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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정도전 26

정도전, 운명적인 위화도 회군과 거골장 이성계의 자질

1388년은 고려의 역사를 바꾼 여러 사건이 일어난 해입니다. '정도전'에서 인상적인 악역으로 활약했던 이인임(박영규)도 그 해에 죽었으며 드라마 속에서는 묘사되지 않지만 방탕한 우왕(박진우)이 최영(서인석)의 서녀와 결혼하고도 정비와 후궁을 여럿 두어(구비삼옹주) 폭정이 극에 달했던 시기도 그때입니다. 계속 그렇게 여자만 밝히고 못나게 살았다면 든든한 고려 귀족들 특히 장인들 덕에 그럭저럭 정권을 유지했을지 모르나 아버지를 상기시키며 요동정벌을 부추킨 최영이 결과적으로 우왕의 정치 생명을 끊어놓은 해도 1388년 이지요. 고려를 지키던 기둥이던 최영도 위화도 회군 이후 1388년 목숨을 잃고 말았으니 정도전(조재현)의 표현대로라면 오백년 묵은 괴물의 심장을 찌른 해이고 고려라는 나라가 망해버린 해 입니..

정도전, 최영과 이성계 요동정벌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현대에도 국경 분쟁은 세계가 주목하는 심각한 이슈입니다. 때로는 독도처럼 명백히 대한민국 영토인 곳을 국경 분쟁 지역으로 둔갑시키는 횡포를 목격하기도 하고 강대 국가가 약소 국가를 점령하는 일은 요즘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원나라의 침략을 받고 독립적인 국호 조차 지키기 힘들었던 고려 말기의 상황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안 좋았겠죠. 말로만 원나라의 부마국이지 속국이나 다름없던 고려에서 공민왕이라는 천재적인 왕이 등장한 것은 어찌 보면 기적입니다. '정도전'의 공민왕(김명수)는 고려 출신 명덕태후(이덕희)의 아들로 기황후의 원나라에 맞선, 탁월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원나라 노국공주를 아내로 맞아 사랑했으나 노국공주가 죽자 미치광이로 전락하고 맙니다. '정도전'의 최영(서인석)은 방탕한 우왕(박..

정도전, 역성혁명을 위해 제거될 최영과 정몽주

고대 국가의 역사를 지켜보면 나라에도 생물처럼 수명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한 나라를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그 나라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 이죠. 나라의 생존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고 간신히 국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하면 인간사회 특유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어느 계층에 힘이 몰리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곤 했습니다. 후삼국을 통일하며 세워진 고려 왕조는 초반기에 호족세력을 통합하는데 성공하고 안정된 권력을 유지했으나 말기에는 고착된 귀족사회의 부패가 부각될 수 밖에 없었죠. '정도전'의 이성계(유동근)는 철저히 고려 귀족 사회의 이방인입니다. 그의 국가관은 단순하지만 ..

정도전, 이인임의 몰락과 이성계, 최영의 반목 쿠데타 미화일까

과거 유럽에선 왕족이나 귀족이 엄청난 죄를 저질러도 사형을 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려 600여명의 여성을 살해한 엘리자베스 바토리가 사형당하지 않고 감옥에서 나머지 삶을 살았던 이유도 그녀가 왕족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귀족 사회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죠. 드라마 '정도전'은 고려말 백성들의 존경을 받던 최영(서인석)의 최대 약점을 모자란 인성이 아닌 뼈속 깊이 고려 귀족이란 점으로 설정 합니다. 귀족 가문 출신답지 않게 몸소 왜구를 치고 오랑캐를 물리쳤지만 그에게는 고려 왕족과 귀족사회를 존중하는 뿌리깊은 근성이 남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최영은 왕실의 간곡한 청으로 이인임(박영규)을 살려둘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고려를 무너트리고 조선을 개국한 이..

정도전, 우왕의 구비삼옹주와 몰락을 앞둔 정치인 이인임

고려의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는데 사냥개 이성계(유동근)를 훈육시키는 정도전(조재현)은 여기저기 빈틈을 치러 다니는 모양새입니다. 이성계가 '정전제'라는 수수께끼의 답을 풀기 위해 이지란(선동혁)과 대화를 주고 받는 장면이 너무 웃겼지요. 맹자, 공자같은 건 잘 모르는 장군들의 대화는 수십년 경력 사극 배우의 관록이 느껴졌습니다. 무게감있는 진지한 사극에서 이런 코믹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토라진 이성계가 이지란에게 '너 이제 고만 고향 가라'고 할 때는 유동근의 의뭉스러움에 배꼽을 잡았네요. 물론 이성계가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고려는 점점 더 망조가 들고 있겠지요. 왕의 부덕함은 왕위 찬탈을 위한 좋은 구실이 됩니다. 고려 우왕도 그점에서 예외가 아니었는데 조선은 우..

정도전, 정도전을 얻은 이성계와 몰락을 앞둔 이인임

고려사 간신열전에 실린 대표적인 간신 이인임. '다정가'를 지은 이조년의 후손으로 권문세가였던 이인임에겐 인척이 되려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부인을 둔 왕건 이래 고려의 권력은 혼인을 통해 단단하게 유지되곤 했습니다. 이인임 자신도 먼 친척 뻘인 근비를 우왕과 혼인시켰던 인물이니 가까운 친척들의 혼사를 정략적으로 추진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무나 당여로 넣지 않고 아무나 내치지 않는 그의 노련한 정치성향으로 보아 이성계를 쉽게 맞아들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인임과 이성계 중에 혼사를 맺고 싶어 안달이 난 쪽은 어느 쪽이었을까? 드라마 '정도전'에서는 이인임(박영규)과 이성계(유동근)이 손잡는 일련의 과정을 이성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묘사합니다. 역사의 승자가 된다는 것은 역..

정도전, 이인임의 아들 이성계 그 루머의 시작

이성계과 이인임이 사돈 사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적 사실 중 하나입니다. 이성계는 고향에 향처 한씨를 두었고 개경에는 경처 강씨를 두었는데 한씨가 먼저 얻은 아내이긴 하나 개경에 사는 강씨 만큼 위세가 등등하진 않았습니다. 고려 말기의 일부다처제는 우왕의 '구비삼옹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조선의 처첩제도와 달리 여러 명의 처를 두는 걸 허용했는데 요즘 개념대로라면 강씨가 '첩'으로 느껴지겠지만 강씨는 한씨와 동등한 처였습니다. 그 대단한 경처 강씨의 딸 경순공주가 이인임의 조카 이제와 혼인했으니 이인임과 이성계의 인연은 생각 보다는 가까운 관계였죠. 후에 경순공주는 이방원의 난으로 남편과 동생들이 죽자 승려가 됩니다. 드라마 '정도전'의 이성계(유동근)는 등장할 때부터 이인임(박영규)를 적..

정도전, 억울한 백성의 죽음으로 드러난 그들의 차이점

현진건의 소설 '술권하는 사회'에는 일제강점기의 무력한 지식인이 등장합니다. 번듯한 일본 대학에서 공부한 주인공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처지를 비관하며 현실을 잊고자 술주정뱅이가 되어 갑니다. 아내가 만취한 남편에게 짜증을 내며 술권하는 사람을 탓하자 남편은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조선 사회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내의 무지가 답답하여 다시 술을 마시러 나가는 남편에게 아내는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말합니다. 이인임(박영규)에게 대들다 유배가고 양지(강예솔)를 돌보러 돌아다니는 정도전(조재현)을 보며 느끼는 최씨(이아현)의 기분이 그럴 것 입니다. 나이들수록 잔인한 품성으로 국정에 전혀 자질을 보이지 않는 우왕(박진우). 우왕을 등에 업은 ..

정도전, 학원강사가 된 정도전 일등공신을 만난 이성계

제가 알기론 정도전은 뚜렷하게 첩을 둔 적이 없습니다. 몇몇 시청자들이 드라마 '정도전'의 양지(강예솔)가 정도전(조재현)이 유배지에서 만난 첩이 아닌가 검색하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까지 , 정도전이 연정을 품은 여인이라기 보다 고려 백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생각 됩니다. 당시 고려 백성들의 삶은 비참하다라는 말 한줄로도 부족했다고 하지요. 무명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고려에서 헐벗고 굶주린채 겨울을 지내고 왜구의 침략에 목숨을 내놓는 고려인의 삶을 엘리트 유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무속 신앙에 의지할 만큼 무식하고 자립심도 없는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정도전 자신이 '밥버러지' 신세가 되고 보니 측은지심이 생기더라 이거죠. 아무튼 정도전은 드디어 유배에서 풀려났고 여전히 살림살이가 곤궁하지만 조그..

정도전, 이인임에 휘둘리는 최영 자신을 경계하는 이성계

고려의 최영은 '백수최만호(白首崔萬戶)'라 불릴 만큼 왜구들이 두려워하는 장수였으나 정치적으로는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고려 말기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어떤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느냐에 따라 최영에 대한 묘사가 달라지곤 합니다. '정도전'의 최영(서인석)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공민왕(김명수)이 죽음에 백발을 휘날리며 개경으로 달려온 최영은 궁의 안전을 걱정해 무장한채 어린 우왕(정윤석) 앞에 나타납니다. 그의 충심과 진심은 절대 그릇된 것이 없지만 우왕은 부월을 휘두르는 최영에게 겁먹어 오줌을 싸고 간신 이인임(박영규)은 최영을 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문무를 겸비한 완벽한 영웅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영 장군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아무리 최영이 정치인이 아닌 무장이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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