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사랑해서 남주나, 부모라는 이름의 양보 정현수 홍순애의 애틋한 이별여행

Shain 2014. 3. 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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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사람은 부모하고 전생에 원수였던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말이냐 했더니 힘들게 돈을 좀 모았다 싶으면 여지 없이 아버지가 돈 문제로 힘들게 한다더군요. '돈냄새는 귀신같이 맡고 사고친다'는 그녀의 한탄에 정말 그런 부모 자식 사이도 있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과 그 부모의 관계는 자식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관계인 셈입니다. 가끔은 그런 관계도 있지만 대개는 부모가 자식의 앞길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자식들은 많은 경우 부모의 그런 선택을 당연한 의무라고 말하고 자식의 권리가 부모의 희생을 누리는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선택에서 당연한 것 따윈 없는데 말이죠.

마지막 여행을 떠나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는 정현수, 홍순애. 두 사람은 자식들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기로 한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홍순애(차화연)와 정현수(박근형)는 자식들의 때문에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합니다. 뒤늦게 찾아온 사랑으로 어려움을 헤치며 결혼을 선택했지만 정현수의 막내아들 재민(이상엽)과 홍순애의 딸 미주(홍수현)이 사귀던 사이였을 줄은 오랜 세월 살아온 그들도 생각지 못 한 난관이었습니다. 이미 미주와 은하림(서지석)의 결혼으로 은하경(신다은)을 포기해야했던 재민은 두 사람의 결혼 만은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한때 깊게 사귀던 사이였던 미주와 의붓남매가 되면 은하경과 다시 사돈이 됩니다.

자식들의 복잡한 고민을 알게 되었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인생을 원망하지 않는 정현수와 홍순애. 홍순애는 부모의 행복을 위해 중국지사로 떠나려는 정재민을 막습니다. 재민은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선택해보려 했지만 역시나 연륜있는 부모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부모와 자식 둘 중 하나가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선택이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은 자식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면 부모가 양보하는 것이 맞겠죠. 두 사람은 이별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여행을 떠납니다.


 

 

재민은 정현수가 밖에서 낳아온 아들로 자신의 존재가 가족에게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미주와 다른 캐릭터들이 부모의 상황을 가슴아프게 생각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재민은 모든게 내 탓이라며 내가 태어나서는 안되는 거였다며 자신을 원망 합니다. 어머니의 죽음도 아버지의 이별도 모두 자신 때문인 것같다며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재민의 두 누나인 유진(유호정)과 유라(한고은)는 재민을 껄끄러워하면서도 동생으로서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고 재민과 정현수의 지금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재민은 죽은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다. 한마음으로 정현수를 걱정하는 가족들.

 

두 사람의 자식들은 각자의 인생을 성실히 살아갑니다. 유진은 남편 강성훈(김성수)와 티격태격하며 부부의 사랑을 확인했고 어린 시절의 상처로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유라는 연하남과 새로운 만남을 시작합니다. 재민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미주는 은하림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고 돈욕심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병주(서동원), 지영(오나라) 부부에게도 화해와 용서는 찾아왔습니다. 때로는 부모의 인생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원망하던 자식들은 각자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정현수와 홍순애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격하게 반대했던 자식들은 이제서야 후회합니다. 처음에는 나이많은 부모님의 사랑이 부담스러웠고 그 다음에는 죽은 어머니의 흔적을 다른 사람이 채운다는게 싫었습니다. 나중에는 자신들의 욕심으로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사실혼 계약서를 작성한 자식들은 정현수와 홍순애가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사연으로 헤어지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두 사람이 이렇게 짧게 사랑할 줄 알았다면 그냥 함께 하시도록 내버려둘 걸 후회 합니다. 사실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후회가 대부분 그렇죠.

숙제가 없는 뒤늦은 나이에 깨닫게 된 지혜.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게 행복이다.

 

아이 때는 내가 어리니까 부모 보다 먼저 배를 채우는게 당연했고 젊을 때는 내가 더 바쁘니까 부모님이 집안일하는게 당연했고 결혼해서는 내 자식과 내 삶이 우선이라 부모님을 위한 시간은 순서가 뒤로 밀리고 맙니다. 때로는 돈 때문에 때로는 체면 때문에 부모의 행복이 밀려나는 동안 엄마의 머리카락에 하얗게 서리가 앉고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나중에는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도 늙고 쇠약한 부모님이 행여 사고라도 당할까 함께할 수 없게 되죠. 기침으로 고생하던 정현수 역시 목숨걸고 폐수술을 받아야하는 상황 입니다.

홍순애와 무작정 여행을 떠난 정현수. 발길닿는 대로 바다로 향한 두 사람은 두 사람 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냅니다. 두 사람은 지금 당장 좋은 감정이 있을 때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에 사랑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식들이 어릴 때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걸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더 많이 다독여줬으면 좋았을 걸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다잡아주고 부모 노릇을 했으면 좋았을 걸. 자식들 때문에 비록 서로를 보내줘야하는 입장이지만 이 마지막 시간이 평생을 버티게 해줄 마지막 선물이란 것을 압니다. 시간이 아깝다는 말이 와닿는 장면입니다.

부모라는 이름의 양보. 재혼을 포기한 두 사람은 마지막 선물을 추억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사랑해서 남주나'가 벌써 44회나 방송되었더군요. 마지막회까지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소 작위적일 만큼 얽힌 세 가족의 관계는 우연히 찾아온 선물인 '사랑'도 때로는 가족에 때문에 포기해야할 때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던 것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잘 해줄 수 있을 때 더 잘해주라는 것, 내 가족이 멀리 떠나기전에 죽음으로 헤어지기전에, 사랑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사랑하라는 것 노년의 커플이 보여준 짧은 행복은 우리가 쉽게 깨닫지 못한 진실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홍순애가 '얼굴'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정현수를 그리워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부디 정현수가 다시 한번 홍순애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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