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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국수집 엄팽달의 비밀 처음부터 백억은 없었다?

Shain 2013. 4. 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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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풍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제가 살던 곳에는 작은 공장들이 많았습니다. 골목길로 들어가 보면 그 안에 재활용 폐지를 휴지로 가공하는 공장이 있고 그릇을 굽는 도자기 공장이 있는가 하면 벽돌, 두부, 막걸리, 국수공장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작은 규모의 사업자들이 흔하던 시절이었으니 평범한 주택가에 모여살며 그런 일을 했지만 경제적으로도 돈벌이가 되지 않고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운영하기 힘들게 되자 하나둘 사라져 가더군요.

요즘은 그런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사라지고 큰 공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다수라 가끔 공장으로 먹거리를 사러가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기 힘들어졌습니다. 또 손바닥만한 공간에서 옹기종기 식품을 만들어내는 과거 생산방식이 환영할만한 조건은 아닌데다 소비자들은 편하게 살 수 있는 마트를 선호합니다. '백년의 유산'의 할아버지 엄팽달(신구)은 백년 동안 이어온 국수공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하지만 자식들이 백년짜리 유산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유산상속을 위한 국수 경합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양춘희. 형제들은 크게 반발한다.

자신이 죽기전에 국수공장을 물려줘야한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급해진 엄팽달은 자식들을 불러놓고 국수공장을 물려받는 자식에게 안성 밀밭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합니다. 안성의 밀밭은 그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있었는데 곧 해제되면 시가 백억 가까이 된다는 말에 자식들은 너나할 것없이 눈이 반짝합니다. 돈벌이도 되지 않고 생계 조차 잇기 힘든 백년짜리 국수공장에는 시큰둥하지만 백억짜리 밀밭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기로 돈을 날리고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끙끙 앓던 큰아들 엄기문(김명수) 부부는 기운을 차리고 돈 때문에 지지고 볶고 싸우며 이혼까지했던 둘째 엄기춘(권오중) 부부도 반색합니다. 미혼이지만 변변찮은 피아노 학원 수입으로 웃을 일이 없던 막내딸 엄기옥(선우선)까지 곧장 국수공장으로 달려갑니다. 백억이 생긴다면 국수 만드는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도전할 각오입니다. 전기기사로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큰사위 민효동(정보석)과 그의 딸 민채원(유진)만 덤덤할 뿐입니다.

생계를 포기하고 뛰어든 경연이니 반발하는 것도 당연. 엄팽달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

국수 뽑는 일을 가르치겠다는 엄팽달 할아버지와 약간은 심술궂지만 자식들에게 넓은 사랑을 배푸는 할머니 김끝순(정혜선) 여사의 시끌시끌한 가족들. 시청자의견 중에는 때때로 국수공장 가족들의 이야기가 지루하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백년의 유산'이라는 드라마 타이틀에 가장 어울리는 가족은 이들이고 국수집 사람들이야 말로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입니다. 백억 쯤은 가뿐하게 물려줄 수 있는 방영자(박원숙)나 이세윤(이정진) 가족은 속이 곪을 대로 곪은 가족들로 묘사되죠.

서민 가족들은 백억이 아니라 일억만 물려준다고 해도 아웅다웅 다툼이 일어날 정도인데 많은 재산을 가진 재벌이라면 넉넉한 마음으로 살 것도 같은데 어쩐지 그 두 가족은 늘 갈등하기만 합니다. 엄팽달도 자식들이 국수공장에는 관심이 없어도 백억이라면 솔깃할 것을 알기에 '백억'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 백억에 대한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할때부터 지난주 양춘희(전인화), 민효동을 유산경쟁에 끼워넣는 것까지 엄팽달의 행동이 좀 수상해 보입니다.

엄팽달, 굳이 양춘희를 유산 경쟁에 끼워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부터 백억은 없었다?

아무래도 안성밀밭이 백억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입니다. 공장을 물려주고 싶어 안달이 난 엄팽달이 아무리 강요해도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같습니다. 큰아들 엄기문 부부가 부동산 등기부등본, 재산세 납부증명서까지 확인했으니 안성에 밀밭이 있는 건 확실한데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는 말은 미심쩍습니다. 같이 살던 민효동도 듣지마자 이상하게 생각했구요. 기밀이라면 기밀인 그린벨트 해제정보가 일년전에 민간인에게 흘러나왔다 것도 영 이상하고 믿기 힘든 내용입니다.

민효동과 결혼한 양춘희를 유산경쟁에 참여하라 부추긴 것도 의심스럽합니다. 처음부터 식품회사 이사와 족발가게, 피아노학원까지 그만두고 집으로 들어온 자식들의 심정을 아는 아버지라면 심사와 경쟁을 공정하게 하려 애쓸 것입니다. 이제와서 굳이 민효동 부부를 끼워넣으려는 엄팽달의 목적은 자신의 국수공장을 물려줄 자식을 찾는데 있기도 하지만 자식들이 가업의 가치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것같습니다. 백억 재산은 처음부터 없었으리란 짐작이 가능합니다.

과연 안성밀밭은 백억 가치가 있을까. 엄팽달의 속뜻이 궁금한 백억 유산 경연.

양춘희는 처음부터 무관심하던 민효동과 마찬가지로 굳이 형제들의 백억 다툼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는데 자신을 딸처럼 생각한다는 엄팽달의 설득에 참여하기로 합니다. 집안엔 당연히 큰 소동이 일어났구요. 엄팽달은 피한방울 안 섞인 남인 양춘희가 경합에 참여하길 부담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니 백억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진실을 몰래 말해준게 아닐까요.

양춘희 역시 형제들의 거센 반발을 알기에 거절했다가 '난 경연이 아니라 축제를 하고 있다'는 엄팽달에 말에 수긍했습니다.요즘같은 시대에 자식 하나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는 힘든 일입니다. 자식별로 상속 비율이 좀 달라질뿐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자식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굳이 경연이란 말로 가업 상속을 도모한 엄팽달은 돈이 되지 않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요즘의 세태를 잘 알기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연이 끝나고 나서 자식들이 백억 보다 더 귀한 것을 배웠음을 깨닫지 못하면 부모와 절연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일테구요. 그러나 부대끼며 경쟁하고 사는 일이 생각 보다 꽤 재미있어 보이는걸 보면 이 가족들 자못 흥미로운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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