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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배호(박근형)에 복수하겠다는 장세진(이수경)은 결국 유부남을 사랑한 어머니의 전철을 밟는다. 아내가 아무리 사업상의 파트너라지만 이미 유부남인 강태산(차인표)와 연인 사이가 된 것이다. 강태산 역시 조배호가 아버지에게 했던 비겁한 술수를 그대로 배우고 있다. 이로서 조배호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꿈꾸는 커플이 탄생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접어두는 서혜림(고현정)과 하도야(권상우) 커플의 행보와 비교되는 이들 커플의 행보는 '필멸(必滅)'의 운명이 될 수 밖에 없는 설정이다. 재미있는 건 이들 커플이 가진 모순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반어적'인 상황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깨끗한 정치를 내건 정치인 서혜림, 누구나 원하고 있는 그 이상향을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이건 정치 드라마가 연애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 만은 아닌 것 같다. '세련된 정치 풍토에서 세련된 정치 컨텐츠가 나온다' 난 아직 이 드라마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정치물의 지저분한 역사가 반복될까 두려울 뿐이다.
대물이 가진 드라마 자체의 모순
정의로움과 뺑소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매치되는 면이 없지만, '자숙하라'는 일부 사람들의 요청이 있음에도 검사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권상우 이야기는 좀 빼놓기로 하자. 대물이 시청자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현실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깨끗하고 당당한 정치인의 이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개천도 아닌 '시궁창에서 용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멋진 대통령이 탄생하는게 이 드라마다.
반면 서혜림과 권상우의 캐릭터가 청렴하고 빛날수록 오재봉(김일우)과 조배호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행보가 도드라진다. 현실 정치인의 비리와 나쁜 점을 신랄하게 꼬집을수록 주인공의 캐릭터는 점점 더 강해지고 독보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데 이 속시원한 현실 정치인의 풍자가 오히려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일부 부정한 국정 운영 방법까지 동원하는 극중 강태산에게 시청자들의 호감이 몰리는 건 이런 감정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원한일지라도 그의 분노는 일단 순수하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정치적으로 죄책감이 들게 하는 캐릭터인 서혜림에 비해 우호적인 시선을 주게 된다.
어린이들처럼 '로버트 태권 브이'가 악당을 물리치길 바랄 수 없는게 정치판이다. 조배호는 둘도 없는 정치판의 악당이며 공적이지만 백성민(이순재) 대통령을 배출시킨 정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정치의 희망을 말하는 드라마에서 혐오하는 대상을 보게 된다는 것, 그 쓴맛이 중독성이 있는 지는 몰라도 웃음을 주긴 힘들다. 기대를 걸 인물이 드라마 속 주인공 뿐이라는 건 꽤 괴롭다.
의리있는 범죄자, 정의로운 조폭
대물에 등장하는 인물 중엔 종종 '아 저거 뭐야'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10대 재벌임에도 '장사꾼' 마인드를 가진 신호그룹 회장 김명환(최일화)은 실제 '악덕 장사꾼' 정신 밖에 못가진 재벌이 분명 있음에도 짜증스럽다. 오재봉(김일우)야 원래 악역이니 그렇다고 쳐도 하도야의 아버지 하도봉(임현식)는 아무리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굳이 조배호를 찾아가 애원을 해야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극중 하도야를 돕고 있는 조폭 이동백(조덕현)은 아무리 만화같다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조폭에 대한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우리는 주먹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들은 아예 조폭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폭력으로 얻는 불법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조폭이라 부르는데 조폭을 단속해야할 검사가 그들과 어울리고 조폭은 아무렇지도 않게 정의의 편에 선다.
이는 근본적으로 하도야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강태산과 별다르지 않은 행위이다. 아가씨들과 데이트할 때도 이거 자발적인 데이트이고 성접대 아니라고 못 박고 내가 먹은 술값은 내가 낸다는 하도야가 뺑소니 장세진에게 똑바로 하라고 큰소리치던 그 검사가 단속해야할 조폭과 한팀이 된 것이다. 부정을 써서라도 반드시 대권을 잡아 정치 개혁을 하겠다는 국회원과 뭐가 다른가.
네가 서혜림이나 조배호지
정치 불모지란 평가를 받는 나라일수록 정치 컨텐츠는 악의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의적으로 정치 컨텐츠를 제작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하고 '국격'없이 그 덕을 보려 하다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지금도 언론 일각에선 이 드라마가 과연 누구를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이냐 누가 연상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드라마를 보며 우려하는 건 시청자가 아니라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시청자들은 애매하게 해석될 수 있는 드라마 내용을 보고 각자 원하는 꿈을 마련이다. 서혜림의 눈물을 보며 존경하는 정치인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정책에 반대하는, 특정 사건 관련 내용을 보고 분노했을 수도 있다. 그 반응의 기저에 깔린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국민에게 장단 맞춰줄 수 없다. 내가 드라마 속 '조배호'같은 인물을 싹쓸어버릴 '서혜림'이라고 떠들다가는 '네가 조배호다'라는 반응을 얻게 되리란 것이다.
드라마의 모순,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 그리고 몇번씩 반복적으로 말해도 충분치 않은 정치 컨텐츠 악용 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드라마가 정치 드라마이니 시청자의 소원은 속시원한 정치인들을 드라마에서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점이 대물의 약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물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사랑타령' 밖에 없지 않을까. 갑작스런 강태산과 장세진의 러브신은 나름 자구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서로에 대한 호감을 접어두는 서혜림(고현정)과 하도야(권상우) 커플의 행보와 비교되는 이들 커플의 행보는 '필멸(必滅)'의 운명이 될 수 밖에 없는 설정이다. 재미있는 건 이들 커플이 가진 모순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반어적'인 상황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깨끗한 정치를 내건 정치인 서혜림, 누구나 원하고 있는 그 이상향을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이건 정치 드라마가 연애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 만은 아닌 것 같다. '세련된 정치 풍토에서 세련된 정치 컨텐츠가 나온다' 난 아직 이 드라마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정치물의 지저분한 역사가 반복될까 두려울 뿐이다.
11월 10일 방영된 대물의 핵심은 '분노 커플'
대물이 가진 드라마 자체의 모순
정의로움과 뺑소니는 아무리 생각해도 매치되는 면이 없지만, '자숙하라'는 일부 사람들의 요청이 있음에도 검사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권상우 이야기는 좀 빼놓기로 하자. 대물이 시청자에게 주는 카타르시스는 현실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깨끗하고 당당한 정치인의 이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개천도 아닌 '시궁창에서 용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멋진 대통령이 탄생하는게 이 드라마다.
반면 서혜림과 권상우의 캐릭터가 청렴하고 빛날수록 오재봉(김일우)과 조배호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행보가 도드라진다. 현실 정치인의 비리와 나쁜 점을 신랄하게 꼬집을수록 주인공의 캐릭터는 점점 더 강해지고 독보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데 이 속시원한 현실 정치인의 풍자가 오히려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일부 부정한 국정 운영 방법까지 동원하는 극중 강태산에게 시청자들의 호감이 몰리는 건 이런 감정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원한일지라도 그의 분노는 일단 순수하기 때문에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정치적으로 죄책감이 들게 하는 캐릭터인 서혜림에 비해 우호적인 시선을 주게 된다.
어린이들처럼 '로버트 태권 브이'가 악당을 물리치길 바랄 수 없는게 정치판이다. 조배호는 둘도 없는 정치판의 악당이며 공적이지만 백성민(이순재) 대통령을 배출시킨 정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정치의 희망을 말하는 드라마에서 혐오하는 대상을 보게 된다는 것, 그 쓴맛이 중독성이 있는 지는 몰라도 웃음을 주긴 힘들다. 기대를 걸 인물이 드라마 속 주인공 뿐이라는 건 꽤 괴롭다.
의리있는 범죄자, 정의로운 조폭
대물에 등장하는 인물 중엔 종종 '아 저거 뭐야'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10대 재벌임에도 '장사꾼' 마인드를 가진 신호그룹 회장 김명환(최일화)은 실제 '악덕 장사꾼' 정신 밖에 못가진 재벌이 분명 있음에도 짜증스럽다. 오재봉(김일우)야 원래 악역이니 그렇다고 쳐도 하도야의 아버지 하도봉(임현식)는 아무리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굳이 조배호를 찾아가 애원을 해야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극중 하도야를 돕고 있는 조폭 이동백(조덕현)은 아무리 만화같다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다. 조폭에 대한 단순한 '편견'이 아니라 우리는 주먹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들은 아예 조폭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폭력으로 얻는 불법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조폭이라 부르는데 조폭을 단속해야할 검사가 그들과 어울리고 조폭은 아무렇지도 않게 정의의 편에 선다.
마을 주민을 구하고 검사의 구해주러 나타나는 정의로운 조폭.
이는 근본적으로 하도야가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강태산과 별다르지 않은 행위이다. 아가씨들과 데이트할 때도 이거 자발적인 데이트이고 성접대 아니라고 못 박고 내가 먹은 술값은 내가 낸다는 하도야가 뺑소니 장세진에게 똑바로 하라고 큰소리치던 그 검사가 단속해야할 조폭과 한팀이 된 것이다. 부정을 써서라도 반드시 대권을 잡아 정치 개혁을 하겠다는 국회원과 뭐가 다른가.
네가 서혜림이나 조배호지
정치 불모지란 평가를 받는 나라일수록 정치 컨텐츠는 악의적으로 이용되기 쉽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의적으로 정치 컨텐츠를 제작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하고 '국격'없이 그 덕을 보려 하다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지금도 언론 일각에선 이 드라마가 과연 누구를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이냐 누가 연상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드라마를 보며 우려하는 건 시청자가 아니라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시청자들은 애매하게 해석될 수 있는 드라마 내용을 보고 각자 원하는 꿈을 마련이다. 서혜림의 눈물을 보며 존경하는 정치인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정책에 반대하는, 특정 사건 관련 내용을 보고 분노했을 수도 있다. 그 반응의 기저에 깔린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국민에게 장단 맞춰줄 수 없다. 내가 드라마 속 '조배호'같은 인물을 싹쓸어버릴 '서혜림'이라고 떠들다가는 '네가 조배호다'라는 반응을 얻게 되리란 것이다.
진정한 국격은 과연 무엇
드라마의 모순,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 그리고 몇번씩 반복적으로 말해도 충분치 않은 정치 컨텐츠 악용 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드라마가 정치 드라마이니 시청자의 소원은 속시원한 정치인들을 드라마에서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점이 대물의 약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물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사랑타령' 밖에 없지 않을까. 갑작스런 강태산과 장세진의 러브신은 나름 자구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http://www.kgbnews.kr/sub_read.html?uid=19217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69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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