백제의 국운이 곧 다할 것이라 예언했다가 사형을 당하고 맙니다. 의자왕 등이 충신의 바른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김춘추는 계백을 동요하게 하기 위해 은고의 배신을 알립니다. 당나라가 13만의 군대를 이끌고 바다를 건너오기로 했는제 황후 은고는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김춘추에게 휘둘리고 있습니다. 성충이 떠난 지금 흥수 역시 방어책을 마련하겠다며 조정을 떠났고 오른팔이 되어주어야할 은고는 자신의 죄 때문에 불안해하며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성충의 조언을 계백이 아뢰는 것으로 처리할 것 같은데 그의 조언을 듣지 않아 백제의 군대는 여기저기 갈라져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춘추의 계략으로 은고의 죄를 알게된 계백, 은고는 어떻게 될까.

예전부터 낙화암에서 의자왕의 삼천궁녀가 뛰어내려 죽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습니다. 삼국사기 등에도 전하지 않는 이야기이고 당시 사비성의 규모와 상황 등을 따져볼 때 절대 불가능한 숫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낙화암(예전 이름 타사암)에는 신라군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던 떨어져 죽은 궁녀의 이야기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과장되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라는 것이죠. 1966년 건축된 '삼천궁녀를 기리는 궁녀사'는 의자왕의 타락을 강조하는 듯 보여 보기 좋지만은 않습니다.

나라가 멸망하는 슬픔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하루 아침에 나라없는 백성이 되는 슬픔, 왕족과 귀족들은 마땅히 한 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을 당하며 백성들의 안위를 도모합니다. 그 상황에서 '세작'으로 지목받은 은고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은고야 말로 낙화암에서 뛰어내릴 바로 전설의 주인공의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새로운 백제를 꿈꾸던 젊은 날의 자존심 강한 은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선택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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