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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드라마 'KBS 프레지던트'는 마지막회가 다가올수록 장일준(최수종)의 인격이 의심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새물결 미래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기 위한 김경모(홍요섭)와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승부수를 띄우는 장일준의 선택은 때로 그의 필사적인 권력의지가 정치를 개인 승부를 위한 하나의 게임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의 경력 중 하나인 민주 투사로서의 과거는 극중 장일준과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입니다.
드라마엔 여러 유형의 정치인들이 등장합니다.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지만 정치권 백전노장으로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상렬(변희봉), 불륜과 비리를 일상처럼 저지르는 구세대 정치인 박을섭(이기열), 김경모를 수장으로 각종 정치공작을 능수능란하게 펼치는 백찬기(김규철), 아내의 국정 간섭으로 스캔들을 일으키고 이미지를 망쳤지만 정책 계승을 원하는 이수명(정한용) 대통령 등 다양한 정치인들이 협상을 하거나 '승부'를 벌입니다.
국내 일인자가 되겠다는 그들의 야망, 때로는 그들의 가치관과 권력 의지가 거칠게 충돌하면서 한국 사회에 부족한 '정치적 양심'이 상실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SBS 대물'이 권선징악적인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건 우리 나라 정치가 아직도 도덕과 정의를 비판할 수 있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일준에 대항해 꼿꼿한 모습을 보였던 여성 정치인 신희주(김정난)의 존재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초 여성검찰청장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힘들게 만들었던 그녀는 당내 김경모의 유일한 적수로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던 참신한 신인 정치인이었습니다. 부패한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야심차게 정치로 뛰어들었던 그녀는 박을섭과 손을 잡게 된 상황에서 '이러려고 정치인이 된게 아니'라며 자신의 모교에서 눈물짓습니다. 정치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는 그녀의 반성은 여성의 눈물이라기 보다 강인한 양심의 눈물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후보 단일화 이후 캠프에 간섭하는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하희라)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신희주는 끊임없이 장일준 캠프에 태클을 넣습니다. 재벌가의 딸로 원리원칙대로 해결하기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만사를 해결하려 드는 조소희의 가치관은 신희주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직 대통령 이수명이 영부인 최정임(양희경)과 그 일가의 비리로 명예에 먹칠을 당했던 일을 다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 스타일의 신희주는 분명 정치인들에게 불편한 타입입니다. 대일그룹 총수인 장인 조태호(신충식)와 처남 조상진(최동준)의 상속 비리 문제가 터지고 장일준이 언론사에 박을섭의 불륜 사실 등을 폭로한 점, 일준의 아들 성민이 폭행 혐의로 조사받았지만 은폐하려 했던 점 등을 들어 '종합비리가족'이라고 꼬집어 비난하는 신희주는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검찰총장으로서 무섭게 정치인들을 다그치는 그녀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종종 협상하고 '게임'을 해야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런 타입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리 원칙을 지키고 양심이 지키며 비겁한 협상에 눈물흘리는 그녀의 캐릭터는 상당히 호감이 갑니다. 장일준의 말대로 국무총리를 비롯한 실무진으로 매우 유능한 인물인 것이죠.
'바른 말을 해도 참 재수없게 한다'는 윤성구(이두일)의 지적처럼 신희주는 자신의 능력을 거친 언변과 융통성없는 처세 때문에 망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리 덩어리 최종옥을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하는 대신 지지를 약속한 이수명 대통령과의 협상, 김경모 역시 장일준을 도청해왔다는 사실을 듣고 배신감을 느낀 신희주는 내가 바라던 정치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며 정치계에서 은퇴해버립니다.
장일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신희주는 안타깝습니다. 최소한 더러운 수단 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장일준과 돈과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는 조소희에게 가장 무서운 '칼날'이 되어줄 수 있는 원칙 중심의 인물이 떠나버렸다는 사실은 주인공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조차 버렸다는 뜻이 됩니다. 원칙을 지키는 김경모나 신희주는 정치판에 적응하지 못한 한갓 '무능한 정치인'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부족함 없이 자란 성민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돕고 싶어하지만 연륜과 경험이 부족해 자주 일을 그르칩니다. 조소희가 남편 일준에게 제일 먼저 섭섭하게 여겼던 것도 성민에 대한 일준의 인정머리없는 태도였습니다. 반면 사회의 부정한 면을 파헤치는 PD 유민기(제이)는 같은 아버지를 둔 자식임에도 일준의 선택을 반대하고 감시하는 양심 역할을 자처합니다.
어머니가 버림받았단 사실도 어쩌면 선거 캠프 내의 누군가가 어머니를 죽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일단 뒤로 하고 선거 과정을 지켜보라는 장일준의 제의를 받아들인 유민기는 초반엔 아버지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가 했지만 점점 더 아버지의 선거 운동에 동화되어 갑니다. 계속해서 아버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이유는 없지만 최소한 일준의 현재 모습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언론인의 눈으로 지켜보는 자세는 잊어버린 듯 합니다.
일준의 딸인 장인영(왕지혜)과 사랑에 빠진 이후엔 그의 날카로운 감각은 점점 더 무뎌져 이젠 장일준 일가의 가족이자 선거 캠프의 홍보 담당팀의 일원이 된 듯하군요. 신희주의 비판도 유민기의 비난도 사라진 일준은 자신이 옳은 길을 가는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서 가야하는 처지입니다. 백찬기의 도청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수찬(김흥수)과 짜고 벌이는 한판 승부는 결국 자신의 총격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겠죠.
결국 현직 대통령과 한판 승부를 벌인 장일준은 조소희를 적으로 돌리게 될 것입니다. 김경모를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그를 받아들일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여당 내 경선 치열해지면서 양심을 배신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아직까지 우리들에겐 이른 '정치 컨텐츠'는 아니었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저는 신희주를 버린 장일준의 승리가 그닥 통쾌하지 않습니다.
드라마엔 여러 유형의 정치인들이 등장합니다.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는 힘들지만 정치권 백전노장으로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상렬(변희봉), 불륜과 비리를 일상처럼 저지르는 구세대 정치인 박을섭(이기열), 김경모를 수장으로 각종 정치공작을 능수능란하게 펼치는 백찬기(김규철), 아내의 국정 간섭으로 스캔들을 일으키고 이미지를 망쳤지만 정책 계승을 원하는 이수명(정한용) 대통령 등 다양한 정치인들이 협상을 하거나 '승부'를 벌입니다.
국내 일인자가 되겠다는 그들의 야망, 때로는 그들의 가치관과 권력 의지가 거칠게 충돌하면서 한국 사회에 부족한 '정치적 양심'이 상실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SBS 대물'이 권선징악적인 설정으로 인기를 끌었던 건 우리 나라 정치가 아직도 도덕과 정의를 비판할 수 있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일준에 대항해 꼿꼿한 모습을 보였던 여성 정치인 신희주(김정난)의 존재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초 여성검찰청장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힘들게 만들었던 그녀는 당내 김경모의 유일한 적수로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던 참신한 신인 정치인이었습니다. 부패한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야심차게 정치로 뛰어들었던 그녀는 박을섭과 손을 잡게 된 상황에서 '이러려고 정치인이 된게 아니'라며 자신의 모교에서 눈물짓습니다. 정치가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는 그녀의 반성은 여성의 눈물이라기 보다 강인한 양심의 눈물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신희주는 정치판 룰에 적응하지 못 했나
후보 단일화 이후 캠프에 간섭하는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하희라)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신희주는 끊임없이 장일준 캠프에 태클을 넣습니다. 재벌가의 딸로 원리원칙대로 해결하기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만사를 해결하려 드는 조소희의 가치관은 신희주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직 대통령 이수명이 영부인 최정임(양희경)과 그 일가의 비리로 명예에 먹칠을 당했던 일을 다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 스타일의 신희주는 분명 정치인들에게 불편한 타입입니다. 대일그룹 총수인 장인 조태호(신충식)와 처남 조상진(최동준)의 상속 비리 문제가 터지고 장일준이 언론사에 박을섭의 불륜 사실 등을 폭로한 점, 일준의 아들 성민이 폭행 혐의로 조사받았지만 은폐하려 했던 점 등을 들어 '종합비리가족'이라고 꼬집어 비난하는 신희주는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검찰총장으로서 무섭게 정치인들을 다그치는 그녀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종종 협상하고 '게임'을 해야하는 정치인들에게 이런 타입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리 원칙을 지키고 양심이 지키며 비겁한 협상에 눈물흘리는 그녀의 캐릭터는 상당히 호감이 갑니다. 장일준의 말대로 국무총리를 비롯한 실무진으로 매우 유능한 인물인 것이죠.
'바른 말을 해도 참 재수없게 한다'는 윤성구(이두일)의 지적처럼 신희주는 자신의 능력을 거친 언변과 융통성없는 처세 때문에 망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비리 덩어리 최종옥을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하는 대신 지지를 약속한 이수명 대통령과의 협상, 김경모 역시 장일준을 도청해왔다는 사실을 듣고 배신감을 느낀 신희주는 내가 바라던 정치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며 정치계에서 은퇴해버립니다.
장일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 신희주는 안타깝습니다. 최소한 더러운 수단 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장일준과 돈과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는 조소희에게 가장 무서운 '칼날'이 되어줄 수 있는 원칙 중심의 인물이 떠나버렸다는 사실은 주인공이 최소한의 안전장치 조차 버렸다는 뜻이 됩니다. 원칙을 지키는 김경모나 신희주는 정치판에 적응하지 못한 한갓 '무능한 정치인'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아들 유민기는 어느새 장일준에게 동화됐나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부족함 없이 자란 성민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돕고 싶어하지만 연륜과 경험이 부족해 자주 일을 그르칩니다. 조소희가 남편 일준에게 제일 먼저 섭섭하게 여겼던 것도 성민에 대한 일준의 인정머리없는 태도였습니다. 반면 사회의 부정한 면을 파헤치는 PD 유민기(제이)는 같은 아버지를 둔 자식임에도 일준의 선택을 반대하고 감시하는 양심 역할을 자처합니다.
어머니가 버림받았단 사실도 어쩌면 선거 캠프 내의 누군가가 어머니를 죽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일단 뒤로 하고 선거 과정을 지켜보라는 장일준의 제의를 받아들인 유민기는 초반엔 아버지를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가 했지만 점점 더 아버지의 선거 운동에 동화되어 갑니다. 계속해서 아버지의 행보에 제동을 걸 이유는 없지만 최소한 일준의 현재 모습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언론인의 눈으로 지켜보는 자세는 잊어버린 듯 합니다.
일준의 딸인 장인영(왕지혜)과 사랑에 빠진 이후엔 그의 날카로운 감각은 점점 더 무뎌져 이젠 장일준 일가의 가족이자 선거 캠프의 홍보 담당팀의 일원이 된 듯하군요. 신희주의 비판도 유민기의 비난도 사라진 일준은 자신이 옳은 길을 가는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서 가야하는 처지입니다. 백찬기의 도청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수찬(김흥수)과 짜고 벌이는 한판 승부는 결국 자신의 총격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겠죠.
결국 현직 대통령과 한판 승부를 벌인 장일준은 조소희를 적으로 돌리게 될 것입니다. 김경모를 파트너로 선택했지만 그를 받아들일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여당 내 경선 치열해지면서 양심을 배신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아직까지 우리들에겐 이른 '정치 컨텐츠'는 아니었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저는 신희주를 버린 장일준의 승리가 그닥 통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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