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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형제들, 시청자의 심정을 대변한 공부장의 강력 펀치

Shain 2012. 1. 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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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말 드라마들은 중간중간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설정을 넣는 것이 유행인가 봅니다. 몇몇 장면은 흥미롭게 빠져들다가도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면 웃어야할 지 욕을 해야할 지 몰라 어이를 상실하곤 합니다.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은 방영 초반에는 범죄 가족 드라마란 평가를 받았지만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과 공감가는 사연들 때문에 후반부는 '괜찮다'는 평으로 돌아선 사람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캐릭터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이 충분히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지난주 방영분은 특히 더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비록 황태희(주원)와 백자은(유이)의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 원수 만들기는 많이 억지스러웠지만(한참 알콩달콩하게 사귈 때 그런 설정을 넣은 건 솔직히 불만입니다)  그 비밀을 할머니 심갑년(김용림)에게 숨긴채 태희와 자은의 결혼을 반대하는 황창식(백일섭)과 박복자(김자옥)의 고뇌는 이해가 갔습니다. 한 집안의 어른이란 아랫사람은 감싸주고 윗사람은 편하게 해야하는 집안의 기둥이다 보니 부부는 큰 짐덩어리를 지고 가게 된 셈입니다.

모두들 제자리를 찾아가는 가운데 영정 사진을 찍겠다는 할머니.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꿈에 죽은 영감이 보인다며 영정 사진을 찍습니다. 동네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손자 국수가 요절한 둘째 아들과 똑같은 버릇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서른되도록 여자 한번 안 사귀던 손자 태희가 예쁜 자은이와 좋아하는 사이란 것도 알게 됐으니 둘이 결혼하는 걸 보고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은데 큰 아들 부부가 기를 쓰고 반대합니다. 자식 먼저 보낸 심정을 아느냐며 며느리를 닥달해 보지만 답답한 심정은 달랠 길이 없습니다. 그 모습이 참 안타깝게 다가오더군요.

이제 철들어 미숙(전미선)을 돌아보는 큰 아들 태식(정웅인)도 그렇고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함께 하기로 한 황태범(류수영)과 차수영(최정윤) 부부도 평화로워졌습니다. 그 모습들 하나하나가 모두 만족스러워지기 시작했는데 남여울(송선미)과 황태필(연우진)의 선자리 탈출신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며 어이가 없더군요. 여동생 선보는 곳에 나타난 남여경(박준금)이나 그 자리에서 사장님 손잡고 뛰어나가는 황태필이 웃긴 분들도 있겠지만, 아니 사돈과의 로맨스는 왜 끼워넣은걸까요.



단단히 꼬이는 두 집안 족보가 웃겨?

꽤 오래전부터 태필과 남여울 사이의 로맨스 분위기가 있긴 했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둘이서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감정만 연출하다 말겠지 싶었습니다. 요령도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여자인 남여울에게는 '바람난 전남편'이라는 꽤 묵직한 과거가 있고 황태필은 네 형제 중에서도 제일 어리고 사고뭉치로 가장 감당이 안되는 아들입니다. 이 여자, 저 여자 유혹하고 다닌 바람둥이에다 형의 명함을 들고 다니며 경찰 사칭도 하고 한몫잡아보겠다며 허황된 꿈도 많이 꾸던 아들입니다.

남여경과 황태범이 결사 반대한 것처럼 두 사람이 부부라도 되면 집안 족보는 말도 안되게 꼬이고 맙니다. 이건 뭐 겹사돈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이모가 동서가 되고 남동생이 이모부가 되고 사돈이 며느리가 되고 사돈 총각이 제부가 되는 듣기만 해도 코믹한 관계가 되버리는 겁니다. 이혼녀와 연하남의 로맨틱한 결혼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연애 수준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사건이 되는 셈입니다. 그 흔하디 흔한 줌마렐라 스토리에 중독된 사람들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수준 아닌가 싶습니다.

남여경 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경악할 로맨스.

둘은 더군다나 한쪽 항렬이 낮은 사돈이네요(수영에게 남여울이 이모였으니까 위였는데 태필과 짝이 되면 아랫 서열이 되버립니다). 수영과 태범의 아이 '차곰'이 태어나면 더 웃긴 상황이 연출됩니다. 차곰이는 남여울을 이모할머니라고 불러야할까요. 숙모라고 불러야할까요.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이런 관계가 허락받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애정만만세'처럼 태필이나 남여울 둘 중 하나에게 '출생의 비밀'이라도 등장하기 전엔 깔끔하게 성사될 수 없는 사이가 사돈 총각과의 풋풋한(?) 로맨스 아닐까요.

오작교 형제들의 사랑이 하나같이 평탄치 않고 평범하지 않다는 건 충분히 알겠습니다. 마흔되도록 이룬 것 없는 첫째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결혼이 깨지고 둘째는 혼전임신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셋째는 원수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까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는데 넷째는 심해도 너무 심하게 설정했네요. 독특한 황태필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연출, 이혼한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만들고 싶었으면 최소한 '사돈'은 아니었어야 합니다.

남여울과 황태필이 도망가자 공부장은 황태범에게 펀치를 날린다.

황태범의 주선으로 공부장(공정환)과의 선자리에 나온 남여울은 갑자기 나타난 황태필의 고백을 듣고 따라 나갑니다. 태범이 부른 그 자리가 선자리인지도 모르고 나온 공부장은 차수영을 오랫동안 좋아하던 인물이니 최근 태범과 수영의 비밀 결혼, 임신을 알고 꽤 상심한 상태입니다. 실연의 상처를 달래고 있던 그에게 여자를 소개하자 마자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남자가 나타나다니 공부장으로서는 열이 받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주먹 아픈줄도 모르고 황태범에게 다짜고짜 펀치를 날린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한편으론 그 주먹을 날린 심정이 바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심정이기도 합니다. 여울과 태필의 로맨스가 전혀 '달달한' 장면으로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제서야 캐릭터 묘사가 좀 마음에 드나 싶었는데 사돈 간의 황당 로맨스로 무참히 그 기분을 깨버리네요. 작가님께서는 혹시 태범이 주먹을 맞는 것처럼 시청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 예상하고 계셨던 걸까요. 공부장이 좀 더 속시원한 주먹을 날렸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화끈한 펀치에 공감이 가긴 또 처음이네요(그래도 이번주 시청률 무려 33.6%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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