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오작교형제들, 집안 서열을 단번에 뒤집을 태필과 사돈의 사랑

Shain 2012. 2. 11. 11:57
728x90
반응형
대부분의 가족 드라마는 마지막회가 되면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려 합니다. 집안끼리 원수라 헤어져야했던 연인은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고 결혼을 허락받지 못해 고민하던 커플은 어영부영 해피엔딩을 맞곤 합니다. '오작교 형제들' 역시 네 형제 모두가  배우자(?)를 얻는 과정으로 마무리할 거 같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힘들어하던 백자은(유이)과 황태희(주원)는 결국 백인호(이영하)가 교통사고의 범인이 아니란 걸 알아냅니다. 그러나 황태희의 할머니인 심갑년(김용림)은 이미 주원과 자은의 사이를 허락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두 아이가 너무 딱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가족이고 혈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이 용서되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이야기.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와 도무지 정붙일 곳 없던 국수(박희건)는 여전히 엄마가 죽었단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가족들도 서서히 자신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와 유대감도 좀 생겼는데 아버지가 필리핀 엄마를 두고 옆집 미숙 아줌마(전미선)와 결혼한다는 게 싫었던 국수도 황태필(연우진)의 설득으로 결국 허락하게 될 것같습니다. 태범(류수영), 수영(최정윤) 부부도 계약커플 관계를 청산하고 이미 알콩달콩 신혼부부 생활을 즐기고 있죠.

백인호의 무죄를 밝힌 태희, 형들에게 사실을 고백한 태필과 여울

문제는 이제 넷째아들 커플입니다. 황태필이 사귀는 남여울(송선미)은 수영의 이모입니다. 그 잔소리 많은 장모님 남여경(박준금)의 여동생이기도 합니다. 이미 태필은 공부장(공지환)과 선을 보는 남여울을 데리고 달아난 전과가 있습니다. 남여경과 태범은 기가 막혀 어쩔 줄 모릅니다. 아니 한 항렬 위의 사돈과 연애를 하다니 이게 어디 '보편적 정서'로 용납이 될 법이나 한가요. 둘이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수영은 이모를 아랫동서로 두게 되는 셈이고 태범은 처가에 가면 태필을 이모부라고 불러야 합니다.

이혼녀에다 나이많은 연상녀라는 건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다른 드라마에서 다들 극복하니까 무시한다고 칩시다. 그래도 한 항렬 위의 사돈과 결혼하다니 이건 좀 너무 많이 심했습니다. 오작교 가족들이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수영네 가족이 그들의 사이를 인정한다고 쳐도 시청자들은 뻔히 그 이상한 관계를 보고 있어야 하니 더욱 갑갑합니다. 보수적인 사람들이기에 그 둘의 사이를 반대하는 걸까요. 사실 보수냐 개방적이냐 상관없이 한국인들은 관계지향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사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이 맞습니다.



남여경의 병 때문에 허락하게 된다는 시나리오?

미국이나 외국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그런 관계에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도 경제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우리 나라처럼 가족중심의 생활을 했던게 사실입니다. 가족을 중심으로 많은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문화가 있습니다. 아니 가족 중심이 아니라도 서로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그런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내 아랫동서는 엄연히 아랫 서열이고 이모는 윗어른이란 항렬이 있는데 거스를 수가 없지요.

지금 눈치로 봐서는 건강검진을 받은 남여경에게 좋지 않은 징조(?)가 보이는 듯합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두고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남편 차현재(김용건)의 위로에도 남여경은 몹시 불안해 합니다. 워낙 안절부절하고 안달하는 성격의 남여경, 성마른 타입의 그녀라 호들갑을 떠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죽는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깜짝 놀라게 될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뭐 검사결과를 오해한다던가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걱정한다던가(남여경이라면 그러고도 남지요) 그런식으로 말입니다. 설마 마지막회 다 되서 곧 죽을거라는 식의 연출은 안할거라 봅니다.

남여울과 태필의 결혼을 반대할 사람들.

그 과정에서 만사에 너그러워진 남여경이 여동생이 사돈총각과 결혼한다는 기이한 상황을 허락할 지도 모르죠. 안 그러면 도무지 그 깐깐한 여경이 여울과 태필을 받아들일 방법이 없어보이거든요. 워낙 별난 일에 익숙한(?) 오작교 가족들이야 갑자기 나타난 혼혈 손자를 보고 깜짝, 혼전 임신으로 계약결혼한 아들 때문에 깜짝, 이제는 뭐 원수의 딸과 결혼한다며 난리치는 아들까지 봤으니 둘이 좋다면 뭐든 용서하겠노라 '허허' 웃을지 몰라도 남여경이란 장애물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원래 '보고 또 보고(1998)'같은 겹사돈은 종종 있을 수 있던 일이었지만 그 드라마에서 자매와 형제의 결혼을 꺼린 건 역순이기 때문입니다. 시집에선 언니가 아랫서열이 되고 친정에선 형이 아랫서열이 되니 서로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태필과 여울이 결혼해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어머니 복자(김자옥)와 시아버지가 될 창식(백일섭)에게 여울은 같은 항렬 사돈인 어려운 사이입니다. 형제들끼리야 형제간 서열을 따르면 그만이지만 시부모는 그런 어려운 며느리를 대체 뭐라 불러야할까요.

며느리 서열을 세우려는 큰며느리는 대찬성. 복자, 갑년은 어떻게 해야할까?

수영과 은근히 경쟁하는 큰며느리 후보 미숙은 약올리는게 재미있는지 자신은 며느리 서열을 세우려고 시비까지 걸면서 자꾸 항렬도 높은 수영의 이모를 여울씨라 부릅니다. 결혼도 하기전에 사돈집 이모를 낮춰부르기 시작하면 남여경네 집은 더더욱 체면이 안섭니다. 남여경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 기분나쁠 일이 자주 벌어질 거란 뜻이죠. 양쪽 집안이 마주칠 때 마다 오작교네 큰며느리가 자기 동생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면 기분좋을 리가 없을 겁니다. '관계'란 건 상대적이고 단순히 큰며느리와 막내며느리 사이가 문제가 아니라 사장어른들까지 신경써야 하는 게 관계니까요.

물론 실제 사돈이모와 남동생이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닥쳤을 때 허락하는 가족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예전같이 대가족 중심으로 삶을 꾸리지 않고 또 이모나 형제라고 해도 명절이 아니면 자주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만났을 때만 좀 껄끄럽지 나중엔 별 문제 없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죠. 아이들에게 인사시킬 땐 이모할머니라고 소개시켜야 하나 작은 엄마라고 부르게 해야하나 좀 고민은 하겠지만 자주 안 보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명색이 '가족 드라마'고 늘 얼굴을 마주쳐야하는 사이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조카에게 형님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초반 범죄드라마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가족들과 등장인물들 때문에 종종 비난을 받았던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는 요즘 가족들 간의 갈등 봉합과 끈끈한 정을 중심으로 한 내용에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주원이나 유이의 신선한 연기도 인기에 한 몫을 하구 있구요. 가족 간의 관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드라마라면 서로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관계 설정은 피하는게 옳치 않았을까요. 솔직히 이혼녀, 연상, 사돈 이모라는 설정 자체도 많이 억지스러워 보입니다.

'오작교 형제들'이 총 8회 연장된다고 했으니 이번주는 백인호가 누명을 벗는 과정 그리고 이기철(송기윤)의 죄가 드러나는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주가 벌써 마지막회라니 한여름에 시작한 드라마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네요. 그러고 보면 오작교 마당에 사는 멍멍이가 조금 살이 찐 것도 같습니다(털갈이 한 것 같기도 하구요). 시청자가 드라마 내용을 바꿀 힘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보고 '어이없다' 그러고 말겠지만 좀 무리한 관계는 해피엔딩이라도 영 껄끄럽습니다. 태필, 사돈 이모하고 꼭 결혼해야하나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