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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화신, 배우 강지환의 컴백과 통쾌한 복수극의 카타르시스

Shain 2013. 4. 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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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영웅을 드라마 주인공으로 삼아도 치정극이나 복수극으로 재탄생하곤 합니다. 물론 역사든 실화든 따지고 보면 통속적이지 않은 것은 없으니 가상의 인물까지 창작해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걸 꼭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근초고왕(2010)'같은 사극은 각종 복식이나 역사 고증도 훌륭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해석도 탁월했으나 정작 내용은 백제 영웅의 업적을 부각시키기 보다 제1왕후와 제2왕후의 갈등을 묘사하는 출생의 비밀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나라 드라마는가 미드처럼 일주일에 한번, 30분에서 40분 분량이 아니라 한편에 70분씩 일주일에 두 편 방송되기 때문에 제작도 힘들지만 시청자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자칫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거나 시선을 잡아끌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곧장 채널을 돌려버리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시선을 최대한 오래 잡아두려면 복수극이나 치정극 만큼 좋은 소재도 없습니다.

통쾌하고 유쾌한 복수극 '돈의 화신'. 소재면에서는 다른 드라마들과 유사했지만 방법이 달랐다.

드라마의 대세인 '복수극' 중에서도 '돈의 화신'은 가장 통쾌한 복수극으로 남을 것같습니다. 아버지 이중만(주현)이 살해되자 어머니 박기순(박순천)은 은비령(오윤아)과 지세광(박상민)의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정신병원에서 고통받습니다. 사고로 기억을 잃었던 이강석(강지환)은 박기순을 위해 복수를 마음먹습니다. 끝을 모르는 지세광의 탐욕과 돈과 권력에 눈먼 사람들의 다툼에 복수에 실패할 뻔했던 이강석은 지세광의 과거를 사람들 앞에 밝히고 복수에 성공합니다.

기억상실증과 복수와 치정극과 악역들의 자살. 팬들의 찬사를 받은 '돈의 화신'도 전체적인 소재만 봐서는 다른 '막장' 드라마들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돈많은 재벌의 치정극과 복수극 그리고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묘사하는 부분은 어디선가 많이 본 부분이고 익숙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돈의 화신'이 마지막까지 명품 복수극으로 인정받은 것은 소재면에서는 대동소이했으나 그 복수극과 치정극을 전개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복수를 했지만 왜 이차돈은 지세광과 달랐는가. 그 명쾌한 대답.

'돈의 화신'의 기본 줄거리는 비극니다. 부모를 잃은 어린 이강석(박지빈)을 배신하는 황장식(정은표), 지세광과 보살필 사람 없는 강석을 군식구 취급하는 친척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는 커녕 강석을 사지로 몰아넣는 검사 권재규(이기영)와 기자 고호(이승형)까지 어린 소년이 감당해야할 세상은 너무나 차갑고 끔찍했습니다.

드라마는 그런 이강석의 이야기를 동정적인 시선으로 그리기 보다 애틋함은 살리되 세세한 장면은 간결하게 처리하는 세련된 방식을 선택합니다.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선택하는 '눈물바람'을 길고 장황하게 연출하지 않고 꼭 필요한 장면에서만 이용하는 노련함을 선보입니다. 한편으로 기억을 잃은 이차돈의 왕자병과 폭식증에 걸린 어린 복재인(서신애)의 코믹한 설정으로 오히려 슬픔을 유쾌함으로 바꿈으로서 슬픈 감정을 질질 끌지 않습니다.

복수극도 만만치 않게 치밀하고 속시원하게 처리합니다. 기억을 되찾은 이차돈이 자신에게 상속될 유산을 지세광 무리들 눈앞에서 몰래 가져가는데도 지세광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지세광과 은비령, 권재규를 서로 이간질시켜 서로 물어뜯게 만드는 장면은 아 이것이 진짜 복수다 라는 감탄을 연발하게 합니다. 괜히 긴장하고 설레발치게 할 것없이 기발하고 갑작스런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은비령과 전지후의 선택을 이끌어낸 이차돈. 이차돈의 복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복수극은 통쾌하게 치정극은 간결하고 애틋하게 장영철 작가는 세밀한 장면에 공을 들이면서도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같습니다. 극중 이차돈이 겪은 고통은 지세광이라는 악인 한 사람의 복수와 욕심으로 인한것이기도 하지만 언론, 법조계, 경제인들의 부정부패가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기도 합니다. 그 어느 분야에서든 정의로운 사람이 단 한명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입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이 시대에 시청자들은 거침없이 복수하는 이차돈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고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 지세광을 이해해보려 합니다. 돈이 신이 되버린 이 시대에 권재규와 은비령 그리고 고호가 빠졌던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차돈이 누구나 마주하는 그 탐욕의 위기를 은비령을 용서함으로서 이겨낼 때 전지후(최여진)가 사랑 보다 판사의 자존심을 선택할 때 시청자 스스로 정의를 실현한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입니다.

다시 TV 안으로 돌아온 강지환 그의 컴백이 반가웠던 드라마. '돈의 화신.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이차돈을 완벽하게 연기한 강지환입니다. 꽤 오래 TV에서 볼 수 없었던 강지환의 매력, 한동안 잊고 있었던 배우가 이렇게 시선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불법요양원에 갇힌 박기순을 만나기 위해 홍자몽(이지현)의 오빠인척 하며 '나는 조선의 국모다'를 연발하던 이차돈은 이 드라마의 백미라 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요양원에 갇혀 새침한 얼굴로 다소곳이 앉아 수를 놓던 이차돈과 그 옆에서 수발들던 다른 환자의 모습 때문에 배꼽을 잡았습니다.

그러다가도 박기순이 자신의 엄마임을 깨닫고 울부짖는 이차돈은 '슈달'과는 전혀 다른 소년 이강석이었습니다. 왜 나는 더 이상 슈달이어서도 안되고 왜 지세광을 무너트려야하는지 누구를 동정해야하는지 돈은 어떻게 써야 옳은지 깨닫는 '돈의 화신' 이차돈 연기는 강지환이 아니면 상상할 수가 없을 것같군요. 요양소 원장 역의 김병옥, 양계장 역의 양형욱 등과 더불어 탁월한 배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백을 깨고 나온 강지환과 더불어 '돈의 화신'은 2013년 상반기 최고의 복수극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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