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해를 품은 달

해를품은달, 딸을 고통없이 보내고 싶은 아버지의 탕약

Shain 2012. 1. 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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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애는 전작 '로열패밀리'에 이어 이번에도 가족에 대한 살가운 애정이 없는, 무섭고 욕심많은 어머니 노릇을 하게 되었군요. 그때도 첫째 아들(안내상)이 못마땅해 그 며느리(전미선)도 고운 눈으로 보지 않고 자식들에게 치열한 경쟁을 시키더니 이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손자 며느리를 죽이기 위해 손녀딸까지 이용하는 무서운 각본을 짰습니다. 외척 윤대형(김응수)의 딸 보경(김소현)이 세자빈으로 간택되지 못하자 국무 장녹영(전미선)을 시켜 허연우(김유정)의 목숨을 빼앗는 주술을 썼고 그 음모에 민화공주(진지희)를 가담시켰습니다.

예전부터 무속으로 특정인을 저주하고 살을 내리게 한다는 그런 기록을 본 적은 있습니다만(대표적인게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하며 굿을 했다는 내용이 있죠) 극중 장녹영처럼 무서운 검은 기운이 내려 사람을 직접 죽이는 무고(巫蠱)는 처음 본 것같습니다. 그 일을 사주한 대비 윤씨(김영애) 마저도 겁을 집어먹은 듯 깜짝 놀라고 말더군요. 이훤(여진구)의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중 예법을 익히느냐 여념이 없던 연우는 이유도 없이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대비와 민화공주의 저주로 모든 행복을 빼앗긴 허연우.

어제 방영된 '해를 품은 달(해품달)'은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의 딸 허연우가 세상과 작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비의 명으로 세자빈을 죽이겠다고 한 국무는 그녀를 죽이는 척 살을 내리지만 몰래 허영재를 찾아가 연우가 신내림 굿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거짓말을 합니다. 신병이 들었다는 건 세자빈이 된 연우뿐 아니라 허염(윤시완)을 비롯한 허씨집안 모두를 도륙낼 수도 있는 무서운 일입니다. 안 그래도 대신들은 지병이 있는 딸을 세자빈 후보로 내세웠다며 대제학을 벌주라 청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둔 연우를 세자빈으로 맞게 될 것이라 기뻐하던 이훤은 그렇게 좋아하던 연우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연우의 병을 걱정하는 손자를 앞에 두고 대비는 무리하게 왕(안내상)과 세자가 그녀를 세자빈으로 앉히는 바람에 죽게 되었다며 나지막히 경고합니다. 앞으로는 내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무서운 압력이기도 하며 이 일이 밝혀진다 해도 여동생 민화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다치게 될 것이란 암시같은 것입니다. 이훤은 그렇게 알듯 모를듯 연우와 이별합니다.



어린 연인들의 이별 만큼이나 가슴시린 부정

어린 시절 풋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특별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가슴에 한번 박히면 빼낼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과거로 갈수록 더욱 절절했는지 옛날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잃고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다 단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비록 어린아이들의 사랑 연기였지만 연우와 이훤의 이별은 천년 동안 그리워할 사랑인듯 너무나 가슴이 아팠지요. 빈궁을 보내줄 수 없노라 울부짖는 이훤이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어렵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연우나 어린 연기자라 그런지 더욱 안타깝게 보이더군요.

그러나 그 연인들 만큼이나 애가 타는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누이 동생의 단짝으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허염은 아버지의 명으로 멀리 떠나 있긴 하지만 동생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고 허영재의 제자로 허염의 친구로 연우를 알고 지냈던 양명군(이민호)은 세자빈 간택을 하는 동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멀리 떠나있었지만 연우가 죽게된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도성으로 돌아옵니다. 이훤 못지 않게 연우를 사랑하던 그가 돌아오자마자 접해야할 소식은 아마도 연우의 죽음일 것입니다.

궁을 떠나는 연우, 어린 연인들의 가슴아픈 이별.

이유도 모른 채 팔려가는 여종 설(서지희)은 아가씨 옆을 지키게 해달라 간청하며 울지만 남몰래 연우를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은 허영재는 연우의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러나게 합니다. 허영재는 국무 장씨에게 받은 약재로 허연우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자빈으로 간택된 몸으로 신병을 앓는다는 걸 들키면 일가족이 끔찍하게 죽을 것이요 들키지 않고 신내림을 받아도 성수청이 있는 한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될 것입니다. 오래 동안 생각하고 고민한 허영재는 직접 약을 달여 먹이고 연우를 떠나보내기로 합니다.

요즘은 한약을 달일 때 직접 달이는 수고를 하지 않고 한약방에서 기계로 끓여 팩에 밀봉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에는 병자를 위해 약을 달이는 정성도 약의 효험에 영향이 있다며 숯불에 직접 달이곤 했습니다. 약달이는 불이 너무 활활 타올라도 안되고 꺼져서도 안되기에 수시간을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약이 타지는 않는지 졸아들지는 않는지 보고 또 보곤 했습니다. 병에 걸린 딸에게 주려 약을 달이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우러나는 탕약 만큼 검게 타들어갔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딸의 탕약을 직접 달이는 아버지의 마음도 검게 타들어간다.

더군다나 그 약은 딸을 살리는 약이 아니라 딸을 저 멀리 보내기 위한 약입니다. 세상에 딸을 살릴 수 있는 약도 딸의 명예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슬픔, 딸아이를 죽여야 아들 염을 살릴 수 있고 세자빈의 명예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아내 신씨(양미경)가 일어나기도 전에 쪼그리고 앉아 숯불에 부채질을 하는 아버지의 심정, 그 약을 달여 삼베에 거르고 막대를 꽂아 정성껏 짜내는 아버지의 고통, 그런데 영민한 딸아이 연우는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달게 탕약약을 받습니다.

연우에게 줄 탕약을 가져와서도 아버지 허영재는 선뜻 그 약을 줄 마음이 나지 않습니다. 약이 너무 뜨겁다며 약그릇에 손가락을 넣어 휘휘 젓고 조금이라도 탕약 그릇 건낼 시간을 늦춰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미안했다며 시간을 끄는 아버지에게 딸은 '그 약 먹고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며 어서 탕약을 달라 합니다. 연우가 품안에서 빼놓지 않으려는 비녀를 보고 아버지 허영재는 깨닫습니다. 이 아이가 알고 있구나, 내가 저를 죽이려 하는 걸 알고 있구나. 자신의 손으로 딸을 죽인 아버지의 미안한 마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달인 탕약으로 직접 딸을 보내는 아버지, 그 마음을 달게 받는 연우.

세자빈 허연우는 그렇게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비록 이 모든 것이 연우도 살리고 운명도 거스르지 않기 위한 장녹영의 계획이라지만 그렇게 연인을 잃고 누이동생을 잃고 딸을 보내야했던 사람들의 상처는 달래지지 않습니다. 특히나 딸을 직접 묻어야했던 허영재는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탕약 만큼이나 까맣게 타들어간 속을 견디지 못하고 명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역 연기자들의 애절한 사랑도 사랑이지만 어머니 대비 윤씨와 다른 아버지 허영재의 눈물이 유난히 더 가슴아프게 느껴지네요.

어제 방영된 '해품달'의 시청률은 무려 24.9%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아역들이 성인들을 넘어설 만큼 훌륭한 연기를 보인 것도 사실이고 매 방송분 마다 '해품달 옥에티'를 찾아낼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명품 드라마라 불리던 '뿌리깊은 나무'에 근접한 시청률이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팬들은 성인연기자로 등장하는 한가인에 대한 우려를 접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밤 무녀 장씨의 계략이 밝혀지고 성인연기자로 바꾸고 난 후에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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