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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의 마지막 숙적 고운 나도 왕이로소이다

Shain 2012. 1. 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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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뿌리깊은 나무'와 '해를 품은 달'같은 퓨전 시대극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사극 '광개토태왕' 역시 10% 대의 꾸준한 시청률로 방영되고 있습니다. 처음 방영계획을 들었을 땐 70부가 언제 방영되나싶더니 벌써 65회를 앞두고 있군요. 이 드라마는 기존 영웅형 사극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한 구조로 재능을 숨기지 못하는 영웅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수족을 얻기 위한 고난, 평생의 숙적이나 업적을 위협하는 라이벌과의 갈등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창작되었다는 점에서도 '대장금'이나 '허준'같은 사극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극에 판타지 멜로를 결합하고 미스터리에 액션도 결합시키는 요즘에 '광개토태왕'이 약간은 구태의연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숙적 백제와의 결전, 후연과의 갈등 부분에서는 나름 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플롯 자체의 장점이라기 보다는 정통 사극에 익숙한 KBS답게 대규모 전쟁신에서 장점을 보이는 것이리라 봅니다. MBC였다면 소수를 동원한 전투장면이라 지적받았을 법한 장면도 수월하게 찍는게 KBS죠. 배를 타고 백제를 드나들고 말을 타고 후연에 달려드는 장면은 확실히 흥미롭습니다.

모용보의 양자가 되어 고구려를 방문한 고운.

드라마 속 담덕(이태곤)은 여러 왕, 족장들과 겨루는 운명적인 영웅입니다. 백제 아신왕(박정철)은 타고난 지략을 갖추고 스스로 백제 어라하의 위를 차지한 영웅이지만 담덕을 이기지 못하고 후연의 모용수(김동현)와 모용보(임호)는 번번이 담덕에게 패배의 쓴 맛을 봐야 합니다. 말갈의 대족장 설도안(김규철)은 담덕의 범상치 않음을 미리 알아보고 그를 제거해야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고구려와 동맹을 맺었습니다. 거란족의 죽은 족장 타타르(최일화)도 담덕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홍사용의 시 제목처럼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며 일어선 역사 속 인물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모용운이란 이름을 하사받은 고운(김성수)은 후연을 이어 북연의 왕이 됩니다. 심지어 모용보에게 충성을 바친 풍발(정호근)과 모용보의 동생 모용희(조인표) 조차 왕이 되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광개토태왕이 죽는 412년까지 후연 지역의 왕위를 놓고 갈등하는 인물들입니다. 물론 그들 중 광개토태왕의 마지막 숙적이 될 사람은 개연수(최동준)의 아들로 설정된 고운이 되겠죠.

그릇된 오해로 담덕과 적이 된 고운

아무리 국상 개연수의 잘못된 야심 때문이었다지만 고운이 왕좌 뒤에 몰래 숨어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장면은 서글픈 감정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개연수는 고구려 최고의 충신이었지만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서 최고의 권력을 누리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고운이 담덕을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런 아버지의 잘못을 몰라서가 아니라 여동생 도영(오지은)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듯 보이는 담덕의 처신에 배신감을 느끼고 그렇게 죽어야 했던 아버지의 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계략으로 담덕이 고운에게 암살자를 보냈다고 믿고 있는 고운으로서는 모든 걸 바쳐 충성한 주군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구려를 위해 모든 지략을 짜내던 고운이 하루아침에 적국 후연으로 향한 것은 그런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사서에 적힌 역사 속 고운은 고구려에서 태어나지 않고 후연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소노부 출신 개연수의 아들로 설정해 담덕과 절친한 친구로 자란 것처럼 묘사했지만 태어난 후 후연에서 계속 살았던 것같습니다.

광개토태왕의 할아버지인 고국원왕 때 후연에 고구려가 패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고운의 할아버지 고화(高和)가 후연으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모용보의 신임을 얻게 된 것은 모용보의 서자 모용회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고운이 진압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모용씨도 하사받게 되니 지금처럼 모용보에게 양자로 들어가는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본래 고구려 사람이 나라를 배신하고 담덕의 라이벌이 된 것이 아니라 본래 고구려계 후연 사람이라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하여튼 공주 담주(조안)가 모용보의 아내로 들어와 있는 지금 모용보의 양자로 나이도 많은 고운이 입양되었다는 설정은 조금 웃기기도 하더군요. 역사대로 모용보의 양자로 만들다 보니 어린 공주의 아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고운은 하사받은 성 '모용씨'를 왕이 되고 난 다음에는 '고운'으로 다시 이름을 바꿉니다. 즉위 이후엔 자신이 고구려 왕족 출신임을 강조하여 고구려에도 우호적으로 행동했던 듯한데 후연에서 태어난 고운이 할아버지의 고향을 배신했다고 묘사되는 건 어쩐지 안타깝기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죽는 두 사람. 담덕 최후의 숙적 고운.

백제와의 전쟁에서 이긴 광개토태왕이 요동성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후연을 물리치고 마지막으로 상대할 라이벌은 결국 이 고운이 될 것입니다. 그가 담덕에 대한 오해를 풀게될지 그렇지 않으면 최후의 순간까지 그 오해를 갖고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극중에서는 광개토태왕과 평생을 함께한 친구로 등장하니 고구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 화해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부분이 풍발과 고운의 갈등을 유발하게 될 지도 모르구요.

이 드라마가 국상 개연수의 반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바람에 고운의 뒷부분 활약이 줄어든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고구려의 남방엔 백제가 북방엔 후연이 고구려를 노리고 있었는데 409년에 죽는 고운은 412년에 죽는 광개토태왕과 아신왕 만큼이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도 있었겠지요. 어차피 어느 쪽으로 묘사하든 반이상이 창작된 내용이니 역사와는 0계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상으로 고운의 분량이 비중이 안 맞는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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