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스캔들, 부모들의 죄값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

Shain 2013. 7. 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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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이 아니라 부모들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스캔들'에는 부모들의 잘못으로 눈물흘리는 여러 젊은이들이 등장합니다. 장주하(김규리)는 환갑장치와 육갑도 구분 못하는 무식하고 뻔뻔한 어머니 고주란(김혜리) 때문에 속상해하고 장은중(기태영)은 황제펭귄을 그리지 못해 혹시나 내가 그냥 금만복이고 윤화영(신은경)의 아들인 은중이 아니면 어쩌나 힘들어하던 어린 시절을 종종 떠올립니다. 하은중(김재원)은 가끔씩 자신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아버지 하명근(조재현)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울부짖는 우아미를 보며 마음이 착잡한 하은중. 후에 모든 진실을 알고나면 가장 마음아파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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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화영은 갑자기 나타난 고주란 때문에 미안해하는 장주하에게 이런 말을 하죠. '너한테는 네 엄마가 무지무지 아프니까' 엄마만 보면 짜증나고 부아가 치미는 거라며 정확한 지적을 합니다. 고주란이 주하의 친어머니가 아니면 그렇게 화가 나고 힘들 이유도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없는 고주란은 어떻게든 장은중의 정체가 금만복임을 폭로하고 장주하에게 태하그룹을 물려줄 궁리만 할 뿐이죠. 부모는 자기들 마음대로 인생을 사는데 자식들은 그 그늘에 가려 눈물짓는 풍경입니다.

그러나 하은중의 비극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하은중은 우아미(조윤희)의 남편 공기찬(양진우)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절대로 자살일리 없다는 아미의 주장처럼 자살임을 입증하는 여러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보통 자살한 사람은 엎드린채로 발견되는데 공기찬은 드러누운 자세로 발견되었고 기찬의 부검을 신청해도 검사가 기각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수표에서는 장태하(박상민)의 지문이 발견되었습니다. 모든 비극의 원흉인 장태하가 아미의 남편을 살해한 것입니다.

주하는 본처인 윤화영과 비교당하면서 본가에 드나드는 고주란 때문에 속상해한다.


하명근은 장태하 때문에 비참하게 죽은 아들 건영을 잊지 못했습니다. 하은중을 유괴한채 숨어살면서 형사 특유의 집념을 살려 장태하의 비리를 추적해왔습니다. 공기찬(양진우)은 하명근이 넘겨준 태하건설의 비리가 자신을 지켜줄것이라 믿고 태하건설이 짓고 있는 제우스 아파트의 건설 비리를 장태하에게 폭로했습니다.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아파트가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데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장태하는 신강호(조한철)를 시켜 공기찬을 죽이고 강주필(최철호)을 부려 뒷수습을 합니다.

시청자들이 짐작하는 대로 하은중의 연인은 우아미가 되겠죠. 안 그래도 어린 시절 고통받았던 은중이 마주해야하는 진실은 사랑하는 아미의 고통이 자신의 친아버지인 장태하 그리고 아프지만 사랑했던 양아버지 하명근 때문이었다는 점입니다. 어린 동생도 이유모를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아버지도 따뜻하게 감싸주던 은중이 그 어른스러웠던 꼬마 은중이가 보아야하는 진실은 은중이 자초한 것도 아니고 은중이 저지른 일도 아닙니다. 단지 장태하의 아들이고 하명근의 아들이란 이유로 그런 일을 겪어야한다는 점이 참 안쓰러운 캐릭터죠.

단지 장태하와 하명근의 아들이란 이유로. 하은중이 마주쳐야 하는 진실은 너무 아프다.


'스캔들'의 장태하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TV에 등장합니다. 자신의 성공비결을 '정면돌파'라 설명하며 '최선'을 강조하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거짓말하는 장태하는 공기찬이 자신의 비리를 폭로하려 하자 '정의구현' 해보라며 비아냥댑니다. 장태하의 건물이 무너졌던 그 시절, 장태하가 총재님(박용식)이라 불렀던 그 5공화국의 슬로건은 '정의사회 구현'이었습니다. 그때의 그 대통령은 부정축재의 추징금 조차 제대로 내지 않아 아직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상징같은 인물인 장태하는 살인이란 죄도 그렇게 묻어버릴 정도로 더러운 양심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장태하가 그렇게 귀하게 여기던 친아들을 처음 만난 순간은 딸 장주하의 자동차 절도 혐의를 힘으로 덮어버린 그 순간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과속을 즐기던 장주하도 그 비리를 덮기 위해 권력을 이용한 하은중도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을 윗선의 지시로 포기해야하는 장은중도 장태하로 인해 힘겨워하는 아이들입니다. 장태하의 욕심과 삐뚤어진 '정의'는 윤화영과 고주란, 하명근 모두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 어른들의 죄값으로 다시 세 아이들이 슬픈 운명을 마주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소중한 아들에게 전혀 떳떳하지 못한 두 아버지. 시대는 부모의 죄값을 자식이 치르게 한다.


평소 냉랭하고 무뚝뚝하던 하은중은 안치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넋이 빠진 우아미에게 밥을 사줍니다. 하은중은 아기를 생각해서 먹으려다가도 차마 밥한숟가락을 떠넣지 못하고 망설이는 우아미를 보고 30분 동안 전화받을테니 나중에 나오라며 식당 밖으로 나옵니다. 내 눈치 보지 말고 참지 말고 마음놓고 펑펑 울라는 뜻이었겠죠. 은중과 아미가 생판 남인 지금도 남편잃은 우아미 때문에 저렇게 마음이 아파하는데 나중에 두 아버지 모두가 우아미에게 죄지은 사람이란 걸 알면 하은중의 심정이 어떨까요. 찢어진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될 만큼 억장이 무너지겠죠.

어느 분이 댓글을 달아주신대로 '뿌린대로 거둔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부실하게 건물을 지었으니까 건물이 무너졌고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했으니 내 자식을 잃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자식들이 하나같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아미의 남편을 살해한 것은 죄에 죄를 보태 또다른 죄값을 치러야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정의사회 구현'을 들먹이던 현실세계의 룰과는 많은 부분 다르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도 알게 모르게 부모 세대의 잘못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드라마인데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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