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후속이 '더킹 투하츠'라는데 주인공 이승기가 맡은 역이 남한의 왕자랍니다. 여성 취향 멜로물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자 유형은 왕자나 재벌 후계자 혹은 탑스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해를 품은 달'의 이훤(김수현) 역시 한 나라의 왕이니 기존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멜로물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성 타입은 어떤 캐릭터일까요.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로맨스물을 즐기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귀여운 타입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바로 '캔디' 유형의 여자 주인공들입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늘 밝은 얼굴로 타인들을 반겨주는 캔디는 주변 사람들을 늘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주인공입니다. 공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미소 하나로 공주가 되어 여러 남자들에게 사랑받습니다. 때로는 남몰래 눈물 흘리며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캔디, 그 슬픈 미소 때문에 감싸주고 싶은 캔디. 캔디는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기 캐릭터 중 하나로 그에 덧붙여 TV 속 캔디는 실수투성이에 수시로 사고를 일으키는 캐릭터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바로 '신들의 만찬' 고준영(성유리)이 그렇습니다.

캔디와 이라이자, 안소니와 테리우스? 엇갈린 그들의 러브라인.

고준영의 캔디 캐릭터는 어딘가 모르게 의아한 것도 사실입니다. 밝고 명랑하고 누가 방해를 해서 어려움이 닥쳐도 기죽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캔디같긴 한데 다른 곳에 정신 팔다 실수를 하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못 쓰게 만들어버린다던가 15년 동안 죽어라 연습한 하인주(서현진)의 경쟁자로 낙하산 투입되는 모습은 캔디가 아드레이가로 입양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더군다나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출생의 비밀은 천애고아였던 캔디의 것이라기 보단 유리구두 하나로 처지가 바뀌는 '신데렐라'나 잠만 자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순진한 마음 만으로 캔디 역할을 하기엔 현대사회가 너무나 복잡하고 꼬인 것일 수도 있겠죠. 또 결국에 캔디라는 캐릭터는 안소니와 테리우스라는 사랑을 잃고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자립심 강하고 의연한 성격입니다. 다소 '민폐 캐릭터'처럼 혹은 주방의 천덕꾸러기인 듯 묘사되는 지금의 처지 보다 훨씬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녀의 안소니와 테리우스, 알버트 아저씨들은 누구냐는 것이죠. 극중 도윤(이상우)과 준영의 키스신을 보고 나니 궁금해지는 설정입니다.



허술한 왕자 최재하 맹목적인 왕자 김도윤

아리랑 3대 명장 선노인(정혜선)의 손자인 최재하(주상욱)나 서나래 회장 백설희(김보연)의 아들인 도윤 모두 '왕자님'의 외모와 조건을 갖춘 남자 주인공들입니다. 그중 최재하는 공무원으로 젠틀한 매너와 다정한 말투, 자상하게 보살펴주는 태도가 돋보이는 남자지만 안소니나 알버트라고 하기엔 헛점투성이, 즉 허당입니다. 장작패기를 해본 적 없어 고준영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몇번씩 옷이 물에 젖어 보기만 해도 얄궂은 차림새로 민망하게 얼굴을 맞대기도 합니다. 움직이지만 않으면 안소니로 봐줄 수도 있는데 행동하기만 하면 사고가 나는 셈입니다.

허당왕자 최재하 옆에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하인주가 있습니다. 인주의 본래 이름은 송연우이고 성도희(전인화) 명장의 친딸이 아니지만 성도희가 모든 걸 잊어버리고 하영범(정동환)이 입을 열지 않는 바람에 재하는 어릴 때와 전혀 다른 인주를 같은 사람이라 믿고 있습니다. 초콜렛 알레르기가 있는 인주와 '공기가 맛있다'고 말하던 인주는 어딘가 묘하게 다르다고만 생각할 뿐 의심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랬던 그가 준영에게 끌리는 바람에 하인주는 '이라이자'의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주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 영범은 약속했지만 제일 먼저 재하가 떠나버릴 것같습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타입의 최재하

한편 불행한 과거를 가진 도윤은 영락없이 테리우스의 모습입니다. 캔디의 테리우스는 영국 공작가의 사생아로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하고 외로운 어린 시절을 견뎌왔습니다. 연기를 좋아했고 캔디를 사랑했지만 결국엔 자신을 대신해 다리를 잃은 수잔나와 함께 하게 됩니다. 운명적인 슬픔과 약간은 일그러진 반항아적인 성격, 그리고 열렬한 사랑까지. 테리우스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캐릭터가 김도윤입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캔디 역할의 준영이 도윤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점일까요.

테리우스는 자신을 냉대하는 아버지 그란체스터 공작과 연기 생활에 몰두하며 자신을 모른척한 배우 어머니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도윤 역시 어린 시절 아리랑 4대 명장 대회를 위해 형 지훈을 죽게 내버려둔 백설희를 용서하지 못하고 냉대하며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냅니다. 어머니와 연락도 끊고 형의 꿈이었던 요리사가 되어 '해밀'이란 이름으로 세계적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테리우스가 캔디를 주근깨라고 놀렸듯 초반의 도윤도 준영을 괴롭히곤 했습니다. '아리랑'의 막내 요리사로 일하는 도윤은 준영에게 '비밀의 테리우스'인 셈입니다.

우울하고 비밀스런 반항아 김도윤. 비밀의 테리우스.

물론 고준영을 캔디 캐릭터로 PR하긴 했지만 '신들의 만찬'의 러브라인까지 '캔디' 구조에 맞춰넣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캔디에게 안소니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고 추억이지만 최재하는 현재 준영의 마음을 차지한 연인이고 되찾아야하는 어린 시절의 상징입니다. 아무리 도윤의 역할이 우수에 젖은 테리우스라고 해도 지금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준영을 구해낸 재하를 보며 하인주와 김도윤이 미묘한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했던 것처럼 지금은 단지 해바라기 사랑에 불과합니다.

캔디라는 캐릭터가 뭇 남성들에게 사랑받았던 인기 캐릭터였던 만큼 두 남자 모두 고준영을 사랑하는 건 상당히 자연스럽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신들의 만찬'에서 만큼은 이라이자 하인주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송연우의 인생을 포기하고 딸이 되어달라는 영범의 부탁대로 성도희의 딸이 되기 위해 평생 노력했건만 재능이 뛰어난 진짜 딸이 나타나 사랑도 인생도 가져가게 된다면 속이 활활 타올라 재가 되버릴 지도 모릅니다. 사랑도 부모도 명예도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 이라이자 보다 훨씬 더 악의에 찬 인물이 되겠죠.

안소니와 테리우스.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준영의 연인들.

이 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주인공 고준영이 아리랑 명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메인 요리라면 준영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은 양념이고 준영과 인주의 사랑싸움, 도윤과의 삼각관계는 사이드 요리같은 것입니다. 전체가 잘 버무려져야 비빔밥이 제 맛을 내듯 진짜 캔디 이야기도 나오고 요리 드라마든 멜로 드라마든 완성을 할 수 있는 셈이죠.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고준영이 불어와 영어에 능통한 인주를 밀어내고 청국장 요리로 외국 요리사들을 만족시키는 장면은 어떤 면에서 통쾌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허당 왕자 재하도 매력적이지만(배우 주상욱이 토크쇼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여준 허술한 이미지를 캐릭터로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괴짜인듯 하면서 얼굴 한쪽에 그늘이 진 천재 요리사 해밀, 도윤의 캐릭터도 흥미롭습니다. 마치 동반자를 얻은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준영을 눈으로 쫓는 그의 본성은 테리우스 보다 따뜻하고 다정할 지도 모르겠네요. 요리의 재능을 키워가는 준영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네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어쩌면 명장으로 성장하는 주인공 이야기 보다 훨씬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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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은
    2012.03.10 17:32 신고

    잘읽었습니다. 잘쓰셨네요. 재하 캐릭을 작가가 승승장구 보고 잡았다니? 그렇군요. ㅋㅋㅋ

  2. 강두태
    2012.03.10 21:52 신고

    성유리. 얼큰이...유난희 얼굴이 크더라

  3. rkausrhdwn
    2012.03.10 23:37 신고

    쓰신글이 잘못 파악하신듯한 느낌이 드는군요.허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