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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진, 첫회부터 초강력 미스터리 흔한 타임슬립은 면했나

Shain 2012. 5.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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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인터넷 뉴스 중에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MBC 드라마 '닥터진' 제작진이 SBS에서 8월부터 방영예정인 드라마 '신의'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인데 그도 그럴것이 두 드라마는 소재에서부터 플롯까지 많은 부분이 유사합니다. '닥터진'은 현대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해 활약하는 내용이고 '신의'는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여의사가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최소한 '타임슬립'과 '의사'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겹치는데다 '사랑'이라는 설정까지 공통적입니다. '닥터진'은 '이김프로덕션'이 제작하고 '신의'는 '김종학프로덕션' 작품이군요.

시대를 뛰어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목요일에 종영된 SBS '옥탑방 왕세자'는 조선시대 왕세자가 현대로 넘어와 벌이는 각종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고 TvN의 '인현왕후의 남자' 역시 숙종 시대에서 건너온 한 남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워낙 '시대를 초월한 사랑'이라는 같은 소재가 반복되니 비슷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만도 합니다만 '닥터진'과 '신의'는 설정 자체가 너무 유사해 법적 표절 시비를 피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 '닥터진'. 외과의가 조선시대로 가다.

드라마 '신의' 제작진 쪽의 공식 대응은 아직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신의'가 제작된다는 말이 있었으나 '닥터진' 역시 원작 만화가 꽤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유명 작품입니다. 과거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표절시비가 붙었던 김종학프로덕션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물론 8월까지는 시간이 충분하고 아직 방영 예정작이니 충분히 같은 소재로도 변화를 주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고려 시대라고 하니 복식이나 문화도 조선 시대와는 제법 많이 다를테구요.

어제 첫방영된 '닥터진'은 방영초기부터 말이 많던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양의를 몹시 싫어해 명성황후의 첫아들을 양의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대원군 이하응(이범수)이 현대에서 넘어온 진혁(송승헌)과 우정을 나눈다는 것도 신기한 설정이고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을 거절했다는 송승헌이 평소 날카로운 외과의사 역에 어울히지 않는다는 평도 지배적이었습니다. 또 안동김씨 김병희(김응수)가 권력을 농단하는 모습이나 유홍필(김일우), 허광(정은표)의 출연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연상시키는군요. 말하자면 '닥터진'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뻔한 설정이라는 것입니다.



타임슬립의 비밀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연기자

주인공 진혁은 신원불명인 한 남자의 뇌수술을 하게 됩니다. 어딘가에서 크게 부상을 입은데다 얼굴을 붕대로 감아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뇌 속에는 아기의 형상을 한 이상한 종양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이 남자는 미나(박민영)의 사고로 절망적인 심정이 된 진혁 앞에서 종양이 담긴 유리병을 들고 뛰어내리려 합니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이며 왜 병원 옥상까지 올라와 그런 짓을 하는 걸까. 그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은 진혁의 머리 속에 들려오던 '돌아가야 해'라는 환청과 관계가 있겠죠.

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 윤곽이 뚜렷한 얼굴 생김생김으로 봐서 이 남자는 분명 과거에서 돌아온 진혁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차 대원군이 되는 이하응과 과거에 살고 있던 홍영래(박민영 1인 2역)를 만난 진혁이 각종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은 분명하고 그 와중에 다시 현대로 돌아오게 된 것이리라 봅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뇌를 수술하고 자신을 마주하다 보니 겪지 않은 일까지 떠올라 '돌아가야 한다'는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게 된 것이겠죠. 무한 반복되는 운명처럼 미래의 자신으로 인해 타임슬립하게 되는 설정이란 생각이 듭니다.

얼굴에 붕대를 감은 수상한 남자. 그의 머리 속엔 이상한 종양이.

연인의 사고로 인해 심리적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타임슬립을 한다. 이 내용도 사실 어디선가 익숙한 설정입니다. 바로 영국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 2006)'에 유사한 설정이 있었지요. 주인공 샘 타일러(존심)는 사고를 당해 70년대로 타임슬립해버렸고 그는 과거의 사람들과 우정을 맺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현실로 돌아온 결국 그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 역시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본 과거 속에는 사랑하던 연인의 부모도 있었고 어린 시절의 샘타일러도 등장합니다.

'라이프 온 마스'는 주인공이 타임슬립을 하게 된 이유도 또 주인공을 끊임없이 현실로 돌아가게 하려는 인물들의 정체도 모두 미스터리로 처리합니다. 마지막까지 그 비밀이 정확히 해결되지 않음에도 사람들은 끝까지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 합니다. 한마디로 타임슬립의 비밀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 저력이었고 당시 식상한 '타임슬립' 소재를 활용해서 이렇게 참신할 수 있는걸까 싶어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닥터진' 역시 첫회에서 '정체불명의 남자'를 등장시켜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충분히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셈입니다.

사고를 당해 수술받았지만 깨어나지 않는 미나. 진혁은 절망한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 시청자들을 대만족시킨 두번째 부분은 너무나도 70년대스러웠던 과거의 인물들입니다. 영락없는 마초에 골초에 편법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70년대 형사 진 헌트(필립 글레니스타)는 미래에서 온 샘 타일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진정한 동료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캐릭터가 상반된 두 사람의 우정과 파트너십은 드라마를 보는 또다른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닥터진'의 주인공 진혁과 이하응의 캐릭터가 얼마나 궁합이 잘 맞을 지는 모르겠으나 야심을 숨긴 파락호를 연기하는 이범수라면 충분히 기대해볼 부분이 있을 거라 봅니다.

거기에 어떤 악역을 해도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김응수나 매력적인 푸른 눈의 기녀 춘홍(이소연)도 드라마를 사로잡을 주요 배역 중 하나라 봅니다. 진혁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점괘로 알아내는 그녀라면 그의 운명을 밝혀줄 등불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타임슬립의 비밀을 헤쳐나가는 열쇠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요. 배우 이소연이라면 '동이(2010)'에서 맡았던 장희빈 역도 그렇고 자기 몫을 해내고야 마는 연기자 중 한명입니다. 개인적으로 색깔이 선명하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연인으로 활약하는 박민영 보다 기대가 가는 연기자이기도 합니다.

가장 기대가 가는 두 배우 이범수와 이소연.

뻔한 설정에 '타임슬립' 자체가 식상하기는 하지만 '닥터진'의 첫회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첫테이프를 끊었다고 봅니다. 속어로 '떡밥'도 충분히 뿌려놓았고 이야기의 뒷부분을 궁금하게 할 만한 미스터리도 꼼꼼하게 짜놓은 듯 보입니다. 박력있는 전개로 보는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 한 점도 꽤 마음에 듭니다. 이하응이나 춘홍의 캐릭터도 탄탄하게 드라마를 뒷받침해줄 것이니 이제부터는 지루하지 않게 전개하는 능력이 관건인듯합니다. 지지부진하게 삼각관계나 서사에 휘말려 발목잡히지 않는다면 충분히 괜찮은 '주말드라마'가 될 것이라 봅니다.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아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만 혹자는 첫회가 원작과 매우 달라 원작을 보았더라도 뒷내용을 알 수 없을거라고 하더군요. 막부 시대의 사무라이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란 설정이 확 다르니 그럴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네요. 잘 생기긴 해도 연기력은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던 송승헌이란 배우가 또다른 도전을 하게 될 지도 궁금하구요. 하여튼 많은 우려를 했던 드라마 치고는 흥미롭습니다. '닥터진'이 끝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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