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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만찬, 내가 봐도 너무 얄미운 고준영의 아리랑 입성

Shain 2012. 2. 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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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꿔버린 출생의 비밀과 명장 자리를 두고 벌이는 두 라이벌의 경쟁, 드라마 '신들의 만찬'은 어린 시절 우연한 사고로 엇갈린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고준영(성유리)의 본명은 하인주, 아리랑 4대 명장인 성도희(전인화)의 딸이지만 성도희의 자살을 보고 놀라 크루즈선에서 떨어집니다. 같은 배에서 어머니를 잃은 송연우(서현진)는 목걸이 때문에 자신을 인주라고 착각한 성도희로 인해 하인주로 살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하인주의 모든 것, 즉 어머니와 부유한 환경과 첫사랑 최재하(주상욱)까지 송연우가 뺏어간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남의 자리를 꿰고 들어간 송연우는 남몰래 고통스러워합니다. 아버지 하영범(정동환)은 딸 인주를 대신해 연우에게 딸의 자리를 지키게 했지만 그것은 크루즈선에서 엄마를 잃은 연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살을 시도했던 아내를 위한 조치였습니다. 고아가 된 연우는 그날 정신적으로 버려진 것입니다. 남몰래 우도 여기저기에 연락처를 뿌리고 서재에 직통전화까지 설치한 하영범에게 잃어버린 딸 인주는 마음 한켠의 무거운 짐입니다. 아버지의 그런 마음을 아는 연우는 자신이 진짜 인주가 될 수 없고 대신할 수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송연우의 데뷰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선보인 고준영.


어머니 성도희의 소원대로 대를 이어 아리랑 명장이 되고 싶지만 핏줄의 차이는 늘 연우를 괴롭힙니다. 친어머니를 닮아 춤을 좋아하는 연우와 달리 고준영은 성도희를 닮아 우도 구석에서 자라면서도 요리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과 의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마치 노력파 백설희(김보연)와 성도희의 갈등이 연우와 준영 사이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듯 합니다. 평생을 어머니를 닮기 위해 노력해온 연우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재능인지 자질인지 모를 약점이 늘 연우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와 본명을 누가 알까 무섭기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두 모녀가 연우의 비극을 초래한 것입니다. 고준영은 배에서 떨어져 어린 시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성도희는 아직까지도 송연우가 자신의 친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의 자리를 차지한 연우가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걸 차지할 고준영이고 보면 진짜 빼앗긴 것은 연우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이름까지 버리고 죽도록 노력한 연우, 15년 간의 노력이 고준영의 재능 앞에서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모습, 인간적으로 참 안쓰럽더군요.



신들의 총애를 받는 고준영, 운명의 미움을 받는 송연우

'천상식본'은 아리랑의 운명을 결정지을 장의 제조 비법을 담은 책입니다. 두 명의 명장 후보가 경연을 벌이다 천상식본이 사라졌고 성도희 명장의 라이벌이었던 백설희가 천상식본 2권을 찾아왔지만 그것은 가짜였습니다. 선대 후보 초희가 진짜를 가지고 사라졌던 것입니다. 아리랑의 선대 명장인 선노인(정혜선)이 그리 찾아왔던 천상식본은 우도 한구석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하필 그 장담그는 비법을 전수받고 연습한 것도 고준영입니다. 출생의 비밀도 우월하지만 운명까지 우월한 고준영은 연우가 갖고 싶어한 그 비법을 익혔습니다.

물론 고준영에게도 서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양아버지 고재철(엄효섭)은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채 친아버지의 연락처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천애고아로 우도에서 살며 할아버지(신구)의 밥순이 노릇을 했던 그녀는 거친 뱃일까지 마다하지 않는, 억척스러운 아이로 자라났습니다. 요리가 하고 싶어 선노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리랑에 입성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계란 세례일 뿐이고 낙하산으로 떨어졌다는 주변의 차디찬 눈길 뿐이니 고준영의 팔자도 그닥 편한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나타난 고준영이 라이벌이라니.


거기다 밥순이로 자신을 부리며 요리 수련을 시키는 할아버지를 견디고 살았으니 아예 노력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준영에겐 그 모든 걸 이겨내는 힘이 있습니다. 즉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과 요리를 즐거워하는 마음이 힘든 수련을 견딜 수 있게 했습니다. 성격 마저 어머니 성도희의 여유를 타고난 것입니다. 때때로 클럽에서 춤을 추며 자신을 숨겨야 하는 송연우, 이름도 존재도 어느새인가 하인주에게 지워져버린,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송연우가 그토록 오래 노력했어도 얻을 수 없었던 핏줄의 힘이 이렇게 무서웠습니다.

10여년을 자신의 짝으로 생각하며 같이 자란 최재하는 어느새 고준영에게 끌리고 있습니다. '소리가 맛있다'는 특별한 말을 했던 어린 시절의 그 아이 하인주는 어쩐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초콜렛을 좋아하더니 이제는 초콜렛 알러지 증세를 보이고 편안하던 성격은 어느새 날카롭고 독하게 변해버렸습니다. 그 어린 하인주의 모습을 고준영에게서 발견하는 최재하는 운명처럼 준영, 진짜 하인주에게 마음을 주고 말 것입니다. 송연우가 힘들게 얻고자 했던 부모, 재능, 사랑을 준영은 쉽사리 독차지할 것이란 뜻입니다.

기억에 혼란을 겪는 두 모녀, 연우가 뛰어넘을 수 없는 핏줄의 재능.


어떻게 보면 그녀들의 경쟁은 누가 진짜 '하인주'냐를 두고 벌이는 승부입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첫판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으니 송연우가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은 극중 백설희처럼 삐뚤어진 마음을 가진 악녀가 되는 길 뿐인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이 모든 것이 네 것'이라며 다정하게 안아주던 아빠에게 현혹된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진짜 하인주의 것을 탐냈기 때문에 내린 벌이라고 보기엔 송연우에게 너무도 가혹한 시련입니다. 성도희의 딸로 자랐으면서도 백설희의 마음을 알게 된다니 짓궂은 운명이랄 수 밖에요.

선노인의 지시로 고준영은 아리랑 명장 후계자 후보가 되었습니다. 남들은 모르지만 선노인은 준영이 전통장 담그는 비법을 알아낸 천상식본의 후계자임을 알고 있고 그녀의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연우는 15년동안 한번도 칭찬을 들어본 적 없다는데 준영은 단박에 후계자 후보 자리를 꿰어차다니 그것 만으로 이미 연우에겐 큰 슬픔입니다. 주방에 고준영을 소개시키며 그녀의 실력을 인정해야하는 연우의 눈이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주인공 고준영 보다 연우에게 공감이 가는 시점입니다.

아리랑에 입성한 고준영에게 애써 미소를 지어보지만..


지금은 그냥 양어머니의 무덤을 팔지 않기 위해 후계자 수업을 받는 것이지만 고준영 역시 자신의 재능을 깨닫게 되면 그 승부를 절대 가볍게 대하지는 않겠죠. 자신의 재능을 펼칠 날개를 얻을 것입니다. 시쳇말로 '삐뚤어지기' 딱 알맞은 송연우의 고통, 그 고통은 인간의 것입니다. 일면 고준영이 얄미워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신들의 사랑을 받는 고준영은 이해하기 힘든 시련이죠. 그건 그렇고 왜 두 모녀는 하필 기억을 잊어버려서 연우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요. 첫회의 설정도 많이 황당했지만 혹시 기억상실도 유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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