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골든타임

한드 '골든타임' 시즌제 왜 안되는 걸까

Shain 2012. 10. 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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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골든타임'이 종영되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배우 이성민은 오랜 무명생활 동안 연극배우로 고생했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와 '골든타임' 방영 이후 조금쯤 달라진 자신의 현재를 소탈하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골든타임'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이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의학드라마를 가장한 멜로물이 아닌 진짜 의학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스타 배우 보다 연기 잘 하는 배우를 선호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죠.

그런가하면 최근 '골든타임'의 최희라 작가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기대했던 '시즌2'에 관한 질문에 최희라 작가는 생각 보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즉 기존 캐릭터로 사건만 재구성하면 되기 때문에 '시즌2'를 집필하는게 부담이 적긴 하나 못 미더운 배우와 '시즌2'를 제작하느니 다른 드라마를 쓰는게 낫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즉 시즌 1의 출연진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반응인 것입니다. PD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시즌2 출연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도 각자의 사정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골든타임'은 여러모로 기존 의학 드라마와 달랐습니다. 현재 방영중인 '마의'나 '신의'에서 묘사하는 의사는 일종의 판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는 성직이며 남다른 사명감과 재능으로 환자를 돌봐야한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런 판타지의 핵심입니다. 제 시간 안에 환자가 적절한 병원에 도착해 알맞은 응급치료하려면 환자 수송을 위한 헬기와 헬기를 띄우기 위한 기름값, 그 주변을 뒷받침해줄 절차, 인력, 예산, 행정 그리고 정치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판타지 드라마는 그런 이야기를 절대 언급하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현장을 드라마로 옮겨놓은 '골든타임'은 시즌제로 만들기 딱 알맞은 소재입니다. 일분 일초가 급한 응급실이라는 배경에 고통받는 환자와 그들을 두고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갈등하는 의료진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거리가 됩니다. 기존 방영분이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 추후엔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를 초점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를 뒷받침해주는 이성민의 최인혁 캐릭터와 의료계의 현실. 응급실을 스쳐지나가는 인턴과 환자들은 생각만 해도 '드라마틱'합니다.

그런데 왜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은 이렇게 좋은 드라마의 시즌제 제작을 부정적으로 볼까요. MBC는 최근 '대장금2'의 제작 추진 의사를 비춘 적이 있습니다. 작가도 출연진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2003년작을 지원하느니 '최신 히트 상품'을 선택하는게 이익일텐데 방송국에선 왜 '골든타임'을 확실하게 밀어주지 않는 것일까요. 외국같으면 이 정도 좋은 반응을 얻은 드라마는 제작사와 방송국에서 적극적으로 시즌제를 후원했을 것입니다. 단편이나 미니시리즈로 방송하려던 드라마가 시즌제로 거듭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 나라에서도 '파일럿(pilot)'  예능 프로그램을 종종 볼 수 있는데 특집으로 방송한 프로그램 한편의 반응이 좋으면 그대로 장기 제작으로 채택됩니다. 미국은 드라마에 이 파일럿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첫회를 방영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제작 오더를 내려 시즌제로 편성하는 것입니다. 가끔은 파일럿이 방송사 입맛에 따라 수정되고 파일럿 제작 일이년 후 방영되어 아역 배우를 교체하는 경우가 생깁니니다. 그 사이 너무 자랐기 때문이지요. 선택은 신중하지만 방영은 확실히 밀어줍니다. 이런 시즌제의 최고 장점은 무엇 보다 좋은 드라마 아이템을 꽤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드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보니 성공한 컨텐츠는 최고 대우를 받게 됩니다. 특히 드라마 시장의 규모가 전세계적이라 인기 드라마는 천문학적 수익이 보장되니 장기 수입원인 시즌제 드라마 제작에 필사적입니다. 처음부터 시즌제 제작을 염두에 두고 출연진과 계약사인을 하고 제작진 역시 자연스럽게 장기 제작을 염두에 두고 기획에 들어갑니다. 반면 한국드라마는 드라마 반응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는 부분에는 동의해도 시즌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골든타임'의 시즌2 제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무엇 보다 그것이겠지요.


그동안 우리 나라 공중파에서 '시즌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번째는 무엇 보다 자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즌제는 일종의 장기 플랜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리즈물입니다. 방송국 자체 제작이든 외주 제작이든 꾸준히 한 드라마를 스폰서해줄 수 있는 후원업체가 필요하고 광고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시청률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인기 판도가 바뀌는 드라마 시장에서 새 아이템을 기획해내는 것 보다 장기 연재물을 끌고 나가는게 훨씬 더 돈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한국 특유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드는 초기 환경이 열악한 편이었에 적은 자본으로 최대 시청률을 뽑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추구해왔습니다. 특별 세트가 필요하지 않은, 탤렌트들의 연기에 의존하는 멜로 장르가 다수 만들어진 것도 그탓이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수는 적은데 드라마는 상당히 많이 제작하는 편이니 한가지 드라마에 시간대를 고정 투자하긴 아깝다는 것입니다. 광고 시장은 협소한데 종편을 비롯한 채널은 여러개입니다. 드라마 시장이 지금 보다 몇배로 커지지 않는 한 일부 고정팬을 대상으로 한 시즌제는 모험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방영 이후 읽은 기사를 보니 우리가 '좋은 드라마'라며 격찬한 '골든타임'의 초반 시놉시스는 상당히 막장스러웠다고 합니다. 이성민이 맡은 최인혁은 아버지에게 장기 기증을 해줄 도너와 결혼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이민우(이선균)은 사업이 망해 의사를 그만 두는 등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설정이더군요. 시청자들이 질려하던 의학물을 빙자한 멜로 드라마의 시놉시스였던 것입니다. 자극적인 내용이 인기를 끌고 한편당 70분 매주 2회씩 방영되는 우리 나라 드라마 시스템은 어쩌면 시즌제와는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또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드라마 '골든타임'이 시즌2로 제작되어 더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망가지는 후속작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든타임' 시즌2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는 건 그만큼 '골든타임'이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좋은 드라마이고 놓치기 싫은 아이템이라는 뜻입니다. 시즌1의 설정을 그대로 살려 시즌2를 제작하길 기대하는 마음. 시즌2가 제작된다면 우리 나라 드라마 환경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 보다 다시 한번 최인혁 교수의 캐릭터를 보고 싶은 마음에 꾸준히 시즌제 제작을 졸라볼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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