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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만찬, 뻔한 출생의 비밀과 요리 명장 김탁구 여자 버전?

Shain 2012. 2.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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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드라마의 매력은 눈을 사로잡는 색색의 맛있는 음식을 보는 재미인 것같습니다. 다양한 궁중음식을 선보이며 요리상궁에 도전하는 서장금 이야기를 그린 '대장금(2003)'이나 대기업 후계자로 태어나 제빵의 최고 일인자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제빵왕 김탁구(2010)'는 다양하고 식감 돋구는 음식으로 방영 내내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마치 식사를 즐겁게 하는 맛깔스런 반찬처럼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곤 했습니다. 이번에 등장한 MBC 주말극 '신들의 만찬' 역시 요리 명장을 둘러싼 자녀들의 이야기더군요.

첫회를 본 솔직한 소감은 마치 '데자뷰'를 본 듯하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이런 설정이나 소재, 대립이 참 눈에 익숙하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지인이 평가한대로 '여자버전 김탁구'라는 말도 맞고 이요원, 김민정이 주연했던 '패션 70s(2005)'도 떠올랐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감춘 두 주인공이 음식으로 실력을 겨룬다는 내용은 '김탁구'같고 역시나 출생의 비밀이 숨겨진 두 명의 여주인공이 패션으로 실력을 겨루며 한 남자의 사랑을 갈구한다는 내용은 '패션 70s'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4대 아리랑 명장 선발대회에서 경연을 벌인 성도희와 백설희.

거기에 아얌까지 갖춰쓰고 곱게 한복으로 단장한 후보들이 요리 명장을 겨루는 내용은(정혜선이 연기한 3대 아리랑 명장은 무려 당의를 갖춰 입으셨더군요. 궁중 수랏간 상궁 출신이신가요 아니면 궁중요리 후계자?) 최고상궁들이 요리 실력을 두고 겨루던 '대장금'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장금에서 한상궁(양미경)과 최상궁(견미리)이 추구하던 요리의 방향은 상당히 달랐지요. 첫회에서 명장을 두고 대결한 성도희(전인화)와 백설희(김보연)가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한복까지 갖춰 입고 겨루다 보니 정말 데자뷰를 보는 듯하더군요.

그러나, 최종적으론 '여자버전 김탁구'로 결론을 봐야할 것같습니다. 주요 출연진이 무려 세 명이나 '제빵왕 김탁구'와 겹칩니다. 두 개의 이야기 축, 즉 부모 세대의 갈등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김탁구'에서는 전광렬, 전인화, 정성모, 정혜선이었는데 '신들의 만찬'에서는 전인화, 정동환, 김보연, 정혜선입니다. 전인화는 이번에도 남편과 갈등합니다. 거기에 아리랑 명장에서 일하는 요리사 즉 미래의 여주인공들을 가르치게 될 요리사는 박상면이 맡고 있더군요. 출생의 비밀과 요리, 재벌이라는 소재도 셋이나 겹치는데 캐릭터가 유사한 배우도 셋이나 겹치는걸 보니 유사한 드라마로 봐도 괜찮겠지요.



유사한 소재로 출발, 관전 포인트는?

물론 유사한 소재를 썼다고 해서 같은 드라마라는 법은 없습니다. 드라마만 찍었다 하면 남발되는 삼각관계 때문에 사랑을 두고 갈등하는 연인이 매일 TV 안에서 울고 웃지만 결론은 다양합니다(어떤 의미에서는 대동소이하지만). 어떤 시청자들은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당연히 해피엔딩이니까 결론은 신경쓰지 말고 중간중간 드러나는 연기자들의 연기,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연출을 보는게 낫다고 합니다. 출생의 비밀이란 것도 때에 따라서는 별쓸모없는 생물학적 정보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전개하느냐겠죠.

첫번째 기대되는 점은 전인화의 연기입니다. 볼 때 마다 단아하다 못해 점잖다는 느낌까지 주는 전인화는 '김탁구'에서도 전광렬과 더불어 사람들을 홀리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사극에서 훈련된 안정된 목소리, 위엄있다 못해 서 있기만 해도 품격이 느껴지는 외모는 요리 명장이란 자리가 결코 우습지 않은 자리임을 몸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최고의 위치에 있다는 자존심, 요리의 전통을 지킨다는 자긍심이 가정을 붕괴하게 만들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품위를 지키는 역할, 기대가 갑니다.

성도희의 실성으로 하인주, 송연우 두 아이의 운명이 바뀐다.

두번째는 주인공 성유리와 서현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아이돌 출신인 성유리는 10편이 넘는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늘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작인 '천년지애(2003)'에서 보여준 '발연기'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성장하는 그녀인 것은 사실이지만 '연기 못한다'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어줄, 즉 제가 늘 쓰는 표현대로 연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만한 작품은 만나지 못했다고 봅니다. 전인화를 비롯한 선배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하는 이 드라마가 그녀의 성장을 가져올 지 두고 볼 일입니다.


'짝패(2011)'와 '절정(2011)'에 출연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서현진은 데뷰 시기에 비해 드라마 출연도 늦었고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도 많지 않지만 은근히 팬층이 넓습니다. 언젠가 명연기자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극중 '고명딸'인 하인주(성유리)를 대신해 송연우라는 본명이 있으면서도 하인주로 살아가는 그녀는 진짜 하인주인 고준영(성유리)과 라이벌이 됩니다. 엄마를 닮아 요리 천재인 준영이 송연우의 모든 걸 빼앗아갈 운명이다 보니 감정이 복잡한 역할이 될 것같네요. 서현진에겐 한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될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신을 잃은 아내 때문에 하영범은 연우를 인주로 키우기로 한다.

첫회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지만 제일 지적이 많은 부분은 역시 어설픈 설정에 대한 것입니다. 잉어에게 뿌린 약이 눈에 튀어 시력을 상실할 뻔한다던가 사랑하는 딸을 입양도 시키지 않고 자살을 결심하는 연우(박민하)의 엄마(이일화), 그리고 갑판에 올라온 인주를 연우로 착각하는 연우엄마나 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연우를 인주로 착각하는 성도희 등. 우연이 지나치게 반복되는데다 작위적이란 이유로 뻔한 '막장' 전개란 지적이 대다수로군요. 두 아이의 인생을 바꿔버린 착각치고는 너무나 황당하다는 것이죠.

서현진이 출연하다 보니까 뒤바뀐 아이의 비밀은 '짝패'도 은근슬쩍 연상이 되긴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요리 천재의 아이는 부모가 바뀌어 자라도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춤추는 어머니에게 태어난 아이는 춤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더 싫더군요. 노력하는 사람은 천재의 타고난 재능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요. 그리고 역시 아이의 우는 연기는 볼 때 마다 슬프고, 연우가 엄마를 잃고 헤매는 모습은 참 안쓰럽더군요. 성유리, 서현진 모두 요리 수련을 위해 열심히 칼질을 연습한다고 하던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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