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생각치 못한 부여휘의 죽음

Shain 2011. 2. 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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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근초고왕'은 사료가 충분치 않은 백제 시대의 드라마라 방영 전후로 보통 삼천, 사천명 이상의 방문객이 유입됩니다(다음뷰나 다른 곳의 열기를 생각하면 이례적인 검색 유입이죠).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건 주로 '근초고왕 왕후'가 누구인지와 위홍란(이세은), 위비랑(정웅인) 등이 실존인물인가 하는 등의 역사와 모티브로 삼았다는 이문열의 원작 '대륙의 한'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부분 등입니다.

어제는 특히 더 방문자가 많았었는데 알고 보니 극중 진승 역으로 출연중인 안재모의 신혼집에 도둑이 들었단 사실 때문인가 봅니다. 출연자들의 구설 이외에도 분란설이 있던 드라마라 자주 기사에 오르내렸는데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안재모씨의 패물을 모두 도난당했다는 이야긴 참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사극 촬영 중엔 모든 스케쥴을 촬영 현장(문경)에만 고정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미처 신경쓰지도 못했겠지요.


현대인들의 이런 '소문거리'들을 아는 지 모르는지 드라마 '근초고왕'의 이야기는 또다른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완월당과 소숙당의 갈등으로 3대 어라하가 모두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자신의 장남을 후대 어라하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남편 비류왕(윤승원)까지 독살한 해비 해소술(최명길)은 12대 어라하 계왕 부여준(한진희) 마저 독살했고 자신의 사촌이자 부여준의 조강지처인 해여울도 칼로 찌른 중죄인이 되었습니다.

'왕후들을 울게 하지 마라, 여인들의 눈물에서 모든 화가 시작되는 것이다'라는 마지막 유언으로 사사된 해소술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집념을 놓지 못하고 큰 아들 부여찬(이종수)을 살려달라 부여휘(이병욱)에게 간청합니다. 부여산(김태훈)도 부여휘도 야망의 결정체인 부여찬 만큼 중한 아들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부여구(감우성)에게 유일하게 의리있고 정의롭던 형이었던 부여휘는 그렇게 가슴아픈 삶을 마감합니다.



지금 '근초고왕'은 멜로 드라마로 변신중

결국  해소술이 11대 어라하와 12대 어라하를 죽이며 희대의 역모를 꾸민 것은 만족하지 못한 여자로서의 인생 때문이라 해야할 듯 합니다. 첫사랑을 포기하며 희생한 자신을 비류왕은 최고의 아내로 대접해주지 않았습니다. 가장 사랑한 아내도 진사하(김도연)였고 가장 사랑한 아들도 부여구였습니다. 형식적인 아내라는 껍데기를 쓰고 살았으니 약속대로 태자 만이라도 소중히 여겨주길 바랐건만 비류왕은 백제를 위한다는 말로 그마저도 외면합니다.

비류왕과 계왕의 제 1왕후로 백제에서 가장 큰 권력을 누리던 완월당, 해소술 그녀가 역사를 움직인 동기가 개인적 욕망이라는 건 극중 여성 캐릭터들의 한계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위례궁의 그 누구 보다 똑똑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부여화(김지수)가 사랑과 운명 때문에 울고 망설이는 역할 만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서노의 후손인 백제 초기의 여성들치고는 매우 소박한 야망입니다.

이 분위기를 대변하듯 유일한 여전사였던 위홍란(이세은) 역시 그 특유의 대범하고 배짱좋은 기세는 어디로 가고 아이가진 여성으로 황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근초고왕의 유일한 여인이 되기 위해 부여화를 밀어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들의 권력싸움이 토착 세력과 신생 세력 간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이라 해도 흔한 내궁의 암투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요.


그 '죽일 놈의 사랑'이 무엇이기에 담대한 이 여성들을 이리 의연하지 못하고 약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지만 궁안의 다른 귀족들과 남성들이 현대인들에겐 사소한 순간의 이익을 두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걸 보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입니다. 영웅 근초고왕이 감내해야할 고통은 그들의 심약한 마음을 다스리고 이끄는 것인가 봅니다. 연륜이 쌓인 근초고왕의 할아버지 흑강공 사훌(서인석) 조차 며느리 앞에선 혀를 끌끌 찰 정도로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니까요.

부여화는 귀족들의 반대와는 상관없이 이성적으로 결혼을 받아들이는게 가장 좋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부여휘가 죽었으니 부여구의 마음이 찢어지게 아플 거라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위로해주고 싶지만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그 앞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단단이(박그리나)의 말대로 근초고왕을 위해 목숨을 걸었으니 자신은 자격이 없는 여성이 아닌 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앞에 두고 번민하는 연인들의 고통, 그를 뒤로 하고 책사 아지카이(이인)과 진승, 위비랑 등은 어떻게든 부여화를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며 합의하고 음모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이대로라면 목숨을 걸었던 부여구와 부여화의 사랑은 또한번 위기에 처하게 되겠죠.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 두 사람의 사랑이 신하들의 마음을 설득하고 위홍란을 제 2왕후로 만족하게 할 것인지 두고볼 일입니다.



해비의 고통은 헛된 것일까

가문의 이익을 따져 왕후 자리를 거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백제가 발전할 것인지 고민하라는 근초고왕의 뜻은 확고합니다. 부여화를 제 1왕후로 군부인 위홍란을 제 2왕후로 두겠다는 것입니다. 완월당과 소숙당의 갈등이 3대에 걸쳐 어떤 고통을 가져왔는지 모르지 않는 근초고왕이지만 그는 백제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그 모든 걸 감수하려 합니다. 근초고왕의 측근들은 그 부분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부여화는 근초고왕이 가장 사랑하는 여성이지만 위비랑, 진승, 두고(정흥채), 복구검(한정수), 파윤(강성진)의 우려처럼 고구려와의 불화하게할 원인이기도 합니다. 백제를 위해 부여화를 죽여야한다는 그들의 결단은 불쌍하리 만큼 권력에 집착한 해비와 그 때문에 죽어야했던 부여휘로 인한 것으로 강력한 제 1왕후와 제 2왕후의 갈등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해씨의 씨를 말림으로서 부여를 안정화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모두 한 여성을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들


어차피 이건 역사이지만 역사가 아닌 창작극입니다. 알려진대로 근초고왕의 제 2왕후는 위홍란이 분명합니다. 그녀의 아들은 부여근이라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록된 근초고왕의 왕후는 진씨로 근구수왕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근구수왕의 이름은 귀수(貴首), 근귀수(近貴首), 귀류(貴流), 구소(久素)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여근이 근구수왕이 될지, 다른 진씨의 아들이 태자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부여화는 이제 눈물을 멈추고 근초고왕의 제 1왕후가 될 수 있을까요. 시청자들의 말처럼 저 역시 어서 이 멜로 드라마가 끝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근초고왕의 연애, 그 젊은 시기가 끝나야지 고국원왕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위대한 고구려에 백제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동명왕의 뒤를 이은 '예왕지인'의 소유자 부여구가 어떤 정복의 꿈을 꾸게 될 지 궁금합니다.

* 동시 발행하여 위 글은 KBS 근초고왕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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