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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스마일(Secret Smile), 스토커를 이겨낸 용기있는 그녀 미란다

Shain 2012. 6. 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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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스토킹'하면 떠올리는 행동은 보통 한 대상을 몰래 미행하며 훔쳐보는 것입니다. '스토킹(stalking)'의 어원인 'stalk'가 '몰래 접근하다', '미행하다'라는 뜻이 있으니 그 역시 스토킹의 일종이지만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관음증' 수준의 스토킹은 그나마 경미하다 할 수 있습니다. 스토킹의 본질은 '훔쳐보기'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용하는데 있습니다. 처음엔 지켜보면서 자기만족을 했을지 몰라도 차츰차츰 상대방의 행동과 가치관을 나에게 맞추려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간혹 '스토킹도 관심이고 사랑이다'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는 상당히 위험천만한 관점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이타적인 것이 아니고 자기 만족을 위한 행위이며 맞춰주길 강요하는 자체가 당사자를 괴롭히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면 스토킹 피해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비틀즈의 존 레논, 디자이너 베르사체 등이 이 스토킹으로 목숨까지 잃었고 최근 문제가 된 사생팬들 역시 이런 스토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들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 지독한 악플로 스토킹을 하다 경찰에 고소된 악플러들도 꽤 많습니다.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만난 브렌든에게 호감을 느낀 미란다.


이외에도 온라인 여기저기에서 '악플' 스토킹은 의외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에서 활약(?)하다 한때 네이버로 그 무대를 옮겼다는 J모씨는 싸이월드에서 꽤 유명한 스토커였습니다. 프로필 사진이 공개된 유저를 대상으로 집요하게 일촌신청을 하고 쪽지로 각종 음란한 말들을 전송하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그 지인들을 찾아가 당사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협박하거나 욕설을 퍼붓고 전화번호가 공개된 일촌들게는 차마 보기 민망한 내용의 폭탄 문자나 협박 문자를 전송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피해 당사자는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끔찍한 말과 행동에 충격을 받지만 차츰 자신으로 인해 친한 사람들까지 괴롭힘당한다는 죄책감에 점점 더 고통스러워합니다. 때로는 전화번호나 거주지를 알고 있는 스토커가 실제로 자신이 사는 곳을 찾아와 훔쳐보거나 테러를 가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합니다. 결국은 마음고생을 하다하다 못해 직장생활이나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고 타인을 불신하는 등 크나큰 휴우증에 시달리곤 하지요. 혼자 만의 문제라면 당당히 맞설 수도 있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까지 관련되어 있다면 반응 수위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미란다가 브렌든의 정체를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 보다 심각한 건 당하는 사람의 '명예'입니다. 남들 모르게 쪽지로 상대를 괴롭히는 경우나 공개하기 힘든 내용 즉 공개했을 경우 스토커 보다 피해자가 더 수치스러워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라면 스토커의 범죄행위를 낱낱이 사람들에게 알릴 수가 없습니다. 제 3자에게 '피해자가 나와 오래 사귄 사이다' 라던가 '피해자가 내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또는 '피해자와 사귀었었는데 바람을 피워 헤어지게 되었다'같은 내용을 퍼트리고 다닌다면(다른 스토커의 실제 사례) 제 3자는 둘중 어떤 사람의 말이 진실인지 의심할 수 있습니다.

거론된 사이버 스토커 J는 처음엔 싸이월드로부터 한시적 계정정지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습니다. 다시 다른 범죄 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경찰에 신고했을 경우 상대방은 벌금 등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지만 피해자는 경제적 시간적 손해를 감수하고 불쾌한 내용을 다시 한번 돌이켜야하는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수사에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보복당할까 두려워 때도 있죠(다행히 J모 스토커는 여러 사람들의 응원으로 모지역 경찰서에서 적극 수사했다 합니다. 네이버와 싸이 계정은 수사 결과 때문인지 삭제당했고 현재는 다음과 트위터에서 활약(?) 중입니다).



▶ 사람까지 죽이는 스토커 브렌든 블록

'사이버 스토킹'같은 사이버 범죄는 직접 만나지 않고서도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다는 '접근의 용이함' 때문인지 요즘 계속해서 그 피해 상황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이버 스토킹'은 현실에서 종종 맞닥뜨릴 수 있던 스토킹이 그 수단을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2005년 영국 I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 스마일(Secret Smile)은 집착이 강한 한 스토커가 한 여성의 가족을 붕괴시키고 인생을 산산조각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니나 프렌치라는 작가가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고 '닥터후(Doctor Who)'로 유명한 배우 데이비드 테넨트가 주인공 브렌든 블록 역을 맡았죠.

미란다(Kate Ashfield)는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매력적인 브렌든(David Tennant)을 만나게 됩니다. 외모도 외모지만 재치있는 성격에 반한 미란다는 그와 사귀게 되고 그들의 관계는 급진전합니다. 그러나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뿐 곧 그가 이상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깨닫고 10일 만에 헤어집니다. 허락도 받지 않고 미란다의 집열쇠로 몰래 들어오는가 하면 동생 때문에 식사 약속에 늦자 정색을 하며 화를 냅니다. 미란다의 10대 시절 일기를 꺼내 여동생의 남친과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을 알아내기도 합니다.

여동생의 연인이 되어 나타난 브렌든을 보고 미란다는 경악한다.


미란다는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히고 브렌든과 헤어지지만 그의 집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달 뒤에 나타난 브렌든은 여동생 케리와 연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케리는 미란다와 브렌든이 사귀던 사이였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합니다. 평소 언니 미란다를 라이벌처럼 느끼는 마음이 있던 케리는 브렌든의 문제점이 뭐 였는지 말하고 싶어하는 미란다의 반응을 질투 쯤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걸 시작으로 조울증이 있던 미란다의 남동생이 죽고 평생을 함께 했던 친구 로라까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브렌든의 비정상적인 성격에 경악한 미란다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미안했다며 사과도 해보고 그의 과거를 폭로해 가족들이 신임하는 브렌든을 공격해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점점더 미란다만 거짓말쟁이가 되어 갑니다. 결정적으로 모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어린 시절 케리의 남친과 바람을 피웠다는 일기장 내용을 공개하는 바람에 미란다는 가족의 신임까지 잃게 됩니다. 인간의 약점을 자극할 줄 아는 브렌든의 수작에 평생 쌓아온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다니 시쳇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남몰래 오싹한 미소를 짓는 브렌든. 그러나 여동생은 폭행당하면서도 미란다를 믿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압권은 브렌든이 미란다를 바라보며 은밀한 미소를 짓는 순간입니다. 미란다와 가족들의 사이를 이간질하고 마치 자신이 진심으로 가족들을 생각해주는 사람인척 가족 모임에 참석한 브렌든이 미란다를 보며 남몰래 섬뜩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것 봐라. 너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다 파괴한다'라는 의미의 그 미소. 테넨트의 연기로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은 명장면이기도 하지만 스토킹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이 내 마음에 맞도록 조종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땐 부숴버린다는 잔인성 말입니다.



▶ 스토킹도 결국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이다

스토커는 보통 자신의 기준대로 행동하기에 말이나 설득이 통하지 않습니다. 또 스토커를 말려보고자 마음에 없는 사과를 하고 울고 화내고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 즉 자신의 나약함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비위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욕설을 퍼붓과 끔찍한 말을 남기는 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고 더군다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퍼트리는 건 더더욱 그렇지요. 드라마 속 브렌든이 미란다의 약점 즉 한때 자신과 사귀었고 동생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듯 이런 사람들은 거짓말에도 익숙합니다.

일부 영악한 스토커들은 자신이 괴롭히는 상대 이외에는 의외로 멀쩡하고 정상적인 경우가 많아 쉽게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되곤 합니다. 그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상대방을 고립시키고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유포시키기 때문에 미란다처럼 융통성없이 올곧은 성격이나 직설적인 성격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브렌든같은 인물에게 동조하는 인물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었다면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미란다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죽는다. 브렌든은 이미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브렌든의 이간질로 누구 하나 믿을 사람도 없고 상심한 미란다는 사면초가의 처지가 됩니다. 그녀와 가장 친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미란다가 여동생 케리와 브렌든을 질투하여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던 남동생과 친구까지 잃었으니 절망할 법도 하지만 미란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브렌든을 저지하기로 합니다. 그와 새로 사귀는 연인 나오미에게 브렌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같이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설득합니다. 결국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브렌든은 다소 비정상적이지만 죄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되지요.

개인정보를 비롯한 사생활을 노출하지 말라는 등의 사이버스토킹 방지 요령을 알려주고 때로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는 처방까지 알려주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스토킹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과거에도 있어왔던 부류이고 앞으로도 이런 극단적인 이기심을 가진 부류는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스토킹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적절한 상황파악과 협조 등 주변의 도움과 적극적인 도움 만이 이런 일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게 나설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응원과 격려가 피해 당사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지만 미란다는 결국 브렌든을 이겨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약점이 있습니다. 어떤 남자와도 살 사귀는 언니에게 평소에 라이벌 의식이 있었던 케리가 언니의 전 남자친구인 것을 알면서도 브렌든을 받아들이고 조울증을 겪던 미란다의 남동생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브렌든에게 속아넘어간 것처럼 때로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면서도 동조하고 신뢰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란다가 결국 그 위기를 헤쳐나간 건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죠. 핵심은 각자 입장에 따른 이익을 따지는것이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보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스토커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스토커 식별 요령'은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각종 스토킹 피해를 입었을 때 법적 구제나 피해 신고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또한 타인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하는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유사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에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스토커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스토킹'을 '애정'이라고 보는 관점 때문에 한동안 처벌이 어려웠던 경우가 많았던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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