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해를 품은 달

해를품은달, 성조를 괴롭히는 마성의 남매 허염과 연우

Shain 2012. 1. 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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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불행한 운명 속에 엇갈리는 연인들의 이야기입니다만 어린 그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불행을 모르는 채 가슴뛰는 사랑을 합니다. 상추소년 이훤(여진구)은 허연우(김유정) 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민화공주(진지희)는 허염을 한번 볼까 싶어 이훤이 공부하는 비현각을 떠날 줄 모릅니다. 양보하는데 익숙한 양명(이민호)은 연우의 선택을 지켜보며 가슴태우고 잘 생기고 똑똑하지만 연애감정이라곤 도무지 모르는 허염(윤시완)은 동생 걱정 뿐이고 뭘해도 그림이 되는 무뚝뚝한 무사 운(이원근)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습니다. 연우의 옆을 지키는 설(서지희)의 눈은 염을 향하고 있지요.

'해를 품은 달(해품달)'의 어린 시절은 곧 끝이 납니다. 그들이 쏜 사랑의 화살은 연인의 가슴을 관통하기도 하고 때로는 빗나가기도 했지만 이훤과 허연우는 서로를 아침에 뜨는 해인듯 또 빰에 뜨는 달인듯 가슴에 품고 영원히 그리워하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해와 달은 늘 함께 하는 운명이고 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아침은 밤을 그리워하고 밤은 아침을 그리워하듯 가까이 있으면서도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운명이 된 것입니다. 그들이 마음놓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어린 시절은 곧 추억으로 잊혀집니다.

상추소년의 사랑은 이렇게 결실을 맺고.

나례 진연에서 연우를 만난 이훤의 머리 위로 꽃가루가 자꾸 떨어지길래 우산이 날아와 떨어졌던 것처럼 물괴 현상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그 장면은 내관 형선(정은표)이 지붕 위에서 연출한 장면이었습니다. 세자 저하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짐짓 지켜보다 혹시나 눈치챌까 꽃가루를 날리는 형선의 모습은 어제 방영된 내용 중 가장 코믹한 장면이었습니다. 홀로 별궁에 머무는 허연우를 위해 구기를 연습한 것도 형선이고 세자가 권당을 선동하도록 도와준 것도 형선이었죠.

형선 역의 배우 정은표는 '구미호 : 여우누이뎐(2010)' 시절에 아내 구미호를 배신한 남편역으로 딸 연이(김유정)를 잘 돌보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연우와 이훤 사이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옛날 아버지(?)의 헌신적인 도움 덕인지 똑똑한 허연우는 성조(안내상)에게 세자빈으로 간택되고 대비(김영애)는 그런 허연우를 죽이기 위해 국무 장녹영(전미선)을 불러 연우를 죽이라 지시하지요. 연우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녹영은 어떻게 해야 모두를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괴로워하게 됩니다.



자녀들 때문에 머리아픈 성조대왕

성조의 유일한 적자인 세자는 알고 보면 연애(?)의 달인입니다. 구중궁궐에 살아 친구 하나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양명 형님을 만나겠다며 몰래 빠져나가 궁궐 담을 넘기도 하고 예동으로 들어온 연인을 보고 싶어 궁녀를 매수해 손수건을 건내기도 합니다. 세자빈 후보가 궁의 예법을 배우기 위해 머무는 별궁 상궁에게까지 손수건을 건낸 걸 보니 세자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홀린 듯이 상추만 바라보는 이훤은 홀로 우는 연우를 위해 구기까지 준비한 자상한 상추소년입니다.

양명군에게 아버지는 '이유없이 때리는 부모'입니다. 알고 보니 양명군의 어머니 희빈 박씨(김예령)는 삼간택까지 들었지만 중전 한씨(김선경)가 간택되는 바람에 홀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 사정을 딱하게 여긴 성조가 후궁으로 들였고 누구 보다 잘난 아들 양명군이 태어났지만 성조에겐 이 남부럽지 않은 아들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성조에겐 왕위를 이을 적자 이훤이 있습니다. 자신의 아우 의성군(김명수)이 정쟁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었음을 아는 성조는 두 형제에게 피바람이 불까 싶어 양명군에게 냉정하게 굴고 그를 멀리합니다.

진중한 큰아들과 상추소년 둘째, 모두가 허연우를?

이훤과 양명군이 동시에 찾아와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의 딸 허연우를 배필로 맞고 싶다 간청하자 성조는 골치가 아픕니다. 양명군이나 이훤이나 같은 아들이고 속정이 없을 리 없지만은 왕실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들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양명에게 과한 애정을 보이면 안되는 성조입니다. 항상 애틋했던 양명군이 평생 처음 소원이라 말했는데 그걸 들어주고 싶지 않을리 없습니다. 그러나 연우는 이훤이 점찍은 여인이기 이전에 허영재의 딸입니다. 정치적으로 대비의 외척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연우를 삼간택 후보로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들이라고 여럿도 아니고 단 둘인데 큰 아들 소원을 덥썩 들어주기에도 작은 아들 소원을 들어주기에도 걸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 성조는 고민합니다. 결국 민화공주의 웃는 모습이라도 보며 기분을 풀려했는데 민화공주는 난데없이 혼인을 하겠다며 성조의 속을 박박 긁어놓습니다. 그것도 허영재의 아들 허염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다니 편안히 쉬러왔던 성조는 오히려 더 큰 골치덩어리를 떠안고 말았습니다. 고집대로 되지 않으면 밥도 안먹고 울며불며 떼쓰는 공주의 성정을 아는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막내딸까지 허염과 혼인하고 싶다고? 골치 아픈 성조대왕.

허염이 처음 등장했을 때 등뒤로 후광이 비치며 그 별명이 '마성의 선비'라고 하더니 이건 뭐 남매 모두가 마성을 지닌 것도 아니고 왕자 둘과 공주 하나가 그들 남매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상추소년은 연우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점잖은 양명군은 연우 몰래 무서운 아버지에게 청을 넣고 막내 민화공주는 허염이 아니면 내게 죽음을 달라며 시위중이니 아버지 성조는 이 녀석들이 자식이 아니라 웬수입니다. 마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고전하는 가장 안내상을 보는 느낌입니다.

마성의 남매에게 빠진 이훤, 양명군, 민화공주의 소원이 모두 함께 이루어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비의 암살 명령 때문에 더욱 험난해진 허연우의 운명, 그녀가 무녀가 되어 이훤 부근에 살게 된다는 처음 시놉시스 때부터 잘 알려진 이야기였고 행복한 웃음도 잠시 어린 연인의 이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른들 조차 두근거리게 만든 그들의 예쁜 사랑이 다음 주면 마지막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뜨면 해가 지는 것처럼 영원히 함께 하는 해피엔딩을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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