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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2009년 방영되던 KBS '솔약국집 아들들'도 네 아들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드라마였습니다. '오작교 형제들'과 전반적으로 비슷했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솔약국'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 '오작교'처럼 돈문제로 곤란하지 않았다는 점과 심갑년 할머니(김용림) 대신 꼬장꼬장한 할아버지 송시열(변희봉)이 집안의 큰 어른이라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오작교 형제들'과 똑같이 백일섭이었고 네 아들들의 사랑찾기와 다른 가족들과의 결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주된 에피소드였습니다.

당시 그 드라마가 화제가 되었던 부분 중 하나가 서민적이라면 서민적인(물론 아들들 직업이 약사, 의사, 기자였지만) 그 가족의 사돈들은 하나같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란 점이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한참 어린 국제적인 로펌 변호사와 결혼하게 되었고, 둘째는 간호사로 위장(?)하고 있었던 재벌 딸과 맺어지게 됩니다. 셋째 아들은 방송국 국장의 외동딸인 탤렌트와 결혼해서 처가살이를 합니다. 넷째는 미국에서 자란 미혼모와 결혼했지만 어째서 하나같이 부유한 며느리들만 들이는 거냐며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았죠.

분가 전쟁 중인 황태범네, 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태희, 자은.

이런 류 가족드라마들은 기본적으로 서민적인 시댁과 부유한 처가의 경제력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주된 소재가 되나 봅니다. '오작교 형제들'의 둘째 아들 황태범(류수영)과 외동딸 차수영(최정윤)의 분가 문제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솔약국'의 셋째 아들이 겪던 문제와 유사합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에 목매는 친정집 부모들과 딸을 뺏어간 밉상(?) 사위와의 대립은 양쪽 집안을 시끄럽게 합니다. 태범같은 경우는 한술 더 떠 하나 밖에 없는 사위까지 챙기려는 장모 때문에 죽을 맛이죠.

'오작교' 아들들은 모두 마음에 찍어둔 커플이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셋째 아들 황태희(주원)와 백자은(유이)는 당분간 은원이 얽혀 헤어져야 하는 처지라도 큰 아들 황태식(정웅인)은 초등학교 동창 김미숙(전미선)과 결혼하기로 합니다. 넷째 아들 황태필(연우진)의 사돈(?) 사랑은 아슬아슬하긴 해도 어쨌든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상태구요. 그들의 인연 속에 태식의 아들 국수(박희건)는 기뻐해야할 아빠의 결혼을 환영할 수만은 없습니다. 태희와 자은의 사랑처럼 누군가는 즐거우면 슬퍼하는 사람도 생기는 게 인연인가 봅니다.



어른들에게 집중된 시선, 아무도 모르는 국수의 눈물

처음부터 국수는 오작교 농원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마흔 다 된 아버지 황태식은 어린 여자와 결혼하려던 중이었기에 국수의 존재에 당황하기만 했습니다. 여관에 국수를 데려다 놓고 한숨만 쉬는 태식에게 아버지의 정은 조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온지 며칠이 지나 소개받은 혈연들도 마찬가지 증조할머니 심갑년은 다정한 시선 한번 주지 않고 할머니 박복자(김자옥) 역시 처음 생긴 손자를 보며 반갑다는 말도 안합니다. 다들 얼른 엄마를 찾아 필리핀으로 돌려 보내라 성화를 부렸을 뿐입니다.

가족들 입장에서도 존재도 모르던 열살짜리 손자가 반가울 리 없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연인 조차 한 가족이 되려면 얼굴 맞대고 살며 익숙해져야 하는 법이건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가 내 혈연이라니 적응하는 것도 한 세월입니다. 동네 창피해서 혼혈 손자에게 무뚝뚝하게 굴던 증조할머니 심갑년은 국수가 죽은 둘째 아들과 손잡는 법이 같다는 사실 하나에 간신히 정을 붙였고 할머니 복자는 첫 손자이고 아들의 자식이란 생각에 거둬주기로 합니다.

미숙과 결혼하겠다는 황태식. '엄마는요?'라고 묻는 국수.

아버지 황태식과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태식은 자신이 보고 싶다며 병원으로 찾아온 아들 국수를 모른척했습니다. 남들에게 얼굴이 검은 혼혈 아들이 있단 사실을 들키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아버지이길 거부하던 태식이 이제서야 마음잡고 국수의 존재를 받아들여 요즘은 다정한 부자 간처럼 한방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돌연 옆집 미숙 아줌마와 결혼을 하겠다며 국수에게 생각을 묻습니다. 묻는다고는 했지만 결혼에 들뜬 태식은 국수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수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지 않는 속깊은 아이입니다. 원래 눈치가 빨랐는지 아니면 낯선 환경 때문에 눈치보는 습관이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어른들에게 떼를 쓰는 법도 없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지도 않습니다. 국수는 가족들의 고민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어른들의 미숙한 대처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합니다. 어찌 보면 어른들 보다 한국이라는 환경이 훨씬 괴로웠을텐데 그런 내색도 않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학교 다니는 일이 어린아이에게 쉽기만 했을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족들은 모두 아빠의 결혼에 기뻐하지만 홀로 눈물짓는 국수

지금 '오작교'에는 어린아이로서는 당연한, 그런 자연스러운 국수의 고민을 받아줄 사람이 없습니다. 응석이나 어리광을 부리기는 커녕 고민 상담도 못 합니다. 태식은 국수의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국수에게 엄마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전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습니다. 내심 국수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라도 했을지 모릅니다. 다른 어른들 역시 국수를 보면 가슴이 짠하기는 하지만 각자 자신의 감정 추스리기도 바빠 어린아이의 사정에 신경쓸 여력이 없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국수에게 아버지 태식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어른이 없다는 것입니다. 태희와 자은의 연애 때문에 시끄러웠던 것도 잠시 죽은 태희의 아버지를 뺑소니로 죽였던 사람이 자은의 아버지 백인호(이영하)란 사실에 집안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셋째 아들은 술먹고 들어와 울며 불며 결혼하게 해달라 조르고 할머니는 이미 기절해서 병원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의 결혼 덕분에 잠시나마 웃는 가족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비칠 수도 없는 국수입니다. 눈치가 빤한 국수는 아무도 몰래 혼자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미숙 아줌마와 아빠가 모두 좋아하는데 국수는 어떻게 해야할까.

다문화 교실에서 홀로 엄마의 얼굴을 그리는 국수, 남들 보다 약간 얼굴도 검고 한국인과는 생긴 것도 다르지만 국수에게는 하나 뿐인 엄마입니다. 엄마가 한국으로 자신을 떠나 보낼 때 국수는 언젠가는 엄마, 아빠와 함께 셋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꾼 적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빠가 미숙 아줌마와 결혼한다고 기뻐하며 이야기하는 동안 국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빠는 아빠와 엄마가 오래전에 헤어져서 같이 살 수 없다고 설명하지만 왜 그러면 안되는지 국수 혼자서 계속 고민했을 것입니다.

미숙 아줌마가 유일하게 국수에게 잘해주던 사람인 건 맞지만 그래도 국수는 엄마가 보고 싶습니다. 엄마가 피부색이 달라서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아빠는 엄마와 다시 사랑할 수는 없는 건지 그런 어린아이의 당연한 질문에 대답해줄 어른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태희의 눈물 보다 국수의 눈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나 봅니다. 다 큰 어른들도 마음을 다 잡지 못해 술마시고 괴로움을 토해내는데 어린아이가 홀로 그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안쓰럽게 다가오네요. 다음주에는 누군가 국수의 손을 잡고 위로해주는 장면이 연출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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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복자
    2012.01.30 21:07

    국수 친엄마는 병때문에 죽은걸로 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