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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지역은 어릴 때 물이 부족했다 한다. 수도공사가 덜 되서 물이 안 나오는 지역도 있었지만 수도에 공급할 물 역시 부족했다. 물이 나오지 않는 여름이 되면 항상 급수차가 다녔다고 한다. 학교나 집에선 물을 아끼기 위해 세수한 물을 번갈아 쓰라 캠페인을 벌였고 물이 나오는 지하수나 약수터, 공공 수도엔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수도시설이 확충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 시절에 목욕탕은 좋은 곳이었다. 어른들이 아끼는 물을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물장난할 수 있는 탕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어머니가 때를 밀겠다며 팔을 잡아챌 때는 싫었지만 목욕이 끝나고 느끼는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 때문에 참을만했다. 목욕이 끝나면 얻어먹는 단지우유도 꿀맛이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사람으로 바글바글한 목욕탕 탈의실을 돌아다니다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큰 TV 화면에 흑백의 영상이 떠 있고 자세히 보니 그 목욕탕 안 사람들이 그 TV 안에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TV에 나온단 사실이 신기했던 나는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고 뭐가 있는 줄 몰랐던 어머니는 그거 쳐다보지 말라며 화를 내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당시 목욕탕에 한참 설치하던 CCTV였고 목욕탕에서 자주 일어나는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 했다. 훔칠 사람은 어떻게든 훔쳐가기에 썩 훌륭한 방어책은 되지 못했고 목욕탕 이용자들은 죄지은 사람들처럼 얼굴 가리기에 바빴다. 90년대에 '귀중품은 알아서 보관'하란 목욕탕 측 대응이 나오기 전까진 이 목욕탕 CCTV는 꽤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이었고 요즘도 암암리에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최근엔 특히 선명한 화질로 누군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CCTV가 흔해졌고 도난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해당 지역이나 건물 CCTV로 용의자를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다. 위험을 대비한단 좋은 명분이 있지만 찍히는 입장에선 그리 깔끔한 기분이 들지 않는게 CCTV 촬영이다.
동의없이 이뤄진 CCTV 촬영은 알게 모르게 나쁜 용도로 이용되곤 했고 최근엔 이용자의 인지나 허가 없이 함부로 촬영하는 건 불법이란 조치까지 나오게 된다. 도난이 우려되기 때문에 혹은 도둑을 잡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은 CCTV를 이용하는 핑계로 적절치 않게 되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찍는다는 것, 상상할 수도 없는 사생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어릴 때 어른들은 흔히 이렇게 반응했다. 애초에 도둑놈이 없었으면 그런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이유도 없고 범죄자를 잡자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하는 거라고. 촬영당하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단정한 그런 발언은 요즘도 종종 들을 수 있다. 골목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두고 떳떳하다면 왜 설치를 반대하겠느냐는 반응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또다른 '불법'은 용인해야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이런 분위기가 시대적 분위기로 자리매김해 누군가 나를 도청하고 감시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던 시대도 있었다. '보안'을 위해 나를 몰래 지켜보는게 가능하다면 휴대폰이나 전화를 통한 통신도청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개인 정보를 침해한다는 경고 정도는 가뿐히 무시할 그런 분위기가 한때는 사회에 자리잡고 있었다. CCTV가 사라지면 범죄율이 급증한다는 협박같은 경고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최근 모 총리가 우리 나라는 독재 국가가 아닌 '민주 국가'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하는 인물이지만 한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도둑을 잡기 위해선 목욕탕 CCTV는 당연히 설치해야한다고 믿는 타입의 정치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가를 위해서 다수 개인의 권리를 일부 포기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폭력 집회'가 우려되기 때문에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할 수 밖에 없고 '잠재적' 폭력을 갖춘 단체에겐 시위 신고를 불허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고서도 민주 국가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겠다고 맘먹고 있는 위정자인 것이다. 그것도 다른 어떤 법 보다 위에 있는 '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무시하겠다고 맘먹는 사람이 어떻게 민주를 논할 수 있을까?
'폭력 시위가 우려되므로 집회를 허가할 수 없다'라는 말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무단으로 CCTV를 촬영하겠다'라는 말과 다를 게 없는 권력형 편의주의이다. 국가의 보안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에 고문까지 정당화시킨 과거의 마인드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입장인게다. 강경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폭력은 정당하다는 논리와도 다를 게 없다.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는 입장은 선별적으로 발휘되는 원칙으로 특정 단체의 화형 시위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임의적인 권력의 단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규모 발화와 가스총까지 사용된 집회였으나 경찰은 당사자를 연행하지 않고 적극적인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아 원성을 샀다. 정권을 비판하는 전직 대통령의 발언을 '좌익'이라 몰아부치고 강경 비난함으로서 스스로 독재임을 선언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했다.
'독재'라는 것 별것 아니다. 법을 임의적으로 적용해 이익을 취함도 독재일 수 있고 국민의 기본권 보다 국가의 관리를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것 역시 독재의 기본 환경이 될 수 있다. 비판과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자세를 갖췄음이 지적받아야할 문제이지 '어느 수준'까지 갔기 때문에 독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들의 행동은 기회가 되면 조금 더 강한 무력으로 국가를 규제할 수 있는 집단이란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족(三族)을 멸해야 한다"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의견이 다른 특정 집단 숙청을 공공연히 하겠다 나서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국민이 부처님이다' 라는 스님들의 시국선언을 떠올리게 된다. 개인의 행복과 권리를 우선시하는 나라라면 독재라는 말에 반성하는게 먼저 아닐까. 정부는 지금 그 자리의 권력이 누구를 위한 권력인지 따지고 또 따져야할 때라 생각한다. 독재인지 아닌지는 지금 역사의 CCTV가 모두 기록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목욕탕은 좋은 곳이었다. 어른들이 아끼는 물을 맘대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물장난할 수 있는 탕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어머니가 때를 밀겠다며 팔을 잡아챌 때는 싫었지만 목욕이 끝나고 느끼는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 때문에 참을만했다. 목욕이 끝나면 얻어먹는 단지우유도 꿀맛이었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사람으로 바글바글한 목욕탕 탈의실을 돌아다니다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큰 TV 화면에 흑백의 영상이 떠 있고 자세히 보니 그 목욕탕 안 사람들이 그 TV 안에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TV에 나온단 사실이 신기했던 나는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고 뭐가 있는 줄 몰랐던 어머니는 그거 쳐다보지 말라며 화를 내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당시 목욕탕에 한참 설치하던 CCTV였고 목욕탕에서 자주 일어나는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 했다. 훔칠 사람은 어떻게든 훔쳐가기에 썩 훌륭한 방어책은 되지 못했고 목욕탕 이용자들은 죄지은 사람들처럼 얼굴 가리기에 바빴다. 90년대에 '귀중품은 알아서 보관'하란 목욕탕 측 대응이 나오기 전까진 이 목욕탕 CCTV는 꽤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시설이었고 요즘도 암암리에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신윤복 - 단오풍정, 조선시대판 CCTV?
최근엔 특히 선명한 화질로 누군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CCTV가 흔해졌고 도난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해당 지역이나 건물 CCTV로 용의자를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다. 위험을 대비한단 좋은 명분이 있지만 찍히는 입장에선 그리 깔끔한 기분이 들지 않는게 CCTV 촬영이다.
동의없이 이뤄진 CCTV 촬영은 알게 모르게 나쁜 용도로 이용되곤 했고 최근엔 이용자의 인지나 허가 없이 함부로 촬영하는 건 불법이란 조치까지 나오게 된다. 도난이 우려되기 때문에 혹은 도둑을 잡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은 CCTV를 이용하는 핑계로 적절치 않게 되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찍는다는 것, 상상할 수도 없는 사생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어릴 때 어른들은 흔히 이렇게 반응했다. 애초에 도둑놈이 없었으면 그런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이유도 없고 범죄자를 잡자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하는 거라고. 촬영당하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단정한 그런 발언은 요즘도 종종 들을 수 있다. 골목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두고 떳떳하다면 왜 설치를 반대하겠느냐는 반응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또다른 '불법'은 용인해야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이런 분위기가 시대적 분위기로 자리매김해 누군가 나를 도청하고 감시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던 시대도 있었다. '보안'을 위해 나를 몰래 지켜보는게 가능하다면 휴대폰이나 전화를 통한 통신도청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개인 정보를 침해한다는 경고 정도는 가뿐히 무시할 그런 분위기가 한때는 사회에 자리잡고 있었다. CCTV가 사라지면 범죄율이 급증한다는 협박같은 경고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59979.html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모 정당의 강경 비난을 받았다. 비판 자체를 거부함이 독재의 조건이다.
최근 모 총리가 우리 나라는 독재 국가가 아닌 '민주 국가'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 알지는 못하는 인물이지만 한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도둑을 잡기 위해선 목욕탕 CCTV는 당연히 설치해야한다고 믿는 타입의 정치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가를 위해서 다수 개인의 권리를 일부 포기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폭력 집회'가 우려되기 때문에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할 수 밖에 없고 '잠재적' 폭력을 갖춘 단체에겐 시위 신고를 불허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고서도 민주 국가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겠다고 맘먹고 있는 위정자인 것이다. 그것도 다른 어떤 법 보다 위에 있는 '언론 출판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무시하겠다고 맘먹는 사람이 어떻게 민주를 논할 수 있을까?
'폭력 시위가 우려되므로 집회를 허가할 수 없다'라는 말은 '범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무단으로 CCTV를 촬영하겠다'라는 말과 다를 게 없는 권력형 편의주의이다. 국가의 보안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에 고문까지 정당화시킨 과거의 마인드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입장인게다. 강경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폭력은 정당하다는 논리와도 다를 게 없다.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는 입장은 선별적으로 발휘되는 원칙으로 특정 단체의 화형 시위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임의적인 권력의 단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규모 발화와 가스총까지 사용된 집회였으나 경찰은 당사자를 연행하지 않고 적극적인 단속 의지를 보이지 않아 원성을 샀다. 정권을 비판하는 전직 대통령의 발언을 '좌익'이라 몰아부치고 강경 비난함으로서 스스로 독재임을 선언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했다.
출처 : 뉴시스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090614155506830
'독재'라는 것 별것 아니다. 법을 임의적으로 적용해 이익을 취함도 독재일 수 있고 국민의 기본권 보다 국가의 관리를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것 역시 독재의 기본 환경이 될 수 있다. 비판과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자세를 갖췄음이 지적받아야할 문제이지 '어느 수준'까지 갔기 때문에 독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들의 행동은 기회가 되면 조금 더 강한 무력으로 국가를 규제할 수 있는 집단이란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족(三族)을 멸해야 한다"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의견이 다른 특정 집단 숙청을 공공연히 하겠다 나서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 '국민이 부처님이다' 라는 스님들의 시국선언을 떠올리게 된다. 개인의 행복과 권리를 우선시하는 나라라면 독재라는 말에 반성하는게 먼저 아닐까. 정부는 지금 그 자리의 권력이 누구를 위한 권력인지 따지고 또 따져야할 때라 생각한다. 독재인지 아닌지는 지금 역사의 CCTV가 모두 기록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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