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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만세, 약혼식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끝까지 막장 공식 따르나

Shain 2012. 1. 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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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제일 좋았던 점은 여러 유형의 부부를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달라도 그런 건 개의치 않고 백년회로하는 크리스탈박(김수미), 변춘남(박인환) 부부가 있는가 하면 강재미(이보영)와 한정수(진이한)처럼 헤어져 남으로 살 수 밖에 없는 부부도 있습니다. 변주리(변정수)와 강형도(천호진)처럼 절대로 만나서도 안되고 함께 해서도 안되는 부부도 있고 오정희(배종옥), 강형도처럼 언젠가는 다시 해후하게 되는 부부도 있습니다.

살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채희수(한여름), 한정수처럼 둘 중 한쪽이 죽어 다시는 볼 수 없는 부부도 있기 마련입니다. 남은 한 사람이 자기 잘못을 후회해도 그 커플에게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한 사람은 아이에게도 죽은 아내에게도 평생 죄책감을 느끼고 살게 마련입니다. 주인공 강재미와 변동우(이태성)는 제 아무리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서로를 위해주어도 어떤 부부가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런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한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변주리의 심술 딸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어.

사실 극중 변주리가 워낙 철없고 못된 여자로 등장해 재결합하는 오정희나 강형도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지 한 아이의 엄마로 또 동생을 사랑하는 누나로 변주리의 입장을 아예 이해못할 것도 아닙니다. 써니박(문희경)은 착하게 살라며 너를 키워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결혼을 허락하라 강요합니다. 그러나 딸아이 세라에게 외삼촌과 결혼하는 외숙모 재미가 네 이복언니라는 진실은 죽어도 꺼내기 힘든 말입니다. 또 재미, 동우 커플에게 세라에 대한 부담감은 평생을 지고 가야할 짐덩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세라는 동우에게 누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조카이고 핏줄로 따지면 처제가 되는 사이입니다. 둘이 죽고 못산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둘의 결혼을 허락한다 쳐도 변주리 만은 허락할 수가 없는 겁니다. 딸가진 엄마이기 때문이지요. 재미가 엄마 아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결혼을 포기하고 정희, 형도가 딸아이의 행복을 위해 둘의 사랑을 포기하는 것처럼 변주리도 아이를 위해 그런 심술궂은 선택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변주리가 못된 여자라고 할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교통사고까지 당하면 허락하지 않을 수 있나

변주리는 오정희, 강형도의 사랑을 방해하는 난관이자 강형도가 길을 잘못 들어서게 만든 골치덩어리입니다. 그런 여자가 전남편더러 딸 결혼 허락받고 싶으면 떠나라고 하니 정말 최고의 악녀처럼 보이지만 세라는 지금 외삼촌과 결혼하는 재미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재미가 어쩔 수 없이 변동우의 아내로 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면 강형도라도 눈에 안 보이는게 낫다는 말입니다. 결혼식장에 나타난 아빠가 재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오면 충격받지 않을 아이가 어디 있을까요.

강재미와 변동우는 어떻게 해도 용납받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아무리 사랑이 만만세라고 하지만 약혼식장에 전 아내를 사돈이랍시고 앉혀둔 모습은 남들 보기에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들도 못할 짓입니다. 아무리 실수라지만 사돈이 된 강형도에게 '강서방'이라고 얼떨결에 부르는 변춘남이 그 문제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세라는 가족임에도 약혼식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결혼이 아니라 세라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결혼입니다.

예전 사위를 사돈이라 불러야하는 희한한 약혼식.

작가가 두 커플의 해피엔딩을 위해 마련했던 장치 중 첫번째는 변주리가 크리스탈박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변주리는 크리스탈의 딸 대신 입양되어 자란 입양아였습니다. 변주리와 변동우는 핏줄이 전혀 섞이지 않은 남매였으니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사이로 설정한 것입니다. 두번째 장치는 변주리가 나쁜 짓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악녀로 설정한 것입니다. 주리가 전남편을 사지로 몰아넣는 악녀로 설정되어야 무리하게 맺어져야하는 커플의 죄책감이 덜어집니다.

세번째 장치는 강형도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는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강형도가 마지막에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자면 걸림돌이 되는 친족, 강형도가 죽으면 덜 껄끄러워지리라 생각하는 것이었죠. 어제의 교통사고는 그 연장선상에서 설정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강형도가 그대로 죽게 되면 변주리는 죄책감에 동생 커플을 더 이상 간섭할 수 없게 되고 살아나더라도 '나를 살리기 위해' 희생했다는 이유 때문에 쉽게 모진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흔하디 흔한 막장 드라마의 설정을 재탕한 것입니다.

전 아내, 이젠 사돈이 된 변주리를 대신해 교통사고?

이 드라마의 장점은 각기 다른 부부의 모습을 재조명하며 결혼이 무엇인지 부부가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결혼할 수 없을 것같던 재혼 커플 오정심(윤현숙)과 남대문(안상태)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모습, 남다름(김유빈)의 귀여운 충청도 사투리 '개똥철학'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재미와 정수를 보며 무촌이라는 부부가 헤어지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생각해 보다가도 오정희와 강형도를 보면서 재결합해 다시 부부가 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잔잔한 재미를 모두 버려두고 결국 마지막엔 교통사고라니 아쉽다 못해 다된 밥을 엉망으로 만든 기분도 듭니다. 흔하디 흔한 막장의 공식을 따른 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교통사고는 그냥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설정일 뿐 운전자가 급 브레이크를 밟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날 수도 있겠죠. 자신의 못된 생각을 가족들에게 모두 들킨 변주리를 더욱 감동받게 만들기 위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엮은 교통사고일 수도 있겠지만 대신 교통사고를 당한다는 설정 자체가 유쾌하지만은 않네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남다름 역의 김유빈.

'애정만만세'의 첫출발은 그리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다름이 역의 김유빈의 매력이 먹히고 한정수의 악행이 독해질 때 마다 점점 팬층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드라마의 장점은 가족들 간의 관계가 얽히고 죽고 죽이는 '막장 설정'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찌 보면 시청률의 최고 공신 노릇을 했던 건 주인공들 보다 남다름 가족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천호진과 배종옥의 명연기가 아쉽다는 일부 팬층의 지적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제작진들도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여튼 한가한 주말밤을 책임지던 '애정만만세'가 오늘밤 드디어 56회로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고생하든 출연진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마무리를 기대해봅니다. 혹시 갑작스런 교통사고 만으로도 충격인데 강형도가 죽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죠? 이미 모든 촬영이 끝났을테지만 한번 더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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