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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는 아들 하나 낳으려고 딸을 여럿 낳았다던가 불법 태아 감별로 임신한 딸 아이를 유산시켰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이웃에 살던 아주머니가 딸 세쌍둥이를 임신하자 낙태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종종 어머니께 들러 수다를 나누고 가던 그 아주머니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막내딸과 아들의 나이차이가 열살쯤 납니다. 그 기간 사이에 임신한 여자아이들은 모두 낙태했다는 이야길 한스럽게 하곤 하더군요. 유난히 그 집안은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어쩔 수 없이 따라야했다고 합니다.
그 이전 세대는 아들을 낳지 못하면 소박맞는다는 말이 있어 딸을 여러 차례 낳은 며느리가 갓 태어난 자기 딸을 죽여버리는 사건도 있었고 때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남의 아이를 유괴하기도 합니다. 80, 90년대에도 먼 친척을 양자로 들여 대를 잇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집안의 적자인 딸들이 부모의 모든 재산이 양자인 오빠에게 돌아간다며 법에 호소하는 경우도 화제가 되곤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걸 보고 자라 그런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둘째 며느리 장양실(나영희)가 유산우울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긴 하더군요.
극중 등장하는 이숙(조윤희)는 오빠 잃어버린 날 태어났다는 원죄(?)로 생일상을 30년간 못 받아먹습니다. 할머니 전막례(강부자)는 당연한 권리인 양 큰 며느리 엄청애(윤여정)를 구박했고 청애의 남편 방장수(장용)는 그런 어머니를 묵인합니다. 일숙(양정아)이나 말숙(오연서)같은 다른 딸들도 아들이 아니란 죄로 귀하게 크지 못했습니다. 드라마 속이라 완곡하게 표현되서 그렇지 전막례 세대의 강경함을 그 아랫 세대가 받아들이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그런 설움을 알고 있는 세대가 그 윗세대인 할머니 세대와 화해할 방법도 없습니다.
저 역시 손녀라는 이유로 함부로 말하는 할머니가 참 싫었습니다. 할머니 또래들은 구세대고 그들이 살던 시대의 가치관을 아랫 세대가 바꿀 수는 없으며 그들에겐 원칙이고 법인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렇다 해도 이유없는 구박을 달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무엇 보다 서운한 건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그걸 그냥 참으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왜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기 보단 그냥 윗사람이니까 참으라 가르친 것일까요. 그런 감정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진짜 가족인데 오히려 가족이라 유난히 서로에게 인색한 것같습니다.
차윤희(김남주)는 드세지만 노력하며 사는 능력있는 여성입니다. 사업한답시고 많은 돈을 말아먹는 오빠 차세중(김용희)과 철없이 까불고 돌아다니는 막내 차세광(강민혁) 그리고 홈쇼핑이나 할 줄 알았지 경제적 능력은 전혀 없는 엄마 한만희(김영란)를 건사하는 억척가장이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감사히 여기고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복덩어리 남편 방귀남(유준상)은 남들 보기에 오버스럽다 싶을 정도로 섬세한 이벤트로 차윤희의 유산을 위로해주고 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일인듯 나섭니다.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을 불러 함께한 두번째 결혼 이벤트는 차윤희가 유산의 아픔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혼자 삭이기 힘든 아픔이 있기 마련이고 그 아픔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극복합니다. 고옥(심이영)이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남편 방정배(김상호)를 통해 위로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이라면 슬퍼하는 내 가족 특히 아내를 위해 깜짝 이벤트라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많은 돈이 들고 주변 이웃들에게 민폐가 되고 직장 생활이 빡빡하고 힘드니 못하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을 읽어보면 유준상의 그런 이벤트는 '비현실적'이라 합니다. 일부 여성혐오증 환자(?)는 여자들의 기대감만 높이놓는다며 불쾌함을 표시합니다. 오죽 하면 유준상이 극중에서 방정배에게 '대국민사과'를 했을 정도입니다. 본의아니게 다른 남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말입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넉넉한 의사 남편에 아내를 위해 할애할 시간도 충분한 방귀남같은 형편의 남성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유산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마련한다는 그 마음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건 좀 의외더군요.
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유산'이라는 상황 앞에 가족들은 딱하다는 마음이 있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위로랍시고 한마디 건냈다가 마음을 후벼팔 수도 있으니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아니 늘 얼굴을 맞대고 사는 가족이라서 더 살갑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족들끼리는 괜찮다는 위로도 미안하다는 사과도 또는 잘못했다는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합니다. 유산 때문에 내 마음이 아팠다는 말을 했다가 눈물이라도 나면 어쩌나 내 실수로 조카를 잃어버렸다고 하면 시어머니가 날 쫓아내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방장수는 자신이 지켜줘야할 아내를 30년 동안 학대했습니다. 말숙을 임신한 아내가 딸기를 먹고 싶다고 해도 사다주지 않고 어머니가 보따리 들고 나가라며 아내를 쫓아낼 때도 편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엄청애가 전전긍긍하며 시어머니 막례의 눈치를 보고 서운한 마음이 속으로 곪아 잘 사는 이웃집 여자 윤희에게 삐딱한 심술을 부리는 성격이 되는 것도 모르고 아내이기 때문에 그녀를 방치했습니다. 방귀남이 이벤트로 아내를 위로할 만큼 적극적인 남편이라면 방장수는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현하지 않은 그런 남편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제 보이스 피싱 사건으로 엄청애가 해를 입었을까봐 벌벌 떨고 돈을 입금하겠다며 은행으로 뛰어가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만약 납치가 아니라도 엄청애가 어느날 갑자기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면 미안하다는 말도 그리고 고마웠다는 말도 하지 못한 방장수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반평생 이상 함께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도 수고했다는 위로도 건내지 못한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비참할 것입니다. 내 성격이 본래 무뚝뚝해서 그런 말을 못했다는 건 아내가 떠난 순간엔 위로도 변명도 될 수 없습니다.
차윤희가 남편의 요란한 두번째 결혼 이벤트로 가족들의 사랑을 느끼고 조금은 유산의 아픔에서 무뎌질 수 있었던 것처럼 가족에게 듣는 위로의 말은 슬픈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방장수의 늦었지만 간절한 사과처럼 '그동안 잘못했다'고 깨닫게 되는 그 순간이 가장 적당한 때인지도 모릅니다. 요란한 이벤트면 어떻고 남들 보기에 닭살돋는 애정행각이면 어떻습니까. 이 순간 가족들에게 느끼는 고마움이나 사랑을 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내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안식처를 얻게될 것입니다. 방귀남은 그 방법 하나를 보여준 것 뿐이구요.
옛세대들은 그랬습니다. 윗사람이 잘못하는 거라도 무조건 아랫사람이 참으라 했고 윗사람이 체신없이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딸과 며느리를 함부로 했던 윗사람이자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할머니 전막례. 그녀가 며느리 청애의 손을 잡고 사과하는 모습이 그래서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뭐든지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잘해줘야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세대 간의 화해이고 사랑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론 '할머니'의 기억 때문인지 첫등장 때보다 유해진 전막례의 캐릭터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그 이전 세대는 아들을 낳지 못하면 소박맞는다는 말이 있어 딸을 여러 차례 낳은 며느리가 갓 태어난 자기 딸을 죽여버리는 사건도 있었고 때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남의 아이를 유괴하기도 합니다. 80, 90년대에도 먼 친척을 양자로 들여 대를 잇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집안의 적자인 딸들이 부모의 모든 재산이 양자인 오빠에게 돌아간다며 법에 호소하는 경우도 화제가 되곤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걸 보고 자라 그런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둘째 며느리 장양실(나영희)가 유산우울증을 호소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긴 하더군요.
장양실 보다 남편이 더 밉다는 엄청애. 방귀남은 그녀를 찾아가 위로한다.
저 역시 손녀라는 이유로 함부로 말하는 할머니가 참 싫었습니다. 할머니 또래들은 구세대고 그들이 살던 시대의 가치관을 아랫 세대가 바꿀 수는 없으며 그들에겐 원칙이고 법인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렇다 해도 이유없는 구박을 달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무엇 보다 서운한 건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그걸 그냥 참으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왜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기 보단 그냥 윗사람이니까 참으라 가르친 것일까요. 그런 감정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진짜 가족인데 오히려 가족이라 유난히 서로에게 인색한 것같습니다.
방귀남의 깜짝 이벤트와 방장수의 눈물어린 사과
차윤희(김남주)는 드세지만 노력하며 사는 능력있는 여성입니다. 사업한답시고 많은 돈을 말아먹는 오빠 차세중(김용희)과 철없이 까불고 돌아다니는 막내 차세광(강민혁) 그리고 홈쇼핑이나 할 줄 알았지 경제적 능력은 전혀 없는 엄마 한만희(김영란)를 건사하는 억척가장이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감사히 여기고 그녀를 위로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복덩어리 남편 방귀남(유준상)은 남들 보기에 오버스럽다 싶을 정도로 섬세한 이벤트로 차윤희의 유산을 위로해주고 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일인듯 나섭니다.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을 불러 함께한 두번째 결혼 이벤트는 차윤희가 유산의 아픔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혼자 삭이기 힘든 아픔이 있기 마련이고 그 아픔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극복합니다. 고옥(심이영)이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남편 방정배(김상호)를 통해 위로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이라면 슬퍼하는 내 가족 특히 아내를 위해 깜짝 이벤트라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을 것입니다. 다만 많은 돈이 들고 주변 이웃들에게 민폐가 되고 직장 생활이 빡빡하고 힘드니 못하는 것 뿐입니다.
넘치는 사랑과 위로를 전해주는 방귀남 덕분에 윤희는 행복하다.
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유산'이라는 상황 앞에 가족들은 딱하다는 마음이 있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위로랍시고 한마디 건냈다가 마음을 후벼팔 수도 있으니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아니 늘 얼굴을 맞대고 사는 가족이라서 더 살갑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족들끼리는 괜찮다는 위로도 미안하다는 사과도 또는 잘못했다는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합니다. 유산 때문에 내 마음이 아팠다는 말을 했다가 눈물이라도 나면 어쩌나 내 실수로 조카를 잃어버렸다고 하면 시어머니가 날 쫓아내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내라서 며느리라서 사과도 위로도 건내지 못한 그들.
그러던 그가 어제 보이스 피싱 사건으로 엄청애가 해를 입었을까봐 벌벌 떨고 돈을 입금하겠다며 은행으로 뛰어가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만약 납치가 아니라도 엄청애가 어느날 갑자기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면 미안하다는 말도 그리고 고마웠다는 말도 하지 못한 방장수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반평생 이상 함께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도 수고했다는 위로도 건내지 못한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비참할 것입니다. 내 성격이 본래 무뚝뚝해서 그런 말을 못했다는 건 아내가 떠난 순간엔 위로도 변명도 될 수 없습니다.
30년이나 늦었지만 누구 보다 애틋했던 방장수의 사과.
옛세대들은 그랬습니다. 윗사람이 잘못하는 거라도 무조건 아랫사람이 참으라 했고 윗사람이 체신없이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딸과 며느리를 함부로 했던 윗사람이자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할머니 전막례. 그녀가 며느리 청애의 손을 잡고 사과하는 모습이 그래서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뭐든지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잘해줘야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세대 간의 화해이고 사랑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론 '할머니'의 기억 때문인지 첫등장 때보다 유해진 전막례의 캐릭터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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