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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오면, 괴짜 디자이너 서인호 교수의 매력적인 변신

Shain 2012. 2. 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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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먹는다고 더 현명해지고 세상에 너그러워지란 법은 없습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갈등하고 괴로워하는게 사람이고 삶의 시련은 끊이지 않고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희노애락은 젊은 시절과 변함이 없는데 제 감정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오히려 더욱 괴로울 것입니다. '내일이 오면'의 여주인공 손정인(고두심)은 여자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그 나이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만약 환갑이 가까운 그 나이에 새로운 기회가 얻는다면 어렸을 때 보다 훨씬 성숙한 태도로 인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이고 자기 개발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한 사람의 인격을 완성할 단계인 오십줄에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단단한 껍질을 깨는 것과 같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얻은 연륜이 오히려 가장 큰 적입니다. 남의 말이나 생각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단단한 틀에 묶여 있다는 걸 깨닫지만 깨달음대로 행동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새로 만들 미래 보다 그동안 높게 쌓아던 과거가 더 대단해 보이고 놓치기 싫은 귀한 것처럼 보이는 그 때. '도전'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까닭을 알 것도 같습니다.

윤손 리조트 개발에 참여하려는 손정인.

내연녀 김순정(김혜선)과 남편 윤원섭(길용우)의 불륜은 많은 것을 무너트렸습니다. 손정인이 오랜 세월 공들여 세운 윤손건설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딸인 은채(서우)는 남부러울 것없던 공주에서 평범한 서민 가정의 직장인으로 변신했습니다. 집안의 몰락으로 잃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얻긴 했지만 그들 가족이 산산이 붕괴되었단 것도 그 가족이 손정인이 평생 가꾸고 키워온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도 변치 않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예전처럼 다시 따뜻했던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당연한 것입니다.

서인호(최종환) 교수의 도움으로 재기할 방법을 찾은 손정인. 어린 시절 도깨비에 홀려 돈에 집착하게 되고 굶어죽은 할머니 때문에 눈물흘릴 때부터 꿈꿔왔던 리조트 개발, 손정인은 꿈을 이루고 '복수'에 성공하면 선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환갑이 얼마 남지 않은 오십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흑기사인듯 나서며 정인을 돕는 서인호를 만나 다른 도전을 할 것이냐 평생을 가꿔온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냐. 배신과 불륜의 무게도 무게지만 삶을 되돌아봐야하는 손정인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같습니다.



냉정하고 괴팍한 서교수의 놀라운 변신

사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짜증'나는 설정이 있다면 보배 보쌈의 남매들 모두가 '부잣집' 자식들과 맺어지는 부분입니다. 큰아들 진규(박수영)은 아직 현숙(서유정)에게 미련이 있지만 둘째 영균(하석진)은 윤손건설 외동딸 은채와 결혼을 약속하고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 셋째 일봉은 서인호의 딸인 서유진(박세영)과 열애중입니다. 넷째 지미(유리아)는 출판사 후계자인 지호(정민)와 사귀는 사이입니다. 마치 평범한 서민 가정의 꿈은 부유한 사람들과 만나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듯 하나같이 그런 집 자녀들하고만 연애를 하죠.

서인호 교수 역시 손정인에게는 그런 '부유한 집' 왕자님같은 존재입니다. 영균을 괴롭히고 심술궂은 말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그는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 서대사(남일우) 외에는 한결같이 냉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간병인을 구할 수 없자 바쁜 업무 중에도 아버지와 함께 이동하고 서대사를 버티지 못해 그만두는 도우미들 때문에 팔자에 없는 애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노래를 불러달라 전화하면 안 어울리는 트롯을 불러주는 효자가 서인호입니다.

남들에게는 냉정하지만 정인에게는 손수 음식을 차려주는 서인호.

영균은 처음에는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고 불편해하지만 유달리 아버지 서대사에게 지극정성인 것을 보고 서인호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아버지를 돌보는 것이 힘들고 자기 밖에 모르는 별난 아내와의 이혼으로 여성이나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되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영균의 도움으로 무사히 찾게 되자 서인호는 영균에게 감사를 표시합니다. 세계적 디자이너 서인호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속정이 깊은 남자였습니다.

손정인 역시 서인호를 처음 만날 때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자신을 따라온 치매노인 서대사를 어디로 데려가야할 지 몰라 애먹는 정인에게 서인호는 생각이 없다며 화를 냅니다. 결국 서대사가 곧 죽어도 정인을 데려오라며 생떼를 쓰자 서대사의 간병인으로 있어 달라 부탁하는 서인호. 모든 것을 잃고 한강다리에서 떨어지리라 마음먹었던 손정인은 덕분에 다시 살 기회를 얻었지만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서인호였습니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동안 서대사에게 배우는 것이 없었더라면 버티기 힘든 집이었을 것입니다.

서인호의 단 둘 뿐인 가족 서대사와 서유진.

그러나, 남의 일에 관심갖지 않는 서인호의 쿨함이 오히려 정인에겐 편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밤중에 도시락을 몰래 놓고 가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주는 성격의 서인호는 굳이 애써 정인의 사연을 묻지 않습니다. 아예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정인을 배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서재에서 홀로 작업하는 서교수는 밤새도록 서대사를 챙기고 간병하는 정인의 정성을 눈여겨 보며 조금씩 마음이 움직입니다. '사랑'의 감정이 다시 찾아올거라 생각치도 않았던 그 나이에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순정의 계략으로 윤손건설 채권단의 강력한 반발을 겪게 된 정인을 '쉐도우 스텝'이라며 옹호하는 서인호는 이제 확실한 손정인의 아군입니다. 또한 리조트를 최초로 기획한 정인의 아이디어를 높이 산 서인호는 정인의 어릴적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능력자입니다. 함께 사는 동안 쌓은 감정적인 신뢰도 신뢰지만 사업적으로도 짝을 이루게 된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 분명입니다. 더군다나 쉽게 여자를 허락하지 않던 서인호에게는 큰 변화입니다.

손정인의 확실한 아군으로 감정을 키워가는 두 사람.

'오작교 형제들'이 끝나고 '내일이 오면'의 시청률이 큰폭으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손정인이 서서히 순정에 대한 복수를 전개하는 내용도 흥미롭지만 손정인, 윤원섭, 서인호의 삼각관계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업적 감각도 뛰어나고 스타일 좋은 서인호라는 캐릭터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드라마'이니 만큼 두 사람의 연애감정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도 있습니다만 '손정인'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연기자 고두심의 연기력 덕분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에서 50대의 흑기사가 나타난 건 상당히 간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혼녀들이 재기하고 새출발하는 내용의 드라마들은 꽤 많았지만 대부분은 '젊은 재벌 왕자'들이었는데 이런식으로 로맨스가 전개되는 건 거의 처음인 것같네요. 서인호 교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지 연기자 '최종환'에 대해 검색해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철없고 혈기 왕성한 젊은 흑기사들과 다른 차별화된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일봉과 서유진의 애정행각 때문에 '철없는' 선택은 힘들 것같군요. 인생의 연륜과 철학이 담긴 새로운 결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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