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해를 품은 달

해를품은달, 몰입도 떨어지는 성인 역할 언론이 논란 키워

Shain 2012. 1. 20. 12:30
728x90
반응형
예전에 읽던 만화 중 스즈에 미우치의 '유리가면'이란게 있습니다. 천재적 연기자 자질을 타고난 기타지마 마야와 최고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히메카와 아유미의 이야기로 30년이 넘도록 완결되지 않은 만화로도 유명합니다. '유리가면'의 뜻은 연기자는 배역에 따라 마치 가면을 바꿔 쓰듯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뜻인데 유리는 투명한 재질이라 얼굴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비치게 합니다. 즉 자신의 재능, 경험과 연륜을 모두 담아 연기를 해야한다는 뜻입니다.

두 여주인공이 연기를 겨루던 내용 중 '두 사람의 왕녀'란 연극이 있습니다. 히메가와 아유미는 음침하고 어두운 왕녀 오리겔드를 맡았고, 기타지마 마야는 구김살없이 밝은 미소녀 알디스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는 아유미가 훨씬 미인인데다 부족함없이 자라고 마야는 평범한 외모로 고아나 다름없이 자라 두 사람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역을 맡았다고 했었죠. 그러나, 모두의 우려를 뒤집고 두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완전히 이해하고 완벽한 연기를 펼칩니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한가인. 그에 대한 진짜 평가는?

그 만화를 읽고 연기자라는 직업은 다양한 표현을 위해 보다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고 또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자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들 나름대로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지만, 아무리 시청자들이 전문 연기자는 아니라도 요즘은 드라마도 다양해지고 볼거리들도 늘어 연기가 보기 어색하다던가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판단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생각 보다 정확하고 냉정한 결정을 내립니다.

최근엔 과거에 비해 연기자들의 사생활도 자주 노출되는 편이라 그 연기자의 사생활 이미지가 캐릭터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덕분에 경력이 오래된 연기자 보다 신인 연기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적어 기존 연기자들 보다 역맡기가 수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특히 출연작품이 많은 배우들 경우 기존 배역 이미지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가 신선해 보이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밑져야 본전'으로 느껴집니다. '해를 품은 달'의 허연우 역 한가인이 그런 불리함을 그대로 떠안게 된 것도 사실이죠.



상반된 의견을 호도하면 부작용이

어제 방영된 '해를 품은 달'의 마지막 장면, 허연우 역의 한가인이 등장하던 그 순간의 시청률이 무려 29.4%였다고 하더군요. 일단 아역들의 나무랄 곳 없는 연기로 주연 한가인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는데는 성공한 듯합니다. 게다가 죽은 것으로 위장해 국무 장녹영(전미선)과 함께 한양을 떠난 허연우와 연우를 잃고 슬퍼하며 왕위에 등극한 이훤(김수현)이 윤대형(김응수)과 갈등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기세등등한 할머니 왕대비 윤씨(김영애)도 여전히 이훤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연우 역의 김유정이나 이훤 역의 여진구, 양명역의 이민호가 중간에 교체되는 모습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자주 등장하지 않은 잔실까지 포함해 세어 보니 총 9명의 캐릭터가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뀌었더군요. 각각의 배역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악에서 극찬까지 끝에서 끝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의견이 상반됩니다. 이훤 역의 김수현은 대부분 '잘 했다'고들 하지만 여진구의 연기가 너무도 훌륭해 김수현이 모자라 보인다는 의견도 다수입니다.

이훤 역의 김수현, 윤보경 역의 김민서 첫 등장.

양명군 역의 정일우는 출연 분량이 적었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의 연우를 그리워하고 동생 이훤을 위해 한량처럼 여기저기 떠도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역이 아주 잘 어울렸다는 평입니다다만 아역 이민호의 잔상이 너무 강해 당분간은 자리를 잡기 위해 고전할 것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김수현이나 정일우는 아역들과의 괴리감 때문에 약간의 어색함이 있긴 해도 성인 연기자 중에서는 제일 먼저 눈도장을 찍을 배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염 역의 송재희는 훤칠한 미남이긴 하나 아역이던 시완에 비해 '삭았다'는 평을 듣고, 제운 역의 송재림은 아역 보다 좋아졌다 아니다로 의견이 갈리지만 대부분 호평인 것 같습니다. 중전 윤보경 역의 김민서는 연기를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지만 역시나 김수현이 워낙 동안이라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평도 간간히 보입니다. 9명의 출연진 중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으로 바뀐 뒤 가장 악평을 듣는 배우는 민화공주의 역의 남보라입니다. 깜찍하고 떼쟁이였던 진지희의 장점을 제대로 못 물려받았다는 평가, 무엇 보다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네요.

최악의 평가를 받은 편인 허염, 민화공주 커플

가장 구설에 올랐던 한가인의 등장은 아주 잠깐이었기 때문에 그 짧은 순간으로 연기력을 평가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언론이 '극찬'했듯 '미친 존재감'이라거나 '강렬한 첫등장'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아역들의 연기가 워낙 훌륭해 변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어제 등장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어색하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을 듣는 가운데 짧게 등장한 한가인 만 유독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건 조금 억지스러운 평가이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 댓글이나 시청자 게시판을 봐도 호평 보다는 적응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더 많습니다.

한가인은 정확히 아직까지 자기 능력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결혼을 했고 상대역 김수현 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모 이미지'를 어떤식으로 극복할지 연기력을 선보인 적 없기 때문에 한가인에 대한 이런 언론의 칭찬이 오히려 한가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듯합니다. 특히 일부 기사에서 적었듯 '시청자를 홀렸다'는 수준의 칭찬은 닭살이 돋을 만큼 과장된 기사라 보는 사람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안 그래도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아야할 한가인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듯하네요.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정일우와 송재림.

연기자는 본래 '천의 얼굴'을 가졌기에 역할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을 압도하기도 하고 정말 그 역할이 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 '해품달'은 아역들이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 어떤 천재 배우가 등장해도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어색함을 '언플'로 극복할 게 아니라 외모를 극복하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게 낫습니다. '조카를 품은 이모', '급노화'란 평가를 여론을 호도하는 기사로 뒤바꿀 수는 없는 법 아닐까요.

30%에 육박하는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다음주부터는 아역들이 모두 사라지고 성인연기자들 만으로 그 매력을 승부해야 합니다. 한가인이 맡은 '월'의 역할은 소설 속에서도 정령같은 존재라 아주 어렵고 힘든 역이었기 때문에 어떤 연기자가 맡아도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화 속 주인공 만큼이나 노력이 필요한 배역이죠. 아쉬운 심정으로 아역들을 보낸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억지 기사 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지켜보는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