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마지막회 앞둔 강풀의 '조명가게' 댓글이 더 울컥

Shain 2011. 12.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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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흥미롭게 지켜보던 웹툰 '조명가게'가 내일 12월 6일 화요일에 그 마지막회를 연재한다고 합니다. 강풀의 웹툰은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기에 아쉬우면서도 끝을 맺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애매한 기분이 드네요. 강풀의 만화는 호기심이 나면서도 묘하게 읽는 사람의 아픈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때로는 감동적이지만 때로는 마음 한쪽이 불편해집니다. 종종 그의 웹툰은 감동할 일이 많지 않은 현대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만화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아마 그것이리란 생각이 드네요. '조명가게'도 마찬가지로 많은 팬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본래 웹툰 '조명가게'는 매주 월, 목요일에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마지막회라 그런지 '화요일'에 올라온다고 작가가 공지했더군요. 지금쯤 마무리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벌써 작업을 마치고 내일 업로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강풀의 작품은 그동안 보았던 다른 만화들처럼 결말이 궁금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웬만한 미스터리 극이라면 최후의 반전이라던가 비밀이 궁금해질 법도 한데 이번 이야기는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한 여운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연재되던 강풀의 '조명가게' (출처 : 강풀의 '조명가게')


'조명가게'는 '예고편'에 정리된대로 5년전에 만화가 강풀이 작업하리라 예고했던 네 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영화로 널리 알려진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타이밍2(어게인)', 만화가 아닌 영화 시놉시스가 되어 권상우, 정려원 주연의 영화로 태어난 '통증' 등이 그것입니다. 그 사이 갑작스레 좀비가 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당신의 모든 순간'도 연재되긴 했습니다만 꾸준히 오래 기획하고 작업해서 그런지 특유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웹툰이었습니다. '조명가게'는 그 예고된 작품들 중 마지막 편입니다.

그동안 '조명가게' 아래에 달리는 댓글에서 1등을 한번 해보겠다고 꾸준히 노력하던 강풀(본명 강도영)이 연재 당일 마다 화제가 되고 베스트 추천 댓글에 오르곤 했었는데 마지막회를 예고한 지난주 목요일에는 조금 다른 내용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만화를 보내면서 느끼는 감회를 적은 건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만화가에 대한 고마움 뿐만 아니라 웹툰 '조명가게'의 내용처럼 안타깝게 떠나보내야했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 속에서 이 만화 속 이야기와 함께 저세상으로 떠난 식구들을 회고하고 있었습니다. 병으로 명을 달리하신 아버지와 어머니, 부모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댓글을 메우고 있어 슬프고 애잔한 감정이 마치 음악소리가 울리듯 멀리 퍼져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더군요. 생과 사의 위기를 겪고 살아난 한 소년이 내리는 눈을 보며 울먹이는 그 장면은 죽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대변하는 듯도 했습니다. 살아난 그 소년이 죽어버린 내 가족이었으면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다른 세계에서도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그 마음 알것 같았습니다.

많은 추천을 받았던 댓글 중 하나는 실제로 자신이 중환자실에 있었다는 고백입니다. 생명을 잃을 뻔했던 스물 여섯의 그 환자는 다시 골수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격려를 보냈음은 물론입니다. 아이를 잃었다는 댓글에도 어머니를 떠나보냈다는 댓글에도 위로의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댓글 1등이 되고 싶었던 강도영의 댓글과 자신의 사연을 적은 울컥한 댓글들이 오락가락하며 이 이야기 '조명가게'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회 예고와 함께 올라온 강풀의 댓글과 많은 사연들.


사람들이 '조명가게'를 찾듯 '삶에 대한 의지를 잃지 말 것'이란 메시지가 가족을 보내야했던 사람들에게도 큰 병이나 사고 때문에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용기를 준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의 오손도손한 분위기에 저절로 따뜻한 웃음이 나는 기분, 분명 강풀의 만화는 유난히 특별합니다.

'강풀만화미스테리심리썰렁물 조명가게'는 그렇게 2011년 8월 8일부터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평범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은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외진 마을버스정류장에서 한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고 버스에서 내린 한 남자는 매일 같은 자리에 있는 그 여자에게 신경이 쓰입니다. 매일 설레임 반 궁금함 반으로 그 여자를 유심히 보던 남자는 결국 그 여자에게 말을 걸고 그 남자가 보여준 호의에 따라 나선 여자의 비밀이 드러납니다. 공포스러울 만큼 끔찍한 여자의 비밀이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전 강풀의 '미스테리심리썰렁물'들이 그랬듯이 어쩌면 오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고 나갑니다. 귀신이나 저승사자처럼 보이던 그 무서운 사람들이 알고 보면 피가 흐르고 뜨거운 사랑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생과 사의 비밀은 가끔씩 무섭고 가끔은 마주하기 싫지만 알고 보면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은 아닐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풀의 또다른 이야기를 떠나보내야하는 지금, 아쉽긴 해도 실컷 울고난 듯 개운한 기분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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