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미있게 보는 로맨틱 판타지 사극 '해를 품은 달'에는 이런 장면이 등장합니다. 자신의 여종이 부당한 누명을 쓰고 양반가 딸인 보경(김소현)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보게된 주인공 허연우(김유정)는 '사람에게는 귀천이 없어도 인격에는 귀천이 있다'는 말로 양반의 의무를 자각한 보경을 꾸짖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큰 혜택을 누리는 '윗것'들의 책임은 인품과 행동 모두를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그런 책임을 망각한 탐욕스런 권력자들이 늘어났고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처럼 사대부의 자질을 논하는 유학자는 점점 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종종 우리 나라의 연예인들이 대접받는 모습을 보면 조선 후기의 '광대'가 연상됩니다. 물론 최고의 탑스타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외모가 '후지다'는 이유로 때로는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화살받이가 되곤 합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범법을 저질렀다면 그나마 참겠는데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은 연예인들 조차 같은 잣대로 '광대' 취급을 받습니다. 전국을 떠돌던 조선 후기 예인들 중에는 걸식을 해야할 정도로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도 많았기에 사람들이 그들을 천대하고 경계했다고 합니다.


연예인들에 대한 '공격' 중 제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얼굴품평회' 입니다. 민폐를 끼치는 인격은 있어도 민폐끼치는 외모가 있다는 주장은 궤변이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외모를 향한 인신공격은 전혀 이해가지 않습니다. '얼굴이 착하지' 않다는 이유로 하대를 당하고 괴물이란 소리를 듣고 심지어 '죽으라'는 말까지 듣는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 무슨 이유로 저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딱하기까지 합니다. 때로는 관심으로 돈을 벌기에 그런 말은 당연히 감수해야한다는 주장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모 국회의원이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된 연예인은 마약에 손대거나 자살한다'는 말로 연예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발언은 특정 연예인이 아닌 특정 인물을 향해 내뱉은 말로 자신은 실언이라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 발언을 했던 인물과 그 말로 상처입는 연예인들의 처지를 대비해 보면 실소가 나는 발언이랄 수 밖에 없습니다. 연예인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그들을 여론으로 내쫓기까지 하는 이 시대에 각종 비판과 비난이 난무함에도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너무도 대조적이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에게는 엄격하고 정치인들에게는 관대하다. 이 엄청난 이중잣대는 마치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보는 것처럼 씁쓸하기만 합니다. 배고프고 가난하기에 걸식을 하고 천대를 당하는 예인들은 매를 맞는데 세도정치로 나라를 쥐어짜고 썩어가게 만들었던 양반층은 그들의 권력과 돈이 무서워 아무도 비난하지 못하던 그 때의 시대상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소작료를 자꾸 올려받는 마름이나 양반에게는 항의하지 못해도 여기저기 떠도는 광대에게는 화풀이가 가능하던 그때의 모습과 별다르지 않습니다.

모 국회의원 발언에 대한 댓글이 올라온 이효리 트위터

우리는 그 발언을 했던 국회의원이 어떤 법적 소송에 걸려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1심, 2심에서 패소했으나 대법원 판결은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인 그, 표절 논란에서 한시도 자유롭지 못한 정치인임에도 그 오랜 세월 퇴출되지 않고 꿋꿋이 정치인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이번에 이런 발언을 했던 이 사람 뿐만 아니라 아나운서에 대한 집단 모욕이나 성희롱 문제로 논란이 되었던 누군가도 여전히 국회의원이며 심지어 선관위 해킹 문제를 수행비서 단독 범행이라 말하는 그 인물도 아직까지 국회의원입니다.

연예인이 비슷한 일을 했다간 지금까지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수많은 언어공격으로 돌맞아 죽었을 법한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정치인들이야 말로 도덕적 인격적 책임을 저야할 사람들이고 연예인들은 아무리 저 멀리 별처럼 빛난다 한들 우리와 똑같은 국민들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때로는 그네들의 돈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연예인도 하나의 직업이고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죠. 아직까지 그네들을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딴따라로 취급하는 건 옳치 않습니다. 그건 같은 국민에 대한 천대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연예계 스캔들의 법칙이랄까, 정치권에 뭐든 빅뉴스가 생기면 굵직한 연예계 스캔들이 터지고 언론들은 정치권의 빅뉴스 보다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대서특필합니다. 마치 공식적인 희생양이라도 되는 양 그들은 정치인들을 대신해 도마에 올라갑니다. 가끔은 너무 딱 들어맞아 누군가 일부러 스캔들 폭로를 조작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정치인들이 연예인과 같은 강도의 비난을 받고 비판을 들었다면 벌써 퇴출되고 판을 물갈이할 수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늘 물러나는 건 특정 정치인이 아닌 스타들 뿐입니다.

국회의원 당신이 이효리였다면 벌써 퇴출되었을 겁니다. 가끔은 힘없는 연예인을 방패막이 삼아 뒤로 숨는 비겁한 사람들이 함부로 그들을 말하는 뻔뻔함까지 보인다는 자체가 코미디입니다. 이효리가 개념있는 연예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점을 흐리고 있지만 적어도 그녀의 잘못이 국회의원들이 받은 법원 판결 보다 대단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들이 천시하는 그 연예인들 덕에 비난을 모면한 분들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쓴웃음이 나긴 하더군요. 발등에 떨어진 불을 생각하면 연예인들이나 거론할 때가 아닌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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