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3.5인치 디스켓으로 운영되는 PC - 작은 정부가 원하는 건 큰 권력

Shain 2008. 1. 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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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인치 디스켓

지금도 종종 쓰고 있긴 하지만 이제 보기 힘든 물건 중 하나인 3.5인치 디스켓. 1.44MB의 데이터가 저장되는, 구형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엔 요긴한 물건이었다. 700MB 이상 저장되는 CD를 선호하게 된 1999년경부터 거의 쓰지 않게 되었고 2002년에는 1GB 급 USB로 저장장치를 바꿔버렸으니 과거의 유물이 된 지 한참이다.

모 당선자의 별명이 2MB인 유래를 정확히 읽어본 적 없다. 다만 약자도 일치하고 1GB, 수백 GB의 저장매체가 흔한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데이터(마인드)를 비꼰 것이라 생각한다. 2메가 디스켓으로 PC를 부팅시키던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하는 의미.

3.5인치 디스켓 시절에나 넘치는 용량이었던 2MB 분량의 생각과 가치관을 GB시대에 역설한다고. 당해야할 처지를 생각할수록 쓴 웃음이 나오는 유머이다. 네이버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메일 받을 때 빼고) 정치 기사 코너에 갔더니 논란의 반이상은 직간접적으로 2MB 관련 이야기이다.


3.5인치 디스켓으로 부팅되는 차세대 PC

최근 뉴스를 보기 부담스럽다. 읽고 싶은 기사는 많은데 점점 더 퇴보하는 듯 보이는 정책 기사와 시끄러워야할 것에 침묵하는 언론들, 그리고 할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사람들. 그 아우성이 눈으로 보이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고도의 입막기 전략이 아닐까 싶을 정도.

작은 정부 큰 권력에 대한 논란을 '집중 조명'하는 신문은 아직까지 없는 모양이다. 한겨례신문의 논조 역시 조금 조심스러운 것은 알아서 조심해야하는 두 존재, 2MB와 삼성이기에 바짝 엎드린 모양이다.

이런 말을 하긴 개인적으로, 조금 이른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의 가치관은 점덤 더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소수자라고 숨죽이고 살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스님 단 한명의 가치관으로 인해 공사까지 미루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시대가 됐다(물론 그것이 옳다 그르다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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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두뇌로 국가가 좌우되는 시절이 아니다.


이젠 다양한 가치관을 조율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일개 대통령의 가치관 따위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하는 문제이다. 그렇지 않다면 애써 '민주 국가'를 이루어야할 의의란 없을테니 말이다. 개인의 의견을 천시하는 국가는 지지받지 못하고 버림받을 국가일 뿐이다.

국민이 사천만 이상이란 건 앞으로 운영해야할 국가가 차세대 PC급의 복잡한 나라란 뜻이다. 각 지역별 계층별 분야별 의견을 더 자주 듣고 조율해도 모자랄 판에 운영체제는 더 용량이 작은 것으로 선택하겠다는 건 특정 분야는 '소홀히' 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다. 각 부처별 반발이 정말 무의미한 일인가?(참고 : 인수위 관련 논란 기사 모음)


정부의 크기 보다는 권한과 정책 방향이 문제다

쓸데없이 놀기만 하고 뇌물받기 좋아하는 공무원이란 인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일도 하지 않고 혈세만 축내는 공무원을 감축한다는 사실이 반갑게 들리는 건 '정서'적인 문제지만 실제로 민생에 도움을 주는 '감축'인지는 정확히 따져보는 사람이 드물다. 상대적으로 현정부가 큰정부인듯이 들리지만 그것 역시 과거 추이와 인구수에 비례하면 현정부는 '작은 정부'에 가깝다.

현정부의 공무원 증원을 문제삼는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현정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대국민 봉사와 복지제도 확충이라는 면에 있던 까닭에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공무원 인력은 부족한 감이 있다. 이는 '공무원 1인당 인구수'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전에 있었던 소방공무원 인력 부족 논란과 사회복지인력 부족 논란은 행정 영역의 서비스 인력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일을 하자고 들면 한참 모자란게 공무원이다(출처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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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국정브리핑 - 인구대비 공무원 비율


정부 인력 숫자가 작다고 일을 못하란 법도 없지만 정부인력의 숫자가 많다고 일을 못하란 법도 없다. 문제는 수행하고자 하는 정책에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하냐이지 '작은 것이 좋다'가 아니다.

'작은 정부'의 컨셉은 다른 국가의 위기시 많은 효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안다. 공무원을 줄여 얻는 월급 따위 문제가 아니라(임금은 큰 비율이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공무원의 권력은 집중시키고 일처리 속도는 빠르게 만들고 무엇 보다 '군소리'하지 않을 정부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심사숙고 보다는 신속함이 필요할 때 유용했단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에 대한 불만은 많았다. 다 잘라야한다는 주장에 찬성하는 국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주장의 핵심은 공무원의 숫자가 아니라 공무원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의 질과 혜택'이 아닐까 한다. '작은 정부' 주장은 일면 참신해 보이지만 오히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벤트가 아닐까? 과연 왜 지금 '신속한 행정 처리가 필요한 걸까?'


작은 정부의 목적이 무엇인가?

작은 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떠오른 건 '한반도 대운하'이다. 지금 2MB와 관련되어 시끄러운 일들 중 '인수위'와 무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정책이든 논란없이 신속하게 진행하고 싶을 때 유용한 것이 '작은 정부'이고 '집중된 권력'이다. 이건 어느 권력자든 포기하고 싶지 않은 황금같은 기회일 것이다. 권력의 분산 보다는 권력의 집중을 원하는 행태인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기사가 다소 추춤한 까닭은 여론을 잠재웠기 때문인지 여론을 숨겼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삼성에버랜드 수색과 삼성호 충돌사고, 이명박 특검 등등 시끄러운 곳이 워낙 많아 은근 슬쩍 이대로 착수할 예정이란 속셈이 엿보이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오늘자 기사로 제공한 ‘대운하 여론부담’도 민간에 넘기기? 라는 기사는 민간기업이 찬성하면 반대여론이 힘빠지고, 민간기업이 반대하면 공약이 철회될 것이란 내용이 올라와 있는데 과연 민간기업이 2MB의 파워에 반기를 들 것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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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직 개편 계산 속이 너무 뻔하다. 나 운하 싫거던..


항상 생각해보는 문제, 국가란 무엇인가?
이번에 폐지되거나 민영화되는 정부 부처들. 정부조직 개편으로 민영화되거나 사라지게될 연구기관들.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 일들은 국가가 보장해줄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현대적인 국가의 의미는 기본적 생존 수단을 보장해주는데 있다. 알아서 먹여살려달라는 뜻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인수위의 인식은 국민 보다는 정책 수행자의 편리를 우선시 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에 해당하는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여러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권한을 분산하는 것은 다양한생각을 가진 국민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노숙자에게 그런 개념 정도 밖에 가지지 못한 '당선자'에게 기대할 수 없는 상식이겠지만 '빠르고 논란없는' 정책 수행의 꿈은 당장 집어치워줬으면 한다.



출처 :
‘위임’ 보다 ‘직할’ 선호…대통령에 권력집중,
인수위원회 관련 논란 기사 모음 - 네이버
權부총리 "큰 정부라는 평가, 결코 맞지 않다"
공무원 수 줄이는 것만이 능사인가?
정부인력, 숫자만 보지말고 내용을 봐야
삼성 에버랜드 창고 압수수색 - 네이버 기사 모음
인수위원회가 저지른 일들 - 四神's world
‘대운하 여론부담’도 민간에 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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