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중 하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반전이 기막히다는 점이나 설정이 탁월하다는 점은 인정해도 이른바 '전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결말을 추리하는데 있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단서가 아닌, 작가만 알고 있는 부분에서 갑자기 '정답'이 튀어나오니 뭔가 반칙 아니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이나 드라마가 이런식으로 전개되는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기껏 공들여 짜놓은 이야기를 독자가 너무 쉽게 눈치채면 재미없기 때문이죠. '주군의 태양'은 첫회부터 지금까지 주중원(소지섭)과 태공실(공효진)이 과거를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단서를 드러냈습니다. 어린 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