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굴러온당신, 사랑과 전쟁이냐 신랄한 현실 풍자냐 상반된 반응

Shain 2012. 3. 11. 09:37
728x90
반응형
서로 사랑해 결혼한 부부가 시댁 때문에 갈등하고 이혼의 위기를 겪는다? 그동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렇고 그런 소재 중 하나입니다.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사랑과 전쟁'은 시즌1도 현재 방영중인 시즌2도 꾸준한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입니다. 불륜과 배신이라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 때문에 때로는 어쩌면 저럴 수 있느냐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하고 때오는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감가는 주제로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합니다.

금요일밤, 바쁘게 보낸 한주를 정리하며 간만에 함께 하는 부부들은 드라마 속 상황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입장 차이 때문입니다. 지독하게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를 두고 아내는 내 친구네가 저렇다 또는 가끔 어머니도 내게 심술을 부리신다며 공감을 표하고 남편은 저런 사람이 어디 있냐 작가가 미쳤다 또는 며느리가 잘못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반박을 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오붓하게 시작한 시간이 다툼의 시간으로 변해버리는 건 시간 문제. 시청자들 사이에선 '사랑과 전쟁'은 '분란의 원인'란 평까지 등장합니다.

시집살이 싫은 아내, 돈 때문에 상사랑 바람피웠단 남편. 사랑과 전쟁이 따로 있나.

부부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은 이것 뿐 만이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 상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 경제적으로 무능해 시댁에 기대어 사는 가부장적인 남편, 시이모부터 시할머니까지 간섭하는 시댁, 맞벌이하는 며느리가 가정과 시댁에 완벽하게 행동하길 바라는 시어머니, 성형수술 중독에 명품을 좋아하는 사치한 시누이 등 타인과 타인이 만나 부부로 산다는 자체가 충돌의 연속입니다. 흔히 말하는 통속이 이런거고 드라마 속 막장은 별개 아니라 이런 '현실' 속 갈등을 과장한 것 뿐입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이런 통속적인 내용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드라마로 옮겼습니다. 엄마가 시집살이 당하던 모습이 끔찍해 엄마와 올케가 다투면 올케 좀 이해하라 편들고 자신은 그런 시댁이 싫어 능력있는 고아와 결혼하겠다는 차윤희(김남주). 싸움닭에 정의파면서도 작가, 배우, 감독에게 온갖 아부를 다 해야 하는 차윤희는  사는게 얼마나 만만치 않은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여성입니다. 한편으론 익숙해서 공감이 가고 재밌는데 다른 한편으론 불편하고 또 이런 이야기냐 싶어 식상합니다. 드라마가 유쾌함과 막장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막장의 불씨를 안고 있지만 흥미로운 전개

남편 남남구(김형범)가 사장(전수경)과 돈 때문에 불륜을 저질렀단 변명을 하자 열이 받은 방일숙(양정아)은 동생들과 함께 사장의 골드 카드로 백화점 명품을 사들입니다. 백만원, 이백만원 속시원히 저지른 거 까진 좋았는데 사장의 신고로 경찰서에 잡혀갔을 땐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경찰 앞에서 자매의 이름이 일숙, 이숙(조윤희), 말숙(오연서)이라고 진술할 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담당 형사는 아직도 그렇게 이름을 짓는 집이 있냐며 계속해서 본명을 대라 추궁합니다. 남편의 부정 앞에서도 당당할 수 없는 여심이 안타깝고도 딱합니다.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방정배(김상호)는 유식한 남자입니다. 몇년째 형님댁에 집세 한푼 안내고 얹혀 살며 건물에 세입자가 들어오면 복비 좀 제때 내라 형수님 엄청애(윤여정)에게 요구하는 방정배는 그 한마디를 하는데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거론합니다. 한마디로 내 돈 떼먹지 말라는 건데 당연한 요구에 문자쓰는 방정배는 웃기면서도 씁쓸합니다. 이 남자는 말한마디로 권위세우는데 도가 튼 남편입니다. 띠동갑 어린 아내는 그런 남편이 좋다지만 버린 물건을 주워 쓰고 헌책방에서 알바를 한다는데도 환경문제나 삶의 보람을 찾는 이 남자 어찌 보면 민망합니다.

대통령 레임덕과 부동산 복비는 무슨 관계일까.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은 약간은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을 코믹하게 묘사해서 눈에 익은 '통속'을 재미있게 넘길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일숙, 이숙, 말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딸의 사회생활을 신파극으로 찍자면 좌절의 연속이고 가난한 가정의 가장이 아내에게 면목없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습니다. 바람난 남편 때문에 우는 아내의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흔한 막장의 소재를 유쾌하게 넘긴 것은 이 드라마 최대의 장점이자 매력입니다. 같은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어도 '사랑과 전쟁'이 되지 않은 비결입니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에겐 이런 설정이 당연히 짜증의 원인입니다. 아직까지 테리강(유준상)이 친아들인 줄 모르는 엄청애는 사사건건 차윤희와 부딪히고 가짜 아들 행세를 하는 사기꾼에게 속아 친아들 테리에게 막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른에게 함부로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뻔한데도 식사하러 오라는 엄청애와 드라마 제작이라는 고된 일을 수시로 하는 차윤희는 극과 극입니다. 말하면 입아픈 시댁과의 갈등이 눈에 확 들어오고 '남자는 하늘'이라고 말하는 천재용(이희준)이 등장했으니 눈쌀이 찌푸려집니다.

친아들을 못 알아보고 사기꾼에게 휘둘리는 엄청애.

더군다나 씩씩한 김남주가 그런 시댁를 헤쳐나가며(?) 남편과의 사랑을 지키려고 할 것이란 약간은 뻔한 전개가 쉽게 예상되다 보니 '내조의 여왕' 등에서 익숙한 김남주가 캐릭터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김남주의 남편 김승우가 머리 떡진 고시생 역으로 등장했는데 그마저도 전작과 유사합니다. 김승우의 드라마 특별출연한 것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웃기긴 웃긴데 이번에도 나오는구나 싶어서 김남주가 더욱 '여왕' 시리즈와 유사해 보입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엔 직장상사가 적이었는데 이번엔 '시댁'이 극복의 대상입니다.

또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시댁과 남자가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냐며 비아냥댑니다. 여자 입장에서는 어릴 때 시집살이를 물리게 보고 자랐으면 층층시하(層層侍下)를 불편하게 여길만하도 하지 않느냐 반문하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뱁새눈으로 노려본다는 게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수입이 변변찮은 부동산 직원이나 여자 상사 비위를 맞추는 남편의 처지가 쉬울 거 같냐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반복되어진 막장 설정이라며 지루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드라마를 받아들이기 마련이니 그것도 나름 당연한 반응입니다.

차라리 죽은 아들이면 그냥 잊고 포기하겠는데. 아이잃은 가족의 슬픔.

이런 상반된 반응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말수 적은 방장수(장용)는 평생을 아들 찾기에 허비했고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새었습니다. 방장수는 아직까지 아내와 어머니(강부자)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고통받는 모습에 더 이상 그러지 말라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손자에 더욱 집착하는 할머니 막례는 둘째 손녀 생일상 차리는 며느리를 들들 볶고 억지를 부립니다. 차라리 아이가 죽었으면 깨끗하게 포기하겠는데 살아있을 것같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가짜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괜시리 가족 중 누굴 닮았다고 믿어보고 거짓말을 해도 알아채지 못하는 심정.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입양되어 나름 행복하게 자랐는데도 친부모를 막연히 그리워합니다. 매사에 공평한 양어머니에게 가끔은 섭섭함도 느꼈다고 합니다. 남들 보기에 완벽한 테리에게 허전한 빈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부모입니다. 과연 테리강(방귀남)의 친부모 찾기야말로 어쩌면 평범한 '통속극'인 이 드라마를 독특한 이야기로 만들어줄 특별한 소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