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MBC 임성한 노이즈 마케팅 결과에 만족하나?

Shain 2013. 11. 2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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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외지 생활을 오래 하면 TV와 가까이 할 시간이 늘어나더군요. 늦은 시간 퇴근하고 돌아와 조용한 방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뭔가 사람사는 집같지 않고 썰렁한데 시간이 늦어 누굴 만나기는 부담스러울 때 TV 만큼 좋은 도구가 없습니다. 집이 너무 조용하니까 저녁먹고 씻고 청소하고 쉬는 시간 내내 TV를 켜놓고 생활하는 패턴에 익숙해집니다. 딱히 TV를 '시청'한다기 보다 TV 소리가 일종의 생활 배경음이 되고 집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는 신호음이 되고 그랬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도 많은 가정에서 TV는 그런 역할을 하죠.

 

서바이벌 '오로라공주'에 첫회부터 끝까지 출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 중 하나인 '떡대'.

 

제가 시청률을 신통치 않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도 TV를 시청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TV 시청률 하나에 배우와 작가의 몸값이 달라지고 엄청난 액수의 광고비가 책정되기는 합니다만 진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TV 앞에 앉아서 보는게 아니라 다운로드받아서 휴대용기기나 PC로 봅니다.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을 땐 TV와 파일을 연결하는 수고를 하기도 하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 아무 생각없이 켜놓는 TV 채널이 시청률에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영 믿을 수가 없더군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예전에 한참 일이 바쁠 때 우연히 켜놓은 채널에서 본게 전부입니다. 아마 버렸던 딸을 의붓아들의 아내, 며느리로 들이는 내용이었을 거에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블로그에서 '임성한'이란 이름 자체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서 이미 막장 드라마 작가의 대명사로 굳어진지 오래라 그 작가의 프로그램은 시청은 커녕 관심도 가지지 않으니 종종 이 사람이 '스타작가'라고 언급될 때 마다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길래 아직도 '스타'냐 싶었던거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오로라 공주'에 대한 논란은 처음에는 그냥 지켜봤습니다. 드라마 방송 중에 개가 대사를 하고 유체이탈을 했던 캐릭터가 죽고 고정출연이었던 배우가 갑자기 퇴장하고 배우가 자막으로 욕설을 하는 등 뭔가 엽기적인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그 작가가 그런 짓한게 일이년이냐 했고 늘 뒷탈이 많은 그런 드라마 시청률이 1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더군요.

꾸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 작가. 이게 시청률 올리는 능력이라고?

한때는 경쟁 드라마인 '못난이 주의보'에 밀려 시청률이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만 강제퇴출당한 배우의 기막힌 사연이 인터뷰로 뜨자 오히려 시청률은 더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드라마를 빨리 종영시켜야한다는 댓글이 빗발치는데 엄청난 광고비가 오락가락하는 시청률은 상승하니 제작하는 방송국에서는 '연장'을 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까지 나오더군요. 일부에서는 이게 인터넷에서만 욕하고 실제로는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반증이라 했지만 알고보면 그렇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논란에 따른 시청률 상승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성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오로라공주'에 대한 반발과 작가 임성한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자 오히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대체 '오로라공주'가 얼마나 논란거리이길래 이렇게 말이 많나 궁금했다는 거지요. 저녁 먹는 시간에 습관적으로 MBC를 켜놓는 어머니께서도(KBS 보다 화면이 안정적이라 좋으시다네요) '오로라공주'의 내용은 대부분 기억을 못하십니다. 그런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저 드라마 웃기다고 박장대소를 하니까 뚫어져라 보시더군요. 대체 어떤 드라마길래 웃기다는 건지 궁금하시답니다.

 

 

 

 

 

 

 

 

시청률이 오른 이유야 어찌됐든 MBC는 '오로라공주'의 성공(?)이 꽤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작가 측에서 배우의 퇴출을 요구했다는 말도 있고 드라마의 연장을 200회까지 요구했다는 말도 있는데 MBC는 작가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지 못한 것이 확실합니다. 조카까지 메인 출연진으로 등장시킨다는 임성한이라는 작가의 힘이 그만큼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MBC가 경쟁사의 배가 넘는 시청률 단맛을 톡톡히 본 까닭인지 연장 결정에 동의했다는 기사가 하나둘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봤던 임성한표 드라마. 이걸 정말 능력이라고 인정하는 겁니까?

인터넷에서는 연일 비난 댓글이 폭발하고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임성한 작가 퇴출운동이 벌어지는데도 불구하고 MBC에서는 연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기사까지 나오니 시청률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기색이 역력 했습니다. 물론 방송국 입장에서는 본질이야 어떻든 간에 10퍼센트도 넘기 힘든 시청률을 20퍼센트 가까이 끌어올린 효자프로그램 '오로라공주'가 아깝고 또 아깝겠죠. 어차피 일일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자위하며 이 소동을 무마시켜보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일부 언론은 아무리 시청자가 임성한을 욕해도 이런식으로 시청자들을 갖고 놀며 시청률을 올리는게 임성한 작가의 능력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드라마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배은망덕하다고 욕하고 시청자에게 욕을 퍼붓는 이상한 작가가 결국 시청자를 TV 앞에 끌어당긴 건 사실이지 않냐고 비웃는 것입니다. 비난받을 장면이 나와서 비난을 하면 그 자체가 기사화가 되고 기사가 화제가 되어 다시 시청률이 오르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에 휘둘린다는 이야기죠.

최근 방송되거나 방송중인 MBC 드라마 중에는 이런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보는 드라마가 많습니다. 특히 방송 전에 엄청난 논란에 시달린 드라마들은 대부분 첫회에서 10퍼센트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곤 하는데 드라마에 대한 비난이 크면 클수록 첫회 시청률이 올라가는 기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런 의견을 옹호론으로 반박하면 첫회의 시청률을 그대로 끌고갈 수 있는거죠. 최근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는 MBC가 시청률을 상승을 위해 선택한 드라마 대부분은 이런 공식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같네요.

MBC는 이례적인 퇴출운동을 보면서도 노이즈 마케팅을 선택할 것인가.

요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되는 공중파 드라마 중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없어 다시 미국 드라마를 봐야하나 고민중입니다. 케이블 드라마가 재미있다던데 다운로드하기가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고 중파 방송국의 드라마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포맷이라 제작되는 숫자는 많은 반면 질릴 만큼 비슷비슷합니다. 이런 시기에 TV 시청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켜놓던 TV가 이제는 친숙한 배경음이 아닌 소음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MBC가 무난히 협상을 마치고 '오로라공주'를 연장없이 방송종료할지(일부 기사에 의하면 연장없이 기존분량으로 방송종료할 가능성도 높다는군요) 아니면 이대로 시청률의 단맛을 보려할지 그건 내부에서 결정할 문제겠지만 웬만한 배우 출연료 보다 비싸다는 작가의 원고료를 감당하면서까지 '막장 방송국'이 되려는 이유는 알 수 없네요. 1퍼센트의 시청률과 동시에 MBC가 얻어야하는 것은 시청률을 위해 파행을 마다하지 않는 막가는 방송국이란 비난일 것입니다. 예전처럼 '드라마 왕국'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노이즈 마케팅이나 이용하는 한심한 방송국은 면해야하지 않을까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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