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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가필요해, 속시원한 차나라의 몰개성 비난과 차인표의 정계진출 부정 한편으로 씁쓸

Shain 2012. 3.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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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드라마 방영편수는 많이 늘어났지만 수, 목요일에는 딱히 흥미를 끄는 드라마가 없네요. 대신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는 나날이 재미있어지는 것같습니다. 심혜진, 차인표가 열연하는 캐릭터도 유쾌하지만 적절히 끼워넣은 사회 풍자도 재미있습니다. 최근 방영분에서는 10대들 사이에서 열풍인 '노스페이스' 문화를 꼬집는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정계진출설을 단호히 부정했음에도 계속 시달리는 '차인표'의 속마음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힐링캠프' 출연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킨 차인표가 이번에도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계 진출 자체를 부인하는군요.

우리들이 아무렇지 않게 따르고 쫓는 유행에는 허세와 거품이 많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두 선녀, 왕모(심혜진)와 채화(황우슬혜)의 눈에는 이상하게만 보이는 것들을 사람들은 중요하게 여기곤 하죠. 가격도 저렴하고 디자인도 브랜드 상품 못지 않은, 품질좋은 닭털 조끼를 팔아보려 해도 '브랜드' 상품이 아니면 절대로 사지 않겠다는 사람들에겐 어필하지 못합니다. 브랜드 상품 뿐만 아니라 사업자 허가를 내기 전엔 물건을 대량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을 선녀 왕모는 모르고 있습니다.

닭털 조끼를 흉보는 아이들에게 딱 부러지게 한마디 던진 차나라.

그러고 보면 왜 요즘엔 그렇게 '쓸데없는' 일에 남의 눈을 의식하게 되었을까요. 왕모에게 선물받은 닭털 조끼를 입고 학교에 간 차나라(김윤혜)를 아이들은 손가락질하며 흉봅니다. 잘 사는 집 애가 빈티나는 옷을 입었다는 험담은 어디서 많이 본 풍경입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명품입으려 돈을 버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특히 아이들은 특정 브랜드를 입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고 그중에서도 비싼 걸 입지 않으면 '서열'에서 밀려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서열에 맞지 않게 비싼옷을 입으면 뺏기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남들 하고 같은 브랜드에 같은 디자인 옷입고 비슷한 행동에 미슷한 말을 하면서도 개성을 이야기하는 시대는 씁쓸할 정도로 코믹합니다. 품질좋은 옷을 손수 디자인해 만들어 입었다는데도 그 독자적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너도 나도 입는 옷을 입고 유사한 외모로 꾸며야 평범한 축에 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웃긴 현상'을 지적하고 바꾸려 하기 보다 그런 허영으로 먹고 사는게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물건 만 잘 팔리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만 다른 이유 때문에라도 영 불편한 풍경입니다.



정치와 브랜드, 그 허황된 속성의 공통점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가 지나치게 대량 생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량생산하여 비싸게 유통시키는 명품은 소수의 몇몇만 누릴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인정받곤 했지만 요즘은 다량으로 제작되는 공산품에도 브랜드 가치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제작 원가에 비해 유통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부담되는 것도 같습니다. 품질좋은 저가형 물건이라는 말이 사라져버린 건 예전에 비해 생산 원가가 오른 탓이기도 하겠지만 소비자들 쪽에서도 저가 물품 보다 브랜드를 선호하나 봅니다.

극중 나라의 말대로 생산 원가가 브랜드 상품의 모든 걸 말해주진 않겠습니다만 거품많은 브랜드 상품과 품질좋은 저가형 상품은 본래부터 그 존재 가치가 다릅니다. 직접 느낄 수 있는 실용을 선택하느냐 허상의 가치를 좇느냐 하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인데 최근에는 그런 '선택'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요즘 한국사회의 큰 문제점이죠. 누구 말대로 개나 소나 입는 브랜드에게 이제 무슨 가치가 있겠냐 싶은데도 그런 현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최근 '힐링캠프'에 출연해 정계입문설을 부인한 차인표. 극중에서도 강력 부정.

어제 방영분에서 극중 차세주(차인표)는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자신에게 택시기사가 '정치하시는 분이냐' 묻자 자신이 정치하게 생겼냐며 정치할 생각도 시간도 없다고 대답합니다. 며칠전 '힐링캠프'에 출연해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발언한 장면의 연장인 셈입니다. 자꾸만 차인표를 두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총선출마설이 본인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몇년전부터 계속 부인하는데도 그런 '설'이 나오는 건 누군가 입김을 넣기 때문 아닐까요. 인기 좀 있는 연예인에게겐 무차별적으로 권유하던 과거 풍경이 떠오릅니다.

정치라는 게 말로만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중심이지 가까이 가면 각종 험악한 음모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곳임을 몇년전 차인표가 직접 출연한 '대물(2010)'이라는 드라마에서도 느꼈을 것입니다. 기껏해야 10대들의 서열 세우기에 이용된다는 40만원짜리 옷의 가치 만큼이나 허황된 곳이 정치판입니다. 이미지 좋은 연기자들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그들의 러브콜이 차인표 개인에게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보면 뻔합니다. 이후에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입문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인기있다고 아무나 끌고 가는 방식은 절대 옳지 않습니다.

차인표는 '한번만 더 국회의원 나온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 진원지를 법적으로 알아보겠다'는 자신의 발언이 '국회의원 나가라고 하면 고소하겠다'는 말로 와전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딱 부러지게 그런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비난하진 못합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의 완곡한 거절이고 처세술일 수도 있겠으나 강한 비난을 하는 만큼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치권에 밉보여서 좋은 결과를 본 연예인은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차나라처럼 '나에게 관심끄라'며 강력하게 처신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닐까요.

차나라가 자신을 흉보는 아이들에게 생산 원가까지 설명하며 딱 부러지게 '닭털 조끼'를 옹호한 장면은 사실 그렇습니다. 나라가 연예기획사 아버지를 둔 부자집 딸인데다 전교 1등의 성적을 자랑하는 서열 1위 아이라 그렇지 실제로는 그런 가치관이 씨알도 안 먹힐 거라고들 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재수없다'는 이유로 보복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것이죠. 이 시트콤은 묘하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해결법을 제시합니다. 나라를 짝사랑하는 신우(신우)가 왕모의 닭털 조끼를 유행시키는 것으로 설정한 것이죠. 말그대로 학교 최고의 인기남이 브랜드 제품을 이겼습니다.

어찌 보면 직접 만든 옷 하나 팔지 못하고 돈 오만원에 긴머리를 자르는 왕모의 눈물은 이 시대 서민의 눈물이기도 합니다. 허황된 꿈을 쫓는 현대인들에게 진실을 깨우쳐주는게 왕모와 채화의 역활이기도 하지만 딱히 선녀가 아니라도 순수한 마음 만으로 살기 힘든 이 시대를 상징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벌어도 벌어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방세 하나 제대로 못내는 처지에 각종 3D 업종에 종사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서민들에겐 복권 말고는 답이 없다는 현실. 웃으면서 지켜보지만 한편으론 신랄한 사회풍자이기도 하죠.

아무튼 초반에 비해선 신데렐라가 된 황우슬혜의 능청스런 연기가 조금은 둔해진 것도 같은 반면 마태희(윤지민)의 팥쥐엄마 역할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망가지는 차인표는 지켜보는 재미가 있네요. 차인표의 열연 덕분인지 시청률이 무려 1퍼센트 이상 올랐네요. 최근 드라마 시청률 1프로 올리기 쉽지 않은 일인데 차인표라는 연기자가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이대로 정치하지 마시고 계속해서 연기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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