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내사랑나비부인, 제대로 망가진 염정아의 시집살이 '넝쿨당'과 비교 불가

Shain 2012. 10. 13. 14:12
728x90
반응형
이 드라마를 시청해본 일부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넝쿨당'과 '내 사랑 나비부인'은 갑자기 나타난 시댁식구들과 만나는 에피소드란 점에선 어떻게 보면 동일하기도 합니다. '넝쿨당'의 차윤희(김남주)는 불편하게 지내던 앞집 여자가 시어머니고 도끼눈뜨던 앞집 여자가 시누이란 사실에 경악했지만 '내 사랑 나비부인'의 남나비(염정아)는 재일교포인 줄 알았던 남편 로이(김성수)를 원수처럼 여기는 시댁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내사랑'의 설정과 비교하면 '넝쿨당'에서 보여준 시댁과의 갈등은 애교 수준이죠.

남편과 단둘이 '잘 나가던' 여자에게 갑자기 시댁이 생겼다. 사실 그 포맷만 비슷한게 아니라 '가족극' 형태를 취하는 이 드라마의 기둥 즉 시댁의 가장이 같은 배우입니다. 속정깊은 아버지 역할를 자주 맡는 배우 장용이 '내 사랑 나비부인'에서도 시아버지 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집살이를 묘사하는 드라마에서 시아버지의 비중은 당연히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넝쿨당'의 시아버지 역이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역을 맡게 되었으니 유사하단 느낌은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넝쿨당'에서 차윤희의 아들이었던 지환 역의 아역배우 이도현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남나비에게 갑자기 나타날 7명의 시댁 식구들.

그런 점을 다 배제해도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기본 포맷이 원톱 여배우가 이끌어 나가는 명랑 가족극이다 보니 성공한 드라마인 '넝쿨당'과 비교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합니다. 제작진이 '넝쿨당'을 고려하고 드라마를 구성했는지 아닌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만 대표적인 중년 배우인 김남주가 이끌어 나가는 드라마와 염정아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당연히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넝쿨당'에서 보여준 속시원한 차윤희 캐릭터가 화제였듯 '나비부인'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여배우 남나비 캐릭터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넝쿨당'과 이 드라마가 비교되는 건 제작사에서 제작발표회 전에 드라마 홍보를 '시월드'를 중심으로 하기도 했던 탓도 큽니다. 하루아침에 쫄딱 망한 남나비가 남편의 시댁에 얹혀 살게 되고 남편을 곱게 보지 않았던 시댁 식구들이 남나비 조차 껄끄러워하니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겠죠. 그런 '극단적인' 시월드와 '넝쿨당' 시월드를 비교하는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시집살이는 시집살이니까요.

장용과 이도현 두 명의 출연자가 '넝쿨당'과 겹치기는 한다.

어떤 소재를 선택하든 주말극은 사극 아니면 가족극이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여러 부분 '넝쿨당'과 비교가 되긴 하지만 '나비부인' 쪽은 가족극으로서 몹시 우울하고 복잡한 구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넝쿨당'이 겹사돈이나 재벌과의 혼사 문제로 종종 비판을 받았지만 이건 '나비부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극중 설아(윤세아)가 남나비를 괴롭히는 이유가 '복수' 때문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이어가던 '넝쿨당'과는 아예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땅을 깊이 파고 지하 깊숙히 들어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연기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페라 도중 졸고 각종 스캔들에 음주운전으로 대국민적 비난을 받아 '강제은퇴'한 여배우 남나비는 무개념이라도 나름 흥미롭습니다. 못 말리게 사치하고 돈을 펑펑 써대는 푼수지만 가끔 불쌍한 사람들에게 동정을 베풀줄도 아는 착한 구석이 있습니다. 반면 그의 남편 로이 즉 김정욱은 의붓아들에 대한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의 돈을 모두 훔쳐 달아난 어두운 과거가 있습니다. 김정욱의 가족은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 같지만 김정욱으로 인해 치매에 걸린 할머니(김영옥) 등 깊은 상처를 떠안고 있죠.

남나비를 철저하게 몰락시키는 설아, 어두운 과거를 가진 남편 김정욱.

그런가 하면 설아의 전남편 이우재(박용우)는 아무래도 친아버지를 할아버지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재가 작은 아버지라 부르는 월드 백화점이 이성룡(김일우)는 사실 우재의 배다른 형인 듯합니다. 아내였던 설아는 단 하나뿐인 피붙이 오빠를 남나비 때문에 잃고 각종 수단을 동원해 남나비를 괴롭히려 하고 독불장군 할아버지(김성겸)는 이우재에게 바라는 것이 꽤 많은 모양이네요. 뭐 겉으로는 유쾌한 것도 같아도 재산다툼이나 출생의 비밀이 숨겨진 이쪽 집도 그렇게 하하호호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까면깔수록 스물스물 올라오는 어둠의 기운. 후배 배우였던 연지연(이희진)을 비롯해 남나비를 괴롭힐 사람은 여기저기 잔뜩 있고 기본 설정 여기저기에 폭탄이 숨겨진 듯한 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어떻게 확 반전시킬 수 있을까요. 철딱서니없는 남나비 엄마 배신자(이보희), 탈북자 출신의 억척 여성 리국희(김준형) 등 코믹한 여러 인물을 배치해놓긴 했지만 기본 구조 자체가 너무 우울합니다. 특히 아들 때문에 평생을 속끓이며 산 이정애(김영애)는 보기만 해도 딱한게 가족극의 안주인치고는 상당히 슬픈 캐릭터죠.

드라마를 계속 보고 된다면 두 사람 때문이 아닐까.

물론 첫주 방송에선 그런 부분이 염정아로 인해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남나비는 연기 연습은 하지 않으면서 맨날 술퍼먹고 사람들에게 무신경하고 스캔들 일으키는 등 자신의 불운을 자초하고 다니는 비호감 캐릭터입니다. 하루아침에 몰락한 탑스타로 변신한 염정아의 연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습니다. 아 저 여자 참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귀엽다는 느낌이 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죠. 오늘 방송에선 경찰 취조를 받으러 가면서도 드레스를 입을 거라는데 뭐 생각만 해도 상당히 웃깁니다. 희한하게 풍자적이거든요.

사실 드라마의 전체적인 설정이나 꼬을대로 꼬아놓은 가족관계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을 기본 소재로 삼는 건 좋은데 설득력없는 악녀나 캐릭터의 감정과잉은 별로 달갑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염정아나 김영애, 장용같은 배우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만약 이 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보게 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연기자 염정아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열패밀리' 때도 그랬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이는 염정아는 꽤 괜찮은 배우인 것 같아요. 오늘밤 드레스 취조 장면 한번 기대해보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