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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오면, 구성지게 트롯을 부르는 괴팍한 서교수 혹시 은채의 생부?

Shain 2012. 1.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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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 드라마 여주인공은 무조건 착하고 순종적인 타입들이 많아 보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곤 했는데 요즘은 악녀 타입 캐릭터도 늘어나고 이유있는 악역도 늘어나 보는 재미가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주말극 '내일이 오면'의 여주인공 손정인(고두심)도 착한 타입과는 거리가 먼 독하고 모진 타입의 캐릭터입니다. 돈과 자기 가족 밖에 모르던 그녀는 남편의 내연녀 김순정(김혜선)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빈털털이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전 인생을 투자했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악행을 해서라도 지키겠다고 마음먹었던 가족들 마저 뿔뿔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그녀의 불법과 비리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가난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 마저 떠나보내야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돈이라는 도깨비에 홀린 그녀의 오십년 인생이 한편으론 가련하기도 합니다. 김순정은 손정인의 돈과 남편 윤원섭(길용우)을 빼앗아 새롭게 가족을 꾸렸지만 손정인에게 이제 남은 가족은 입양해서 기른 딸 윤은채(서우)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영균(하석진)과 결혼하기로 한 은채가 영균의 가족들과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 정인은 아무 말없이 은채 마저 떠나 버립니다.

고아나 다름없던 정인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고향 마을로 돌아가 폐가에서 잠이 듭니다.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회사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오라는 곳도 갈곳도 없는 정인,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울부짖는 그녀는 그제서야 할머니의 말뜻을 떠올립니다. 도깨비가 준 금은보화는 다음날이 되면 나뭇잎이나 돌멩이 같은 걸로 변한다고 했습니다. 도깨비가 준 금덩이로 할머니를 배불리 먹여주고 싶다던 정인에게 할머니는 귀한 교훈을 알려주었지만 정인은 그때까지 몰랐던 겁니다.

추운 폐가에서 정신없이 잠이 든 정인 옆을 지킨 건 팔십넘은 치매 노인 서대사(남일우)였습니다. 서인호(최종환) 교수를 따라 정인의 고향에 왔던 서대사는 정인을 첫사랑과 착각해 뒤따라왔던 것입니다. 절대로 가지 못하게 하겠다며 따라붙는 서대사 때문에 정인은 서인호의 집까지 따라가게 됩니다. 평소 치매에 걸려 자주 화를 내는 아버지 때문에 제 할 일을 못하던 서인호는 누군지도 모르는 정인에게 간병인을 해달라 청합니다.



아버지에게만 지극한 괴팍한 서교수

극중 일봉(이규한)은 한탕을 꿈꾸는 불성실한 청년이지만 마음 만은 못되지 않은 인물입니다. 악녀 김순정 만큼이나 눈쌀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고 하는게 영균의 동생 일봉입니다. 그리고 순정이나 일봉 만큼은 아니지만 영균의 직장에서 일하는 서인호 교수 역시 심술궂은 말과 행동으로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곤 합니다. 초면이나 다름없는 영균에게 '뭘 보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고 결혼식을 위해 휴가를 낸다는 말에는 각종 악담을 퍼붓습니다.

이렇듯 건방지면서도 안하무인인 서인호는 디자이너면서 영균네 회사의 주요 투자자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만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치매걸린 아버지를 모실 사람이 없어 강의를 하고 사업상 출장을 갈 때도 아버지와 함께 다니고 아버지의 성격을 버티지 못하는 간병인들을 새로 구하느냐 늘 진이 빠집니다. 때로는 돌보는 사람 몰래 여기저기 빠져나가는 아버지 때문에 사람들을 풀어 찾느냐 애를 먹기도 합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성공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못되게 구는 것인지 치매걸린 아버지를 돌보느냐 성격이 괴팍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아버지에게 꽤 지극한 사람이란 점입니다. 그의 아버지 서대사는 평소에도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쉴새없이 말을 떠들고 자신을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심술을 부리는 등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남부러울 것없고 아쉬울 것없고 계산도 정확한 성격의 서인호는 아버지 때문에 속타는 일이 자주 겪습니다.

지난주 방영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버지에게 트롯을 불러주는 서인호의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서교수에게 좋은 감정이 없던 영균은 결제를 받으러 서인호를 찾아갔다 의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핸즈프리를 잡고 '대지의 항구'와 '굳세어라 금순아'를 불러주는 그의 모습은 영균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세련된 디자이너 출신이라 취향도 이국적인 것만 추구할 것같던 서인호가 남들이 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래된 트롯을 구성지게 잘도 부릅니다.

치매걸린 아버지를 위해 트롯을 부르는 서교수. 다른 사람 모두에게 칼같이 행동하는 그가 유일하게 지극한 상대가 바로 그 아버지 서대사입니다. 서인호는 누군지도 모르는 손정인을 아버지가 찾는다는 이유 만으로 집에 들이기로 결정합니다. 고향 마을에서 만난 손정인의 신분도 과거도 모르지만 아버지가 정인만 보면 고분고분해지고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손정인만 있으면 서인호의 모든 고민이 해결됩니다.

손정인은 손정인대로 한강에서 떨어져 죽으려던 찰라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꼭 도와달라는 서인호의 전화를 받고 그의 간병인이 되기로 합니다. 이제 그녀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아무곳도 없고 자신이 필요하다는 곳에 있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였겠죠. 처음부터 경우없이 굴었던 서인호는 탐탁치 않지만 현실과 과거도 구분 못하는 노인네가 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랬을 겁니다. 이 우연하고 이상한 만남이 50대가 넘은 서인호나 손정인 모두에게 제 2의 사랑을 가져올 지 모르는 일입니다.

이 드라마는 돈을 전부로 알던 한 여성이 모든 걸 잃으면서 겪는 감정과 혼란을 묘사하고 있습니다만 서인호의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극중 은채가 고아원에서 갖고 있었다던 인형입니다. 친부모가 남겨줬다는 그 인형이 혹시 서인호와 은채를 이어줄 매개체는 아닌가 생각해봤거든요. 뻔하디 뻔한 출생의 비밀이지만, 그렇게 되면 은채, 서인호, 손정인의 연결고리는 더욱 더 단단해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20대의 사랑은 티격태격하는 맛이라지만 50대의 정은 어떤식으로 표현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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