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지구로

지구로(地球へ) -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의 향수

Shain 2007. 8. 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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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조금은 안타까운, 인류가 우주로 떠나는 장면이 포함된
'지구로'의 1기 오프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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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본 애니 중 가장 인상적이고 잊혀지지 않는 두 작품을 고르라면, 의외로 '지구로(地球へ, 또는 지구를 향해, Toward the Terra, 테라에)'와 '달로스'를 고르곤 한다. 순정만화-SF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일단 SF계열인 '지구로'와 제대로 된 SF인 '달로스' 두 작품이 가장 멋졌다.

끝까지 방영해주지 않은 애니, 또 철이와 한나라는 번역으로 한국에 소개된 '천년여왕' 쪽의 매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구로가 남겨준 강렬한 인상에는 미치지 못한다(난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이다. 엔딩은 대충 마무리된 편이라 정확하게 알 지 못하지만).

'지구로'의 원작 만화가가 타케미야 게이코라는 사실은 어쩌면 좀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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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코믹스(타케미야 게이코) 이미지

한국에서 타케미야 게이코는 '바람과 나무의 시[등록된 건 애니메이션 버전이다]'라는 순정만화로 잘 알려져 있다. 야오이 코드 혹은 동성애 만화로 쉽게 생각하곤 하는 바람과 나무의 시는 매우 단순한 그림체에도 불구하고(요즈음에 비해 그렇다는 말이다 오른쪽의 이미지를 보라[출처:초코미야의 다이어리] ) 주인공의 아름다움과 애절함 등과 같은 감정 묘사에 탁월함을 보이고 있다. 

동성애 코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놀라운 취향의 주인공(연인의 범위와 숫자가 상상을 초월한다)이 등장하는  만화는 볼만하다는 아이러니를 갖게 하는, 작가의 놀라운 능력. 그러나 이런 대표작을 가진 만화가가  SF-순정만화 '지구로'를 만들었다는 게 조금 의외이기도 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몹시도 아름답게 표현된 남자 주인공들이나 그들의 버디 관계(미소년들이 다수 등장하긴 하지만 동성애 코드라기 보단 버디 코드로 이어가고 있다. 솔저 블루와 죠미의 관계에 동성애 설정을 하기엔 두 사람은 나이차이가 50년 이상이 난다),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않을 수 없도록 묘사되는 그들의 슬픈 사연까지 잘 생각해보면 바람과 나무의 시에서 사용된 여러가지 느낌들이 중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순정만화 -SF라는 별칭이 붙을 수 밖에 없는, 애니메이션 "지구로" 주인공들이 어떤 애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소년이란 점을 자꾸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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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들의 지도자 솔저 블루 : 죠미와 마찬가지로 성인 검사 중에 뮤임을 각성하여 뮤들의 지도자가 된다. 지구로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끌고가는 주인공. 죠미를 구하고 난 뒤 거의 누워만 있는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지구를 terra라고 부른 것은 타케미야 게이코가 처음이 아니다(이 코믹스의 발간년도는 1977년이다). 어릴 적에 읽어 잘 기억나지 않는, 어느 공상과학 소설에서도 지구를 테라라고 기술한 걸 본 기억이 있고, 우리가 자주 플레이하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간 종족 명칭도 '테란(terr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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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미 머킨스 신 : 솔저 블루에 이어 솔저의 자리를 맡는다. 인간으로 자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뮤들과 부딪히지만 강력한 지도자로 자란다.


그리고 리메이크된 버전에서 목숨을 걸고 자신의 후계자인 죠미를 구한, 뮤들의 지도자 솔저 블루는 원작 OVA 보다 꽤 오래 살아남는다. 예전 시리즈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까닭인지도 모른다.
20편이 조금 넘는 지구로 시리즈에서 반 이상을 살아남았다니 강력한 솔저(뮤들의 지도자에 대한 명칭이 솔저이다)죠미의 카리스마를 보려면 꽤 오래 기다려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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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스와 피시스 : 키이스는 인류 쪽의 엘리트 멤버이고, 피시스는 뮤들의 미래를 점치는 예언자이다.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기억한다면 원작 지구로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


또 한가지 의외로 리메이크된 버전의 지구로는 전투씬이 매력적이다. 인류쪽 군대의 키이스가 예전에 비해 못 생겼다는 평이긴하지만(미소년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장 미남이었단 소리를 듣던 그가 가장 못생긴 캐릭터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키이스의 캐릭터와 초능력자들인 뮤들의 전투신이 몹시 볼만하다.
키이스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내용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전투신이 묘사되기도 한다. 60년대가 공상과학소설의 붐이었던 시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70-80년대는 공상과학 영화나 애니가 성공한 시대인 듯 하다.

지구로의 향수가 이번 (조금 원작과 결말이 다르다고 알려진) 리메이크 작으로 채워질 것인가?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독특한 작가와 섬세한 묘사(미소년들의 등장 때문인지 그들의 웬만한 등장 장면은 모두 몽환적으로 처리되어 있다. 한번 느껴보라)에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듯.



지구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묘사되는, 엔딩 장면이다 제목은 Love is
솔저 블루나 죠미나 변변한 연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죠미의 뽀뽀씬이 부각된 건 의외.
미소년 코드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 하하..


그리고, SF의 전함 시리즈가 대개 그러하듯
지구로는 배틀스타 갈락티카(Battlestar Galactica)와 가끔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그 모습을 비교해 보고 싶다.
그리고 원작 코믹스와 1980년에 제작된 지구로의 결말이 다르고
현재 만들고 있는 지구로의 결말도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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